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트럭 문 닫히자마자…공세 늘린 이스라엘 “가자 남부로 이동 않는 현지 주민 테러범 간주”

김서영 기자 2023. 10. 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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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아 파괴된 가자지구 건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 진입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공세를 늘릴 테니 가자지구 주민은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재차 떨어졌다. 이집트 국경에선 구호트럭 20대가 가자지구로 진입한 이후 17대가 추가로 들어갔지만, 물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을 살리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CNN·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긴급히 경고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CNN이 번역한 내용을 보면, 이스라엘군은 전단에서 아랍어로 “가자 북쪽에서 당신의 존재는 당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지 않기로 선택한 모든 사람은 테러 조직의 파트너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맹폭했다. 하마스는 이날 “하룻밤 사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고 5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에서 무장단체 목표물 수십 곳을 공격했다”며 “터널과 군수품 창고, 군사 작전 기지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한 카페에 이스라엘 미사일이 떨어져 최소 1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지상전 가능성을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21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북부를 담당하는 골라니여단 지휘관에게 “가자지구로 진입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겠다”며 “가자지구는 복잡하고 혼잡하지만 군이 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 역시 “오늘부터 가자지구 공격을 강화하겠다”며 “우리의 초점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아니라) 가자지구”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국경 근처 부대를 방문해 “곧 내부에서” 가자지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 국경 인근 전선에서 병사들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에서 어떤 작전을 벌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고 하마스 대원을 소탕하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할 수도 있고 더 세분된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실은 팔레스타인인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어진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서안지구 제닌에 있는 알안사르 모스크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의 관계자 여러 명이 사망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공격 계획을 위한 지휘본부로 이 모스크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은 이 모스크가 난민 캠프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텔아비브대 중동·아프리카센터의 하렐 초레브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 그리고 전 세계에 끔찍한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하마스 박멸이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 등 그들의 중추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괴한다는 것이며,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하마스의 지도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하마스를 없애겠다는 목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수반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에 깊게 뿌리박혀 있어서, 하마스를 패배시키기 위해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지리적으로나 인구적으로 영구히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트럭이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국경인 라파검문소를 지나자 구호 활동가들이 환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주의적 재앙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구호 활동은 이틀 연속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가르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구호트럭 20대가 들어간 데 이어 이날 17대가 추가로 진입했다. AFP통신은 “연료를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첫 사례”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열흘 넘게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물과 식량 보급을 차단한 만큼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날 들어온 트럭 20대 중 13대는 의약품, 5대는 식품, 2대는 물을 싣고 있었는데,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는 2만20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물이다. 유엔은 적어도 하루 100대가 통행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 구호트럭 진입 일정도 불투명하다.

구호품 전달이 더딘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공세까지 강화되면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은 지난 7일 이후 매일 늘어 21일 기준 140만명에 도달했다. 한 가자시티 주민은 “이번은 바다에 물방울 하나를 떨어뜨린 것과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우리가 구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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