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동물이나 찍고 있냐”는 말 들으며 만든 다큐

김지숙 2023. 10.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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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카프랄로프 감독 가족의 개 '니카'는 혼란스러운 피난 도중 실종된다.

니카를 찾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감독의 카메라는 어느덧 동물을 돕기 위한 수의사, 작가, 시민들의 운동을 기록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임 감독 또한 "서울동물영화제와 동물권행동 카라도 우크라이나 동물들을 돕기 위한 방법이 있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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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서울동물영화제 개막작 다큐 ‘니카를 찾아서’
카프랄로프 감독 “동물 구조 여전히 진행 중”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실종된 반려견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며 그 과정에서 동물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카프랄로프 감독 가족의 개 ‘니카’는 혼란스러운 피난 도중 실종된다. 어린 시절부터 니카와 함께 살아온 감독은 당시 공습 지역에서 6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니카를 찾기 위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되돌아간다.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개막작 ‘니카를 찾아서’(Searching for Nika)는 실종된 반려견을 찾는 과정을 통해 전쟁이 동물과 사람들에게 미치는 끔찍한 영향을 보여준다. 작품은 니카를 찾는 여정뿐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동물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폭격이 계속되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이미 폐허가 된 건물 속에 남겨진 고양이들을 구조해 반려인에게 인도한다. 홀로 남겨진 사자와 집 잃은 순록을 구조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니카를 찾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감독의 카메라는 어느덧 동물을 돕기 위한 수의사, 작가, 시민들의 운동을 기록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20일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서울동물영화제(SAFF) 토크 프로그램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 재난과 동물구조’에서 임순례 감독(왼쪽)이 진행하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20일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서울동물영화제(SAFF) 토크 프로그램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 재난과 동물구조’에 스타니슬라프 카프랄로프 감독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동물들의 안위는 어떠할까. 20일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홍대에서 서울동물영화제(SAFF)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인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 재난과 동물구조’가 열렸다. 서울동물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순례 감독이 진행하고, 다큐 ‘니카를 찾아서’를 연출한 스타니슬라프 카프랄로프 감독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영화제 쪽은 카프랄로프 감독의 내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전쟁 상황 탓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먼저 임 감독은 이 작품이 8월 열린 제20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2023)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고, 영화관 상영은 이번 서울동물영화제가 최초인 점을 들어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고 소개했다. 임 감독은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전쟁의 공포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며 “만약 전쟁이나 재난의 상황 때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피시켜야 할지 또 동물활동가로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깊은 고민과 공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약 60분간 진행된 토크는 주로 관객의 질문과 카프랄로프 감독의 답변으로 이어졌다. 관객석을 채운 160여명의 관객은 끝까지 좌석을 떠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과 구조 활동,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실종된 반려견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며 그 과정에서 동물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실종된 반려견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며 그 과정에서 동물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카프랄로프 감독에 따르면, 현재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었던 키이우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하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역의 동물들이 여전히 전쟁으로 인한 먹이 부족, 부상, 실종 등의 위험에 처해있다. 감독과 자원활동가들은 이런 동물들을 구조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감독은 다큐 활영 중 폭격으로 상처를 입었으며, 자원활동가 2명은 목숨을 잃었다.

카프랄로프 감독은 “보통 전쟁 상황에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영화를 찍으며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당신은 동물들이나 찍고 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이나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여러분의 반려동물을 꼭 함께 데려갔으면 좋겠다. 동물을 사람의 아기처럼 소중히 여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우크라이나 동물의 구조와 동물활동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싶다면 ‘니카를 찾아서’ 누리집(https://searchingfornika.com/)에서 후원법을 참고하면 된다. 임 감독 또한 “서울동물영화제와 동물권행동 카라도 우크라이나 동물들을 돕기 위한 방법이 있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니카를 찾아서’는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23일까지 볼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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