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물려준다” 아버지 유언 녹화한 차남…대법원 “유언 인정안돼”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0. 22. 12:21
아들 둘에겐 땅, 딸들에겐 2000만원만
차남, 법원에 ‘무효’ 불복소송했다 패소
차남, 법원에 ‘무효’ 불복소송했다 패소
A씨는 부친 B씨가 생존해 있던 2018년 1월 그의 유언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차남인 A씨와 장남에게는 땅을 주고, 나머지 딸들에게는 현금 2000만원만 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B씨가 사망한 뒤 비디오 유언의 효력은 인정받지 못했다.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B씨 재산은 아들·딸들에게 법정 상속분으로 공평하게 나눠졌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B씨가 비디오 영상을 통해 증여의사를 내비친 만큼 해당 재산을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숨진 B씨의 차남 A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깨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B씨가 유언을 통해 증여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증여의 효력을 인정하려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앞서 원심인 2심 법원은 사인 간 증여가 맞는다며 형제들이 A씨에게 돈을 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제출된 영상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이어서 원고와 사이에서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며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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