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남궁민의 결정적 팜 파탈은 안은진? 아니면 이청아?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10.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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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프랑스어 팜 파탈, 혹은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악녀’ ‘요부’의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원래는 ‘파란만장한 운명을 타고나 남자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여성’을 의미한다. 거창하게는 망국을 초래한 달기, 포사나 일리아드의 헬레나 등 ‘경국지색’의 주인공들부터 미실, 정난정, 장녹수에, 성경 속 데릴라, 살로메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도 팜 파탈은 등장한다. 청태종 홍타이시의 총애받는 딸 각화(이청아 분)가 그렇다. 21일 방송분에선 이장현(남궁민 분)의 등판에 급기야 화살을 꽂아버렸다. 그 직전엔 제 서방인 차하르 왕자를 제 손으로 죽였다고 고백도 했다.

물론 각화는 창작된 인물이다. 11남 14녀를 슬하에 두었던 홍타이시에게 그런 이름의 딸은 없었다. 많은 딸들이 몽골왕족 보르지긴가에 시집가긴 했지만 남편이 2명였던 황녀는 차녀 마객탑 뿐이다. 1641~1642년 사이 벌어진 송산전투가 배경이니 1625년생 마객탑은 16~17세. 당시의 조혼을 감안하면 모델이 됐을 만은 하다.

어쨌거나 각화는 자신이 마음에 둔 장현의 사랑 길채(안은진 분)의 존재를 알아버렸고 장현이 포로시장서 기껏 빼내온 길채를 황실의 시비로 삼아버린다. 그리고 선처를 호소하는 장현에게 “차라리 사자에 찢겨 죽는 것을 볼 지언정, 내가 갖고 싶은 사내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지 않는다.”며 소유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황제의 명으로 속환된 길채를 놓고 이장현에겐 목숨을 건 내기도 제안한다. “저 포로를 먼저 잡는 이가 이기는 거야. 내가 이기면 너도 살고 여자도 산다. 대신 저 여자는 평생 내 종이 될 거야. 만일 네가 이기면 여자는 속환시켜주지. 대신 너는 죽어. 둘 다 사는 길을 택하겠어? 니가 죽는 길을 택하겠어?”

그리고는 장현의 말을 칼로 찔러 주저앉힌 후 앞서 출발하도록 명한다. 길채를 향해 죽기살기로 달려가는 장현. 그 뒤를 말 위에서 활을 쏘며 쫒는 각화. 당연히 말 위의 각화는 길채를 잡을 수 있었지만 대신 장현에게 살을 날린다.

둘 다 살 수 있는 길을 제안했는데도 고작 길채의 자유를 위해 제 목숨을 거는 장현이 미웠을 것이다. ‘네가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불뚝심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짐처럼 장현의 명줄을 끊어놓지는 못한다. 여전히 장현이 아깝고 아직 장현을 소유할 기회는 남았다고 생각해서다. 길채에게 살을 날리지 않은 것도 그랬다간 영영 장현을 얻을 기회가 사라질 것을 알아서리라.

각화는 악을 쓰며 이장현의 안부를 묻는 길채에게 “내기에서 졌으니 속환해주겠다.”면서 “속환해 주는 것은 이장현을 얻기 위해서다. 두고. 봐 언젠가 이장현은 내 것이 될테니.”라 답함으로써 그 심사의 일단을 드러냈다.

각화가 이처럼 소유욕으로 똘똘 뭉친 악녀 이미지의 팜 파탈이라면 길채는 파란만장한 운명을 타고나 장현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팜 파탈이라 할 수 있다.

경은애(이다인 분)는 말했다. “길채는 샘 많고 욕심 많고 정도 많은 아이”라고. 길채의 이런 성정이 항상 그녀로 하여금 장현을 떠나게 만든다. 능군리에선 가질 수 없는 남자 남연준(이학주 분)에 대한 시샘으로 장현에게 곁을 주지 않았고, 강화도에선 그럼에도 장현이라면 나를 구하러 와주리라는 욕심이 배반 당했다고 믿어 장현을 밀쳐냈다. 사주단자를 받아놓고 야반도주 하던 중엔 가족에 대한 정에 발목 잡혀 장현을 떠나보냈다.

그러고나면 후회는 항상 버려진 장현의 몫.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장현은 넋두리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소. 그 때 그댈 남겨두고 남한산성에 가서는 아니되었던 것인지.. 그 때 그댈 두고 심양에 와서는 아니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때 당신이 날 버렸을 때...”하다 말을 못 맺는다. 부질없다. 길채는 더 이상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남의 여자다. “청나라 호부에서 증명서만 받으면 속환이 마무리 됩니다.”라고 말을 돌려보지만 그렇다고 길채가 있는 방 문 앞을 떠날 수도 없어 그 자리서 잠이 든다.

장현은 늘 다가가고 길채는 늘 떠나가고 장현은 끊임없이 길채를 생각하고, 길채는 끊임없이 장현을 정리하고... 장현이라고 그 부조리를 모를까?

장현이 각화에게 말했다. “세상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지요. 아무리 다짐하고 다짐해도 끝내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일.” 장현에게 길채는 갖자고 갖자고 다짐해도 가질 수 없고, 잊자고 잊자고 다짐해도 잊을 수 없는, 뜻대로 되지 않는 그런 일인 것이다.

그리고 장현에게 화살을 날리고서야 각화도 장현이 말한 그런 일에 대해 단서를 얻는다. “좋은 경험을 했어, 처음으로 내가 원해도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알았거든.”

이장현도 두 여인의 공통점을 깨달은 모양이다. 밤 사냥길. 각화가 “내가 오라면 오는 걸 보면 내가 싫지는 않은가 보지?” 물었을 때 장현이 답한다. “전하를 보면 가끔 누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누구는 당연 길채일 것이고 장현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두 여인네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어진 대화. “여자가 있어?” “예. 절 버리고 다른 놈한테 시집갔죠.” “헌데도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다짐하고 다짐해도 마음처럼 안되는 일이 있지요.”

각화는 길채를 향해 자신이 장현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 하면서도 속으로는 꼭 그렇게 풀리지는 않을 것임을 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이 현실이 됐을 때 각화는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 길채는 그런 외적 힘은 없지만 이미 장현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한 내면의 폭군이 되어있다.

두 팜 파탈 사이에 끼여 버린 장현의 처지가 얄궂다. 길채와 각화 두 구름 중 어느 구름에 장현을 파멸로 이끌 비와 낙뢰가 숨어있을까?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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