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사태 이어 영풍제지 주가조작 ‘방치’한 키움증권
키움증권이 SG발 주가폭락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에도 구설수에 올랐다. 영풍제지 주가 폭락으로 4900억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했는데 이는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보다 많은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피의자들이 키움증권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이 적극적으로 개인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조치와 리스크관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영풍제지 주가 폭락으로 미수금이 4943억원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영풍제지 시가 총액(18일 종가 기준 1조5757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키움증권에서 미수가 발생한 계좌는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금액으로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한 비정상적인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이번 주가조작 세력들이 키움증권에 계좌를 개설해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신한투자 등 주요 증권사는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금융당국이 거래를 정지한 지난 19일에야 100%로 올렸다.
증거금률이 40%라면 현금 40만원으로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나머지 60만원(60%)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후) 전까지 납부하면 된다(미수거래). 투자자가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반대매매)한다. 증거금률이 100%라면 현금으로만 주식을 살 수 있고 미수거래는 불가능하다.
증권사 대부분은 영풍제지 주가가 올해만 700% 넘게 오르자 증거금률을 높여서 미수거래를 차단하고 주가 폭락에 따른 위험에 대비했지만 키움증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 얘기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로 미수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시세조종과 주가 폭락 사태로 거래가 정지됐던 종목 대부분은 거래 재개 후 며칠 간 하한가를 기록했던 만큼 일정 규모의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는 여러 증권사에서 거래가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키움증권에서만 깡통 계좌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내부 리스크 관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앞서 SG발 주가 폭락 사태에 악용된 차액결제거래(CFD)의 소비자 보호 조치도 미흡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키움증권 등 3사를 검사한 결과 CFD 계좌를 개설할 때 실지 명의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발 주가 폭락 사태 주요 피의자인 라덕연씨(42·구속)의 주가조작을 알고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을 처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키움증권은 개인고객과 접점이 많은 리테일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 유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한 것이 잇달아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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