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증중고차 판매 ‘시동’...車시장 흔들 ‘대물’ 온다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3. 10. 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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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내 완성차업체 첫 중고차 판매 개시
팰리세이드·제네시스 등 품질 항목 인증 후 시판
‘소비자 불안’ 기존 시장 공략...“그룹 전반에도 영향”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상품화동에서 상품화 전담 인력이 매입한 중고차에 대해 272개 항목의 정밀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국내 시장 규모만 30조원에 육박하는 중고차 시장에 ‘대물’이 등장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현대차)가 중고차 판매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을 넘어 자동차 업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현대차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팰리세이드, 제네시스G80 인증 중고차에 대한 시판에 들어간다. 해당 인증중고차는 현대차 양산센터에서 상품화 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을 마친 제품이다.

■ “車만 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한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소재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열고 인증중고차 판매 모델과 향후 시장 진출 전략 등을 소개했다.

유원하 현대차 부사장(아시아대권역장)은 이날 “현대차는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care) 한다’는 철학 아래 인증중고차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중고차 판매를 넘어 고객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해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중고차판매업을 제외하면서 현대차 측은 중고차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고차 매집에서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른 중고차 사업 전 과정에 자체 인프라를 마련하며 신사업 진출을 단계별로 준비해왔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등 현대차 주력 차종들의 중고차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차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는 90여만대로, 전체 중고차 거래에서 약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로는 최초로 질 높은 ‘제조사 인증중고차’(Manufacturer Certified Pre-Owned)를 적용해, 신뢰도가 높은 중고차를 고객에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 수요는 그동안 늘었지만 불건전한 유통 방식과 불신감이 큰 성능 인증 등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21년 10~11월 최근 1년 이내 중고차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중복응답)를 한 결과, ‘국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79.8%는 ‘허위·미끼 매물’이라고 답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또 ‘불투명한 중고차 가격정보’라는 응답은 71.7%,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라고 답한 비중은 59.5%이었다.

■ ‘낮은 소비자 신뢰’ 기존 중고차 시장 공략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유원하 부사장(사진 오른쪽에서 첫번째), 국내지원사업부장 남원오 상무(왼쪽에서 첫번째), 국내CPO사업실장 홍정호 상무(오른쪽에서 두번째), 고객서비스솔루션실 하이테크랩 손선익 명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9일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첫 공개된 팰리세이드 인증중고차와 제네시스 G80 인증중고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도입한 중고차 인증제도는 현대차 모델의 경우 272개 항목,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을 진단·검사해 국내 최대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판매 대상 차량을 연식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상용차는 제외)으로 한정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은 “국내 최다 수준 진단·검사를 거쳐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한다”며 “이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전체 중고차 시장 규모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을 위해 경남 양산과 경기 용인 등 전국 2곳에 ‘인증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를 가동하고,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주요 권역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또 중고차 공급뿐만 아니라 판매채널 투명화와 모바일 앱 및 웹사이트 중심으로 고객의 편리성과 혁신성을 높인다는 전략도 짰다.

현대차는 제조사로서 보유한 차량 관련 각종 데이터와 외부기관 데이터를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과 ‘인공지능 가격산정 엔진’(AI Pricing Engine)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보의 비대성을 줄이며 중고차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 불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 신차 구입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는 ‘내차팔기’ 서비스도 선보인다. 차량 연식 8년 미만, 주행거리 12만km 미만 차량이면 자신이 타던 차량을 내차팔기 서비스를 통해 매각을 신청할 수 있다.

■ 연 30조원 시장에 파급…“계열사에 긍정 시너지”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존 시장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 및 업계 전반에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반발했던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갈등 해소와 새로운 협력관계 모색은 또다른 과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매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도 관련 계열사에도 긍정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중고차 정비용 순정품 AS사업,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도매 경매 사업에서 영향력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월 하나증권 중고차 시장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실질 거래 대수는 2021년 기준 약 253만대 수준으로 시장 규모는 약 2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평균 1%대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2024년 거래 대수는 261만대, 시장 규모는 약 2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가능하다”면서 “종합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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