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3국 교역량, 코로나 직전 대비 62% 증가…에너지·전기차·방산 협력 유망"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와의 협력 유망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을 제시했다.
이들 국가는 중동지역 중 한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3개국이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6%를 책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이들 3개국의 지난해 교역량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61.6%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대(對) 세계 교역 증가율인 35.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 82.1%(수입 90.7%·수출 31.6%), UAE 56.2%(수입 72.3%·수출 14.3%), 카타르 27.6%(수입 27.1%·수출 47.6%)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기준 사우디로부터 원유(376억7000만달러·90.4%)를 가장 많이 수입했다. 자동차(12억4000만달러·25.5%), 선박(3억7000만달러·7.7%), 무기류(2억8000만달러·5.8%) 순으로 많이 수출했다.
UAE로부터는 원유(92억3000만달러·59.5%), 나프타(42억8000만달러·27.6%), 천연가스(6억4000만달러·4.1%)를 많이 수입했고 자동차부품(3억4000만달러·8.5%), 무기류(2억9000만달러· 7.4%) 자동차(2억5000만달러·6.4%)를 많이 팔았다.
카타르에서는 천연가스(85억달러·51.3%), 원유(48억9000만달러·29.5%), 나프타(24억4000만달러·14.7%) 등을 많이 수입하고 철강관(1억1000만달러·20.7%), 자동차(6000만달러·10.4%) 등을 많이 수출했다.
대한상의는 이들 국가들과의 협력 유망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을 꼽았다. 태양광·수소 등 미래에너지 산업은 3국 모두 국가 주도로 강력하게 육성책을 펴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국가 발전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했다. UAE는 'UAE 에너지 전략 2050'을 통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발전비율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4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도 2030년까지 총 전력 수요의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카타르 비전 2030'을 내놓았다.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중동 지역의 경우 풍부한 일조량 등 우수한 기후 조건과 비교적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인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 수소 생산시설 확충에 최적화돼 있다"며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기술 경쟁력과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능력을 부각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중동지역에 진출할 기회가 충분히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중동에서 열릴 전기차 시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 및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자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투자·협력을 확대 중이다.
카타르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UAE의 경우는 2019년(1억달러) 대비 지난해 전기차 수입액(13억9000만달러)이 3년 만에 13배 이상 증가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실장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은 국가들이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 육성에 나선 것처럼 3국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기업 유치와 수요 진작에 나서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전기차 시장 초기 단계에서 상품성 높은 전기차로 시장 선점을 통해 전기차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고 현지 생산기지와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중동 지역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의 경우 중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니파·시아파 갈등 등 분쟁이 잦고 풍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어 세계 최대 무기 수입지역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 2위가 사우디(세계 전체 무기 수입량의 9.6% 차지), 3위가 카타르(6.4%)였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사우디와 카타르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높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우디, 카타르의 국방비 지출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우리 방산산업의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무기는 가격경쟁력이 뛰어고 무기 납품속도가 매우 빨라 중동시장에서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방산 분야와 연계 시 중동지역 내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동 3국은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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