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S전선 동해공장, 아시아 최대 172m 타워 역할은?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美 공장 투자 결정 막바지"
[동해=뉴시스]이인준 기자 = 동해 바다와 인접한 초고층 생산 시설인 LS전선 동해공장의 'VCV(수직 연속압출시스템)' 타워. 이 곳은 2㎞ 떨어진 동해고속도로 위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전력케이블을 엿가락처럼 뽑아내는 타워 높이는 172m로, 건물 63층 크기다. 구리 도체 위에 XLPE(가교폴리에틸렌)로 피복을 입혀, 다른 전류나 열을 차단하고 부식과 균열을 막는 핵심 공정을 맡는다.
타워 높이는 곧 LS전선의 기술력이다. 저손실 전력 전송이 가능한 HVDC(고전압 직류송전) 해저 케이블은 지름 30㎝ 안팎의 케이블을 한 번에 수 십킬로미터까지 연속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번 생산에 나서면 반 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전선을 더 빠르게 제작하기 위해 전선을 중력 방향으로 늘어뜨린 채 제조하는 기술이 고안됐다. 이를 통해 케이블 원재료가 고르게 성형돼 완성품의 절연 품질도 높아진다. 김형원 LS전선 사업본부장(부사장)은 "현재 유럽에서 180m 타워가 지어지고 있어, 우리의 타워가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라며 "유럽과 경쟁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선을 꼬고, 합치고, 입히고…4개 공장이 한 몸처럼
동해항을 낀 연면적 27㎡ 부지에 4개 공장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가동된다.
각 공장은 '갱 웨이(Gang Way)'라고 불리는 통로로 연결돼 있다. 케이블은 여기서 전기동을 녹여 가늘게 만들고, 원하는 규격으로 선을 꼬고 합친 뒤 피복과 납 등 보호 재료를 입히기까지 총 6가지 단계를 밟아 만든다. 이 과정은 중간에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제작된다. 여상철 동해공장장은 "배에 실으려면 최대 1만톤, 150㎞가 한계지만, 이론상 생산할 수 있는 전선 길이는 무제한"이라고 밝혔다.
해저케이블은 일반 케이블과 비교하면 더 높은 신뢰도가 요구된다. 심해의 높은 수압과 자갈 등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데다, 한 번 고장 나면 수리 작업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 해저케이블은 전력케이블 3개와 통신케이블을 꼬아 만드는데 케이블 안에 이물질이나 기포가 들어가면 수중 폭발이 생겨 전선의 단락 가능성이 있다. 여 공장장은 "깔끔하고, 완벽하게, 신중히 만들어야 고객 신뢰를 얻는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완성한 케이블은 대형 턴테이블에 국수 사리처럼 감아 두었다가 이후 배에 실어 고객이 있는 전 세계로 수출한다. 공장에서 동해항까지는 불과 700m 남짓. 이날도 전북 신안 비금도로 가는 7.2㎞ 길이의 154kV 케이블이 선박 안에 실리고 있었다.
이 같은 케이블 선박 적재는 자세히 눈여겨 봐야 감지할 정도로 아주 느린 속도로 이뤄진다. 김동욱 LS마린솔루션 차장은 "전선 한 줄을 싣는데 짧게는 2~3일부터 최대 보름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케이블에 변형이 생겨 전기적 특성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 곡률반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LS전선의 업계 신뢰도는 수주잔고가 입증한다. 올 상반기 에너지 부문 수주잔고는 5조4711억원어치로, 2019년 6774억원 대비 8배 수준이다.
해저시장 본격 공략…“美 공장 설립 확장”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해저케이블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일반 전선에 비해 3~4배 이상 비싸다.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올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2.5%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은 치열하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국가 간, 나아가 대륙 간 전력거래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LS전선의 주요 경쟁사인 프리즈미안, 넥상스 등은 HVDC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선점하고 도체·공정·운전 온도·송전 용량을 차별화하는 수준에 진입했다. 반면 중국 ZTT그룹, 닝보 오리엔트(Ningbo Orient) 등 중국 후발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기술 추격에 나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초대형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는 등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LS전선은 해외 생산시설을 적극 확대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판가 경쟁을 위해, 15~20%를 차지하는 운송비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형원 LS전선 부사장은 "미국은 이제 막 해상풍력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가장 먼저 투자할 국가다"며 "미국 투자 결정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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