[르포]전 세계 없어서 못 사는 이것? "해상풍력 시대에 바닷속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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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원 동해시에 들어서면 낮은 건물 지붕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탑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높이 172m 꼭대기에 'LS전선'이라고 새겨진 이곳은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인 'VCV'(Vertical Continuous Vulcunizer·수직연속 압출 가교 설비)이다.
해상풍력 발전의 확대로 해저케이블 생산 및 시공을 요구하는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이 같은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은 LS전선 등 네 개 정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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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기술진입 장벽 대비 부족한 해저케이블
몰려드는 수요…전 세계 거점별로 공장 투자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원 동해시에 들어서면 낮은 건물 지붕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탑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높이 172m 꼭대기에 'LS전선'이라고 새겨진 이곳은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인 'VCV'(Vertical Continuous Vulcunizer·수직연속 압출 가교 설비)이다.
19일 찾은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수십 킬로미터(km)에 달하는 길이의 해저케이블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성인 남성 팔뚝부터 몸통까지 다양한 두께의 케이블은 통신·전력을 송전할 목적으로 바닷속 3~6m에 깔린다. 먼저 지름 8㎜의 구리선으로 케이블의 기본 몸체인 '도체'를 만든 뒤 여러 도체를 합쳐 전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포장하는 절연 및 피복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외장 작업을 거치면 해저케이블이 완성된다.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발전 확대가 좋은 기회
이 회사는 연면적 약 27만㎡ 크기의 동해 사업장에서 2007년부터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 부문에서 앞선 유럽 기업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해저케이블 개발에 나섰는데 친환경·스마트 에너지 인프라를 요구하는 흐름과 맞아떨어지며 빛을 보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독식해 왔던 수주 시장에서 2009년 2월 3,281억 원짜리 전남 진도~제주 구간 해저 전력망 사업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대만·미국·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도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가 이어졌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5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설비 용량을 300기가와트(GW)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1년 23억 달러(약 2조8,566억 원)에서 2025년 45억 달러(약 5조5,890억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은 수십km까지 한 번에 끊지 않고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해상풍력 발전의 확대로 해저케이블 생산 및 시공을 요구하는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이 같은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은 LS전선 등 네 개 정도뿐이다. 김형원 LS전선 부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등에서 공장을 함께 짓자며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케이블 '생산·시공' 밸류체인 완성
사업 포트폴리오 성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S전선의 수주 잔고는 3조7,949억 원으로 △2020년 2조4,826억 원 △2021년 2조7,408억 원 △지난해 3조2,326억 원 등과 비교해 증가하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또한 265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 순이익 62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0년 이래 최대 영업 이익과 순이익을 올렸다. 김 부사장은 "해저케이블 생산을 넘어 시공, 운영까지 해내는 것이 목표"라며 "5년 안에 해저사업에서 매출액 1조 원을 찍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은 8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업체 LS마린솔루션을 자회사로 인수해 제조와 시공을 모두 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LS마린솔루션은 대만 타이베이시에 영업 거점을 마련했다. 베트남 사업을 맡은 LS전선아시아도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 자회사 PTSC와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유럽, 아세안 등 더 많은 곳에 생산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해저케이블 특성상 국내에서 선박으로 제품을 옮기는 것보다 해외에 공장을 지어 가까운 곳에 파는 게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끼리 전력망을 연결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현지 기업 등과도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동해=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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