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아들에게” 차남 혼자 찍은 부친 영상…대법 “효력 없어”

정혜민 2023. 10. 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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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생전에 자녀 중 일부에게만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동영상을 남겼더라도, 이것을 '사인증여'(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 계약)로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제출된 영상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사이에서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ㄴ씨와 ㄱ씨 사이의 의사 합치만으로 사인증여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ㄱ씨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에 비해 ㄴ씨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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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부모가 생전에 자녀 중 일부에게만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동영상을 남겼더라도, 이것을 ‘사인증여’(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 계약)로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숨진 ㄱ씨의 차남 ㄴ씨가 여섯 남매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1월 자신이 소유한 땅과 건물을 차남인 ㄴ씨와 장남에게 나눠주고, 딸들은 장남에게서 현금 2천만원씩을 받으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찍었다. 영상은 ㄴ씨가 촬영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유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민법을 보면 녹음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이름과 날짜를 말하고 상속인이 아닌 다른 증인이 이 유언이 정확하다고 확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같은 형식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9년 5월 ㄱ씨가 숨진 뒤 ㄱ씨의 부동산은 동영상과 달리 배우자와 일곱 남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분됐다. 하지만 ㄴ씨는 이에 불복해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ㄴ씨는 해당 영상이 유언으로서는 무효더라도 사인증여 계약에 해당하므로, 자신이 부동산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이 영상이 사인증여에 해당 하느냐였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사인증여를 인정하지 않은 1심 재판부는 다른 형제들이 ㄴ씨에게 부동산을 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인증여가 맞는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유언이 효력이 없는 경우 ‘사인증여'가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라고 밝혔다. 조금 더 신중하게 사인증여 효력 인정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제출된 영상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사이에서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ㄴ씨와 ㄱ씨 사이의 의사 합치만으로 사인증여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ㄱ씨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에 비해 ㄴ씨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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