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청춘낙하' 노래한 전환점 음반
인디 록 풍의 '물수제비' 열쇠곡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추락(墜落)은 청춘에게 진리가 아닌 작품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는 K팝 그룹 중 청춘을 가장 문학적으로 탐닉하는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이름의 장: 프리폴(FREEFALL)'에서 특히 심해처럼 매혹적이면서 두려운 청춘의 속성을 톺아본다.
앨범 타이틀에 포함된 '프리폴', 즉 '자유낙하'가 이번 음반의 열쇳말이다. 자유낙하의 사전적 풀이는 '정지돼 있던 물체가 중력을 받아 속력이 커지면서 지면을 향해 떨어지는 운동'이다.
앨범에 긴 호흡의 서사를 담아 소설처럼 풀어나가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소속사 하이브(레이블은 빅히트 뮤직)는 이번엔 현실을 향한 활강의 고통을 성장통에 빗댄 '그로잉 페인(Growing Pain)'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앞서 '하늘'이 아닌 '심해'라고 썼다. 보통 자유낙하는 하늘, 즉 공중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고래낙하(whalefall)'(리베카 긱스 '고래가 가는 곳' 인용)라는 말이 있다. 죽은 고래가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부패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차츰 해저로 가라앉는 고래의 사체를 200종이 넘는 생물체가 공유한다고 한다. 심해는 인류의 신개지가 아닌 생물의 터전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름의 장: 프리폴'에서 노래하는 '청춘낙하'는 하강하면서 수많은 젊음과 공유한다. 타이틀곡 '체이싱 댓 필링(Chasing That Feeling)'에서 고통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자유낙하하겠다고 해서, 그건 침잠이 아니다. 그건 활승(滑昇)을 위한 활강이다. '드리머(Dreamer)'에선 '오랜 미래의 꿈'인 이름을 마침내 찾고, '딥 다운(Deep Down)'에선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며, '해피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에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전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관은 주로 환상의 세계였다.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백 포 모어(Back for More)')고 노래하는 구간이 여전히 있지만, 삶이 불가해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이유가 반영됐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름의 장: 프리폴'은 전환점이다. 삶을 수동적으로 오독한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해독하는 과정. 그래서 자유낙하는 두렵지만 반드시 행해야 하는 무엇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음반의 열쇠가 되는 곡은 '물수제비'다. 인디 신의 샛별인 한로로(한지수)와 인디 밴드 '데카당' 진동욱이 주축이 돼 만든 이 곡은 서정적인 멜로디·불균직한 느낌의 사운드를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인디 록 풍의 곡이다. 물수제비에 요동치는 수면에 빗대어 삶 속 상처·아픔을 노래한 이 곡은 그럼에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활강과 활승, 추락과 비상(飛翔)처럼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동시에 담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그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번 음반이 새삼 증명하는 청춘에 대한 명제다.
이번 음반에서 '물수제비'와 얼터너티브 록 '블루 스프링(Blue Spring)'이 7번과 8번 트랙으로 나란히 배치된 점은 인디 팬들이 반갑게 즐길 요소다. '블루 스프링'이라는 제목 작법은 한자 '청춘'을 풀어내 영단어에 빗대 만들었다. 청춘은 푸를 청(靑(Blue), 봄 춘(春)(Spring)이 합쳐졌다. 빅히트 뮤직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팬덤 '모아'의 관계를 '우울했던(Blue) 나를 밝혀 준 봄(Spring) 같은 너'로 풀어낸다. 그런데 한로로를 스타덤에 올린 곡이 '입춘(立春)'이다. 그렇게 청춘에 들어온 젊은 뮤지션들은 저마다 다른 동심원을 그리는 물수제비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나아간다.
이번 음반은 메시지 측면 뿐 아니라 사운드에서도 주목할 요소가 많다. 인디 사운드로 균형 감각을 보여준 이번 음반은 세련된 팝 사운드가 가득하다.
미국 프로듀서팀 '록 마피아(Rock Mafia)', 미국 팝 록 밴드 '원리퍼블릭'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라이언 테더(Ryan Tedder)가 작업한 곡이 실렸고 미국 형제 보이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와 협업한 '두 잇 라이크 댓(Do It Like That)', 브라질 팝스타 아니타(Anitta)가 힘을 보탠 '백 포 모어(Back for More)'도 담겼다.
무엇보다 1990년대를 풍미한 보이그룹 '테이크 댓(Take That)',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같은 팝, 록, 댄스 등이 뒤섞인 영미권 보이그룹의 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풍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슈프림보이, 슬로우래빗 등 그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들이 탄탄히 직조한 사운드 위에 트렌드와 향수가 적절히 섞여 들어가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세련된 사운드가 완성된다.
더 이상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이름을 소속사 선배이자 전 세계적인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거대한 이름과 병치시켜 적을 필요가 없다. 이제 확실히 다른 동심원을 그려나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름의 파장(波長)은 다른 원을 그려나가고 '이름의 장' 시리즈는 한 장(章)을 완성한다.
한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름의 장: 프리폴'은 28일 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3위로 데뷔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틴 팝 슈퍼스타 배드 버니, 캐나다 힙합 제왕 드레이크의 신보와 경합해 거둔 성적이다. 전작인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테이션'이 해당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두 앨범 연속 '톱3'에 드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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