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35m 미쳤다!' 하퍼 대포 폭발, 슈와버·리얼무토도 쾅쾅!…PHI, 2년 연속 WS 1승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뒀다.
필라델피아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6-1로 완승했다. 시리즈 3승2패로 우위를 점한 필라델피아는 이제 다시 홈구장으로 이동해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한 마지막 1승 수확에 나선다. 오는 24일 열리는 6차전에는 에이스 애런 놀라가 출격한다. 놀라는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에 등판해 3승, 18⅔이닝,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할 정도로 난공불락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나온 첫 원정팀 승리였다. 필라델피아는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잡고 상승세를 타며 애리조나 원정길에 올랐는데, 3, 4차전을 내리 지면서 잠시 기세가 꺾였다. 마무리투수와 셋업맨으로 중용한 크레이그 킴브럴이 3차전은 끝내기패, 4차전은 역전패를 허용하는 바람에 내상이 깊었다. 필라델피아는 5차전을 잡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는 카일 슈와버(지명타자)-트레이 터너(유격수)-브라이스 하퍼(1루수)-알렉 봄(3루수)-브라이슨 스톳(2루수)-JT 리얼무토(포수)-닉 카스테야노스(우익수)-브랜든 마시(좌익수)-요한 로하스(중견수)로 4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정규시즌 13승을 수확한 또 다른 에이스 잭 휠러였다.
애리조나는 코빈 캐롤(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페이빈 스미스(지명타자)-루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헤랄도 페르도모(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정규시즌 17승을 수확한 에이스 잭 갤런이었다.
휠러와 갤런의 에이스 매치에서는 휠러가 웃었다. 휠러는 7이닝 99구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치며 올해 포스트시즌 3승(무패)째를 챙겼다. 최고 구속 96.9마일(155.9㎞), 평균 구속 95.7마일(154㎞)에 이르는 직구(55개)로 윽박지르면서 스위퍼(14개), 커브(12개), 싱커(10개), 슬라이더(8개)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애리조나 타선을 요리했다.
갤런은 6이닝 93구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개인 포스트시즌 통산 2패(2승)째를 떠안았다. 직구(39개)와 너클 커브(19개), 커터(19개), 체인지업(13개), 슬라이더(3개) 등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면서 필라델피아 타선을 잘 잠재웠는데, 중요한 순간 거포들에게 던진 실투 2개가 뼈아팠다. 직구 최고 구속은 95.6마일(시속 153.8㎞)까지 나왔다.
필라델피아는 1회초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로 갤런을 흔들었다. 선두타자 슈와버가 3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고, 1사 후에는 하퍼가 중전 안타를 날려 1사 1, 2루가 됐다. 이어 봄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면서 2사 1, 2루가 됐다. 이대로 선취점이 어려워지나 했는데, 스톳이 우전 적시타를 날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계속된 2사 1, 3루 기회. 리얼무토 타석이 이어진 가운데 이중도루 작전이 나왔다. 1루주자 스톳이 2루를 훔치자 포수 모레노가 2루로 송구했는데, 그사이 하퍼가 홈 스틸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2루수 마르테의 홈 송구가 정확하지 않아 모레노가 포구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하퍼와 모레노가 심하게 충돌했다. 모레노의 뇌진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나 큰 부상 없이 경기가 재개됐다. 어쨌든 하퍼의 허를 찌르는 홈스틸로 필라델피아가 2-0으로 앞서 나갔다.
휠러와 갤런의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면서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는 상황. 이때 필라델피아 거포들이 움직였다. 6회초 선두타자 슈와버가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려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갤런이 급격히 영점이 안 잡히면서 볼카운트 2-0으로 몰렸고, 3구쨰 너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향했다. 슈와버가 이 실투를 놓칠리가 없었다.
슈와버는 이미 전날 열린 4차전에서 19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대 좌타자 최다 신기록을 작성했다. 슈와버는 하루 뒤 20번째 홈런까지 쏘아 올리면서 그가 왜 '미스터 옥토버(가을 사나이)'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슈와버는 20홈런 가운데 11개를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쳤다. 지난해와 올해 단 2시즌을 뛰면서 낸 성과였다. 필라델피아는 슈와버가 가을 홈런 기계로 활약한 덕분에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고, 올해도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슈와버는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만 홈런 5개를 쏘아 올리며 포스트시즌 역대 한 시리즈 최다 홈런 부문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다 기록 보유자는 넬슨 크루즈로 2011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만 6개를 쏘아 올렸다.
슈와버가 포문을 열자 하퍼도 지지 않고 홈런 레이스에 가담했다. 6회초 1사 후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올해 포스트시즌 5호포. 갤런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치열한 싸움 끝에 7구째 시속 94.4마일(151.9㎞)짜리 하이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타구 속도 112.4마일(180.9㎞), 비거리 444피트(135.3m)짜리 대포였다.
하퍼의 홈런으로 필라델피아는 단일 포스트시즌에 홈런 5개 이상을 친 타자 3명을 보유한 역대 3번째 팀이 됐다. 하퍼(5홈런), 슈와버(5홈런), 카스테야노스(5홈런)가 달성했다. 앞서 2022년 필라델피아(하퍼, 슈와버, 리스 호스킨스), 2017년 휴스턴(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코레아, 조지 스프링어)이 달성했던 기록이다. 필라델피아는 2년 연속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6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휠러는 7회말 선두타자 토마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초구로 스위퍼를 선택했는데, 우중월 솔로포로 연결됐다. 토마스는 4차전에서 필라델피아가 5-3으로 앞선 8회말 대타로 출전해 크레이그 킴브럴에게 동점 투런포를 뺏은 좋은 감을 이틀 연속 이어 갔다. 애리조나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 나온 대타 홈런이었고, 덕분에 애리조나는 6-5로 역전승했다. 덕분에 토마스는 5차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고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8회초 선두타자 하퍼가 2루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추가점의 물꼬를 텄다. 다음 2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2사 1루가 됐는데, 리얼무토가 좌월 투런포를 터트려 6-1로 거리를 벌렸다. 승기를 굳히는 쐐기포였다.
휠러가 역투를 펼친 덕분에 필라델피아는 불펜도 충분히 아낄 수 있었다. 불안했던 킴브럴 카드고 아끼게 됐다. 8회 제프 호프먼(1이닝)-9회 세란토니 도밍게스(⅔이닝)-맷 스트라움(⅓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무실점 릴레이투를 펼치며 승리를 지켰다.
애리조나는 9회말 2사 후 롱고리아의 볼넷과 페르도모의 안타로 2사 1, 3루를 만들면서 마지막 추격에 나섰다. 필라델피아는 도밍게스에서 스트라움으로 마운드를 교체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막고자 했고, 가장 까다로운 타자 캐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끝냈다.
필라델피아는 이제 1승만 더 하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지금 분위기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난해 아픔을 설욕할 기회를 얻을 듯하다. 휴스턴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5차전까지 치른 가운데 3승2패로 앞서 있다. 필라델피아와 마찬가지로 1승만 더하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다. 휴스턴이 텍사스를 제압하면 2021년부터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필라델피아는 휴스턴에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홈에서 1승을 추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에 2승4패로 밀려 준우승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슈와버와 하퍼의 타격감이 좋고, 휠러와 놀라가 버티는 투수진도 탄탄한 만큼 다시 한번 우승 반지를 얻을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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