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시험대 오른 '명장' 김태형, 김성근 류중일 김재박 선동열도 새 팀에선 참담한 실패, 화려한 경력은 재취업 참고자료일뿐
LG 트윈스는 2017년 말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3년 총액 21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 당시 감독 최고대우로 예우했다. 우승에 목말랐던 LG는 삼성을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우승 제조기'가 필요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을 한 '삼성맨'을 영입했다.
류 감독의 경력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2011~2015년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 2011~2014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했다. 최고의 시간이 영원할 순 없다. 류 감독은 2016년 시즌을 9위로 마감하고 팀을 떠났다. 다들 반드시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했다. LG가 손을 내밀었다
LG는 류 감독 체제로 재도약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사령탑 첫해인 2018년, 8위로 내려앉았다. 2019~2020년 2년 연속 4위를 하고 물러났다. LG가 류 감독을 모셔오면서 기대했던 성적과 거리가 있었다.
'왕조'로 불리는, 강력한 팀을 만들어 전성기를 만들었던 감독 중 대다수가 다른 팀에선 실패했다.
현대 유니콘스를 4차례 우승으로 이끈 김재박 감독. 2007~2009년 3년간 LG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2007년 8개 팀 중 5위, 2008년 8위, 2009년 7위를 했다. 현대에서 778승36무613패-승률 5할5푼9리, LG에서 158승10무217패-승률 4할2푼1리를 기록했다.
삼성 감독으로 두 차례 통합 우승을 한 선동열 감독도 비슷한 길을 갔다. 2012년 KIA 타이거즈 사령탑에 올랐는데, 3시즌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를 못했다. 2012년 5위, 2013~2014년 연속 8위를 했다.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 시절에 3차례 통합 우승을 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있다가 한화 이글스의 부름을 받았다. 계약 기간 3년을 못 채우고 짐을 쌌다. 김 감독의 한화는 2015년 6위, 2016년 7위를 했다. 구단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다가 3년차 중간에 경질됐다.
'해태 왕조'를 일군 김응용 감독은 삼성으로 옮겨 2002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삼성 구단 사장을 거쳐 2013년 한화 감독이 됐지만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김응용 감독의 한화는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김인식 감독도, 조범현 감독도 새 팀에선 성과를 못냈다.
우승을 경험한 또 한명의 지도자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일 롯데 자이언츠와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 6년 전 류중일 감독보다 금액이 많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승부사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두산 감독으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2015년부터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러나 끝이 안 좋았다. 2022년 9위를 하고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롯데와 계약한 직후 구단을 통해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그가 두산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를 롯데에서 낼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 이전 성적은 어디까지나 재취업에 영향을 주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길을 찾아가야 한다.
지휘봉을 잡은 시점에서 두산과 롯데는 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두산은 김 감독이 선수. 코치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팀이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 팀 분위기, 선수 구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반면, 롯데는 그에게 매우 낯선 팀이다. 상대팀 감독으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지켜봤다고 해도 속속들이 알긴 어렵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도 두산은 전력이 탄탄했다. 성공적인 육성으로 좋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5→3→2→6위를 했다.
2013년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승1패로 앞서다가 3연패를 당하고 물러났다.
롯데에는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유망주가 많다. 길게 끌고가지 못했지만 무서운 기세를 이미 보여줬다. 지난 4월 폭발적인 힘을 쏟아내며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투타 밸런스가 안 좋다. 전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10→7→8→8→7위. 최근 5년간 롯데 성적이다. 두산과 달리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새로운 팀에서 지도자가 성과를 내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감독 개인의 역량만으로 성적을 내긴 어렵다. 가장 중요한 운도 따라줘야 성적을 낼 수 있다.
롯데는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못 한 팀이다.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명장 소리를 들었던 김 감독이 롯데에서 성과를 낸다면, 최고 지도자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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