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해변 아파트 63층 높이 건물은 뭘까?…근무자도 1명?
해저케이블 '이음새 없이' 생산…본고장 유럽서도 러브콜
세계 4대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인재 확보가 관건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 인근에는 아파트 63층(172m) 높이의 우뚝 솟은 건물이 하나 있다. 산업단지 안에 위치했고 'LS전선'이라는 이름 때문에 공장이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장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처럼 너른 대지 위에 길게 이어진 웅장한 건물이다. LS전선은 왜 공장을 서울 시내에 즐비한 고층 건물처럼 지었을까?
이유는 '기술력'이다. 건설사도 아니고, 건물 디자인이 특이한 것도 아니지만 기술력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술'이 건물의 높이에 숨어있다.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핵심 기술은 '최대한 이어 붙이지 않는 것'이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옮기는 역할을 담당한다. 10m짜리 케이블 10개를 연결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100m짜리 케이블을 뽑아내야 송전 과정의 각종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사업에 필요한 해저케이블의 길이는 수십km에서 수백km에 이른다. 케이블의 굵기는 성인 허벅지에 버금가는 30cm에 달한다. 무게는 1m당 30kg에 육박한다.
이런 거대하고 긴 케이블은 전기가 흐르는 '도체'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로 감싸 만든다. 액체 상태인 부도체를 도체에 부어 균일한 두께로 굳히는 게 관건이다. 공정 중 온도는 400도, 압력은 10bar다. 부도체가 액체 상태이다 보니 중력을 이용해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듯이 도체에 입히는 게 최적의 방법이다.
바로 LS전선이 지난 5월 아파트 63층 높이의 타워 공장을 완공한 이유다. LS전선이 처음 지을 때만 해도 글로벌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 중 가장 높은 타워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유럽의 경쟁 업체가 더 높은 타워 공장을 건설할 정도다.
생산 공정 과정에서 한 톨의 먼지라도 들어가면, 해저케이블에 전력이 흐를 때 터져버린다. 아무리 작은 불량이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동안 생산한 케이블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케이블을 사용할 예정인 국가 단위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자체가 연기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케이블을 이어 붙이지 않는 게 핵심 기술인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요즘같이 일교차 큰 날씨에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LS전선이 자랑하는 기술력이다. 이런 첨단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타워 공장을 운영하는 직원은 단 한 명이다.
동해에 공장을 만든 이유도 있다. 이런 해저케이블은 육상에서 만들어도 옮길 수 없다. 우리나라에 45톤 이상을 견디는 다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동해 공장에서 생산한 해저케이블은 X-RAY 검사를 거쳐 직경 40m인 '턴테이블'에서 돌돌 감아 보관한다. 이후 바로 앞 동해항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해저케이블을 옮기고, 항에 정박한 케이블 포설용 선박 'GL2030'에 싣는다.
승선 인원 60명, 4천 톤에 달하는 해저케이블 적재가 가능한 GL2030은 서해 비금도 해저케이블 포설 프로젝트를 위해 조만간 출항할 예정이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양광발전단지와 안좌도 사이 7km 구간에 전력케이블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LS전선이 최근 인수한 LS마린솔루션이 담당한다.
해저케이블 포설은 해저 바닥을 3~6m 파고 케이블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암반 구간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덮기도 한다. 지진이 발생해도 해저 지형 수십m가 끊어지는 정도만 아니면 케이블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LS마린솔루션은 바닷속 8~9m 아래에서도 포설 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같은 LS전선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는 원동력이다. 현재 대만은 최대 고객이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이 전체 전력의 20%를 차지하는 베트남에서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동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고, 미국은 물론 해저케이블 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협력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2009년 동해에 첫 공장을 준공할 때는 기술 하나 없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몸으로 부딪쳤지만, 이제는 '세계 4대'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로 우뚝 섰다.
향후 핵심은 인재 확보다.
LS전선 김형원 부사장(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은 "해상풍력 사업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인재와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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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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