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 대출 더 늘어"···이달 가계대출 3.4조↑ 늘어 2년 만 최대

박성호 기자 2023. 10.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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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계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단기간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줄이지 않고는 대출 증가세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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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경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계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 7321억 원으로 지난달 말(682조 3294억 원)보다 3조 4027억 원 더 늘었다. 이달 들어 20일 만의 증가 규모가 이미 2021년 10월(3조4380억 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 6814억 원이 늘면서 대출 잔액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 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871억 원이나 늘어 2021년 11월 이후 1년 11개월만에 반등하고 있다.

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늘고 있음에도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3.9~6.49%와 비교해 하단이 0.34%포인트 뛰면서 4%대로 올라섰고 상단도 0.235%포인트 상승하면서 또 다시 7%대를 넘보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한 달 만에 상·하단이 모두 0.060%p씩 올랐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한 탓인데, 실제로 은행채 5년물과 1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각각 0.270%포인트(4.471→4.741%)와 0.06%포인트(4.048→4.108%) 상승했다.

앞으로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단기간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시중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금리 인상을 외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중 은행들은 최근 가산금리를 늘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은행채의 발행 한도 폐지 역시 채권 시장에서 은행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금리 상승세에도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부동산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10월은 전통적인 이사철이어서 전세 등 이사 수요가 많은데다 최근 집값이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서둘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04.5로 8월 이후 두 달 연속 100포인트를 넘어섰다. 100포인트가 넘을 수록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중개업소가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줄이지 않고는 대출 증가세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내년 하반기 집값이 반등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바닥론이 나온다"며 "집값은 상승할 테니 금리가 조금 오르더라도 개의치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시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된 것이 많아 결국 부동산 가격 문제와 같다"며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차입)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이자)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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