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섬 찾은 유인촌 "작은 변화의 힘…지역 특성 살리는 것 중요"
자전거 타고 박지도 한바퀴…요트, 도보로 지역 곳곳 둘러봐
(신안=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색을 하나 칠했다고 관광객이 이렇게 오는 게 신기해요. 작은 것 하나가 변화를 가져왔으니까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1일 '퍼플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박지도로 향하는 해상 목교를 건너며 "쉽지 않은 까다로운 색인데 어떻게 보라색을 생각했을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퍼플섬은 신안군 1천25개 섬 가운데 나란히 자리한 박지도와 반월도 두 개의 섬을 일컫는다. 안좌도 선착장에서 두 섬이 1천462m 길이의 '퍼플교'로 이어져 드넓은 바다와 갯벌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선착장 일대부터 주위는 마치 보라색이 상징인 'BTS 월드'에 온 것처럼 온통 보랏빛이었다. 집 지붕과 판매 상품은 물론 관광객들 드레스코드도 보라색이었다. 이 섬은 옷이나 모자, 가방 등에 보라색 물건을 지니면 입장료(5천원)가 무료이다.
유 장관은 전날 광주 일정을 마치고 신안군 자은도에서 열리는 '문화의달' 개막 행사에 참여하고자 이 일대를 찾았다.
보라색 재킷을 입은 유 장관이 퍼플교를 건너는 동안 그를 알아본 관광객들이 발을 떼기 무섭게 사진 요청을 했다. 유 장관은 "어디서 오셨냐"고 친근하게 손을 잡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동행한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군 섬을 '1004섬'으로 브랜드화하고, 각 섬에 색을 입히며 이곳을 보라색 성지로 조성했다.
박 군수는 "다리가 생긴 뒤에도 관광객이 0명이었는데 보라색 다리가 되면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며 "홍콩 잡지와 미국, 독일, 일본 방송에 소개돼 한국의 핫한 관광지가 됐다. 올해 관광객만 4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50만명을 넘기면 예약제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군수님이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것처럼 환경을 조금만 바꾸면 변화가 있다"며 "각 지역마다의 오랜 삶의 방식을 잘 캐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이 많은 걸 개발해 제안하고 중앙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보로 도착한 박지도는 보라색 아스타 꽃 3천만 송이가 만발해 온통 보랏빛이었다. 이곳에서는 1년에 4번 꽃 축제가 열린다. 유 장관은 박 군수와 함께 전기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둘러봤다.
퍼플섬 방문에 앞서선 암태도 선착장에서 요트를 타고 일대 관광 지역을 살펴보기도 했다.
유 장관은 요트에서 "섬과 바다의 여러 환경으로 봐선 그리스 산토리니 등에 못지않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감탄했다.
유 장관은 이후 자은도로 이동해 문화의달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정부는 매년 10월을 문화의달로 지정해 전국을 순회하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주제는 '섬, 문화 다양성의 보고'이다.
유 장관은 축사에서 "오늘 자전거와 요트를 타고 퍼플 다리를 걸어 전기자전거도 타며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군수님이 이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술이 꽃피우는 문화 다양성이 존재하는 섬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대도에 9개 설치 작품을 설치할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 작가를 소개하며 "터렐 작가 작품이 설치된다면 세계의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 신안이 문화로 꽃 피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섬 문화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 만난 터렐 작가는 "많은 예술가가 빛을 이용하는데 내 작업은 빛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빛 자체가 주는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섬에서의 작업에 대해선 "한국 전체가 한반도여서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며 "섬은 독립된 공간이고 배를 타고 물길을 느끼며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 스스로 빛이 되기도 하고 물질이 되기도 하는 물은 내게 특별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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