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이 4만 5000명으로…찰리 푸스, 그는 조련사였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잠실 케이스포돔ㆍ4만 5000명 운집
감미롭고 시원시원한 라이브
잔망미·끼 폭발한 세계적인 스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찰리, 아이 러브 유!”
1만 5000명의 관객을 압도한 남성 팬의 고백에 찰리 푸스는 “아이 러브 유, 투”라며 화답했다.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팝스타의 여전한 ‘잔망미(美)’에 ‘찰푸덕’(찰리 푸스 덕후)은 모처럼 충만한 시간이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찰리 푸스가 지난 20일부터 한국을 찾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돔, 체조경기장)에서 3일간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3일 연속 이어지는 공연은 단출한 무대로 관객을 꽉꽉 채워넣었고, 총 4만 5000명의 ‘찰푸덕’과 만났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찰리 푸스의 ‘잔망’과 끼가 케이스포 돔을 가득 메웠다. 무대에 오른 그는 관객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는 듯, ‘서울’, ‘케이스포돔’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찰리 비 콰이어트!’(Charlie Be Quiet!)로 시작한 무대에서 찰리 푸스는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떼창을 유도했다. ‘노 모어 드라마’(No More Drama)를 부르기에 앞서 그는 “5년 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팬들과의 추억을 되새겼다.
찰리 푸스는 독특한 형태의 팝스타다. 2015년 피처링으로 참여한 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OST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2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당시 아델을 제외하면 ‘팝스타의 무덤’에 가까웠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찰리 푸스는 국내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의 전략, 성장 과정과 닮은 모습을 보였다. 영미 팝 시장에서 진작에 거둔 성과와는 무관했다.
2016년 한국에서의 첫 내한을 앞두고 당시 찰리 푸스의 음반을 유통한 워너뮤직에선 스페셜 에디션 앨범을 제작했다. 8월 18일 공연에 맞춰 818장 한정 발매되는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 세 곡과 티머니 팝카드, 아티스트 3종 배지에 양면 포스터까지 담았다.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판매된 이 음반은, 아이돌 가수와 흡사하게 10대 어린팬들이 많았던 국내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었다. 전략은 성공했다. 찰리 푸스는 이후 한국에서 차근차근 ‘계단식 성장’ 과정을 거치며 K-팝 스타처럼 팬덤을 확장했다.
당시 2000석 규모의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시작한 단독 공연은 2018년 8000석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이어졌고, 2023년 현재는 ‘K-팝 성지’인 케이스포 돔으로 입성했다. 게다가 무려 1만 5000명씩 3회 공연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찰리 푸스에 대한 팬들의 마음은 남다르다. 내가 키운 스타라는 생각도 적지 않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진 공연장에서 만난 20대 팬 주희은 씨는 “10대 시절부터 찰리 푸스를 좋아했고, 내 인생의 첫 아이돌이었다”며 “찰리 푸스의 공연에 내가 번 돈으로 직접 와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올해 직장인이 돼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찰리 푸스는 팝 아티스트이지만 K-팝 아이돌처럼 SNS 소통도 활발해 멀리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도 찰리 푸스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 이어졌다. “한국에 처음 와서 이 노래를 불렀던 때가 생각난다”며 건반 앞에 앉아 ‘데인저러슬리’(Dangerously)의 멜로디를 시작하자 1만 5000명의 관객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공연은 찰리 푸스가 최정상 팝스타가 된 이유를 온전히 증명한 자리였다. 대단히 화려한 무대 연출은 없었지만, 음악성과 천생 연예인 같은 끼로 버무려진 무대였다. 능수능란하게 창법을 바꾸고, 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보컬 실력에 관객들은 그의 모든 순간을 휴대폰에 담기에 바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협업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를 부르기 전엔 “새벽 3시에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더니 머리에서 계속 돌고 돌았다”며 “(가사처럼) 뭘 해야 할지 몰랐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손키스가 쏟아졌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베이스 사운드에 맞춰 리듬을 타고, ‘섬섬옥수’를 자랑하는 손가락으로 기타 소리가 들리는 키보드를 연주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듯 벅찬 표정을 짓는 찰리 푸스의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찰리 푸스에게 더 좋은 시간을 주려는듯 공연에선 휴대전화 플래시 이벤트가 이어졌다. 공연장이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 같은 풍경을 연출하자, 찰리 푸스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황홀한 표정으로 지었다.
앙코르 곡으로는 찰리 푸스의 히트곡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와 ‘시 유 어게인’이 이어졌고, ‘찰리 푸스 인 서울’이라는 글자와 무궁화, 태극기가 수놓아진 현수막이 등장하며 막을 내렸다. 찰리 푸스는 마지막까지 ‘조련사’였다. 그는 “여러분은 이번 투어에서 제가 경험한 가장 최고의 관객”이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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