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 10년간 5차례 폭행 사건…부끄러움은 시민 몫?

전남CBS 최창민 기자 2023. 10.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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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도심 한복판 동료 의원 폭행사건
의장이 주먹으로 안경 쓴 동료 의원 얼굴 가격도
욕설과 폭언 멱살잡이 기본..전화기 던져 폭행도
순천시 공무원 55% "시의원 갑질 경험"
일상적 갑질 문화 전반 근본적 성찰해야
전남 순천시의회 회의 전경. 순천시의회 제공


전남 순천시의회 중진 의원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욕설과 드잡이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원 간 폭행 사건이 지난 10년 간 5차례나 반복되면서 비난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22일 순천시의회와 순천시 등에 따르면 순천시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 2명은 지난 18일 전남권 의대 설립 촉구 집회 참석을 위해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가 동료 의원과 시 집행부 공무원 등 20여 명이 보는 앞에서 서로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퉜다.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운영위원장 A의원(66)은 당초 집회 장소였던 서울 용산 일정에 여의도 국회 앞 순천갑지역위원장 소병철 의원의 삭발식 참석 일정을 끼워넣었다.

이에 상임위원장 B의원(51)이 예정에도 없는 의원 삭발식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며 따지면서 시비가 붙었고 5분 넘게 두 의원 간 고함과 욕설, 드잡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의원은 "내가 배지 떼면 가만 안 두겠다"며 막말을 했고, B의원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운전기사를 향해 "차를 세워라", "차를 돌려라"고 소리를 지르며 운전 방해에 가까운 언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은 같은 순천 지역 민주당원이지만 A의원은 갑지역위, B의원은 을지역위(위원장 서동용 의원)로 각각 정치적 입장이 달라 사사건건 현안마다 충돌해왔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순천시의회 의원들 간 폭행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 새벽 0시쯤 순천의 한 도심 한복판에서 C의원이 동료인 D의원과 E의원을 폭행해 이중 한 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C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점포가 입주해 있는 시장 시설비 예산 5천만원이 시의회 예결위에서 삭감되자 이에 불만을 갖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C의원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순천시의회 윤리특위는 '출석정지 10일'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2014년 11월 25일 F의장은 의장실에서 시민단체 방청 문제로 논의를 벌이던 중 G위원장을 밀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서너차례 때렸다.

G위원장은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고 입술 주변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16년 11월 25일 H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의장실에서 예산결산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던 도중 I여성의원에게 폭언하고 이에 항의하는 J의원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이 벌어졌다.

I의원은 의회 일부 의원들이 속칭 '카드깡'을 통한 업무추진비 횡령 혐의로 경찰에 무더기 입건되자 이들을 예결위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했고 H의장의 폭언을 들은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2019년 1월 4일 의장실에서 열린 의장단 회의에서는 K위원장이 L의장에게 욕설이 섞인 고성과 함께 전화기를 집어던져 어깨를 가격하는 폭행이 벌어졌다.

K위원장은 전문위원 인사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의회 정병회 의장. 순천시의회 제공


이처럼 순천시의회에서 유독 의원 간 폭행 사건이 빈번하면서 시의회 의정 활동과 갑질 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순천시지부는 2020년 11월 조합원 대상 순천시의회 의정 활동 평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의원들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갑질 유형은 권위적인 태도가 34%로 가장 많았고,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자료요구 23%, 각종 이권개입 20%, 처리 불가 민원 반복요구 15% 순이었다.

지난 7월 순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시청 간부 공무원들에게 무례한 태도로 질의응답을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한 의원은 질문 중 반말을 하거나 담당자의 답변을 듣고 비웃음을 보이는가 하면 답변을 자르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청사 방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던 상황에서 시의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기강이 해이해졌다며 담당 직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순천시 노조는 성명을 내어 "일부 의원들의 발언과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무례하고 비상식적"이라며 "직원들은 허탈하고 의욕 상실과 자괴감, 의회에 대한 적대감마저 든다"며 해당 시의원들과 순천시의회 의장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에 정병회 순천시의장은 지난달 17일 "지난 7월 의회 업무보고와 관련한 의정 활동 중 공직자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는 순천시의회의 욕설과 폭행, 갑질 사태에 개별 의원들 자질 문제와 함께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공무원을 무시하는 일상적 갑질,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실종된 상호 존중과 기본예절, 눈감고 넘어가는 제식구 감싸기 등 의회 문화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 안팎에서 순천시의회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 기회에 시의회 윤리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의원들에 대한 강한 징계를 통해 반복되는 폭행 사건의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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