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금융레이다] 국감서 울컥한 이복현 "그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김경렬 2023. 10. 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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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나 자료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가게 되는 간단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감 자리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동굴 안에만 사는 사람은 동굴 밖에 있는 물체의 그림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그림자를 보고도 '진짜'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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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금융감독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많은 정보나 자료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가게 되는 간단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지난 17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불빛은 밤늦게까지 커져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현장국감이 있던 날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감 자리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동굴에 비친 그림자'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였던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실린 유명한 비유적 표현이다. 동굴 안에만 사는 사람은 동굴 밖에 있는 물체의 그림자만 볼 수 있다. 그림자를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동굴 밖에 있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그림자를 보고도 '진짜'를 놓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불법 공매도 최초 적발'이라며 그의 공로를 치켜 세웠다. 이 원장은 이번 적발에 대해 과거보다 큰 과징금, 형사처벌 등 엄정 조치를 다짐했다.

훈훈했던 문답의 말미에 이복현 원장은 "이런 비슷한 것을 또 적발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동굴 밖의 실상을 다 파악하진 못했다는 고백이었다. "범죄자들이 이미 돈을 싸들고 도망간데다, 드러나지 않은 관행에 대한 처벌 형평성을 따져 강력한 제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얼추 맞았던 셈이다.

이날 금감원 국감의 최대 현안은 '가계대출 감독방향'이었다. 가계 부실 우려, 빚 폭탄, 차주 한숨, 허리휘는 서민경제, 연체율 껑충 등. 가계대출 기사들이 쏟아져 포탈을 가득 메웠다. 수개월째 계속된 금리 인상이 차주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이 늘면 서민경제도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필력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가계대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감독 방향이 대출 증가세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문제가 한 곳이 아닌 여기저기에서 터진 그간의 상황을 빠르게 대처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의원님." 김 의원이 답변을 듣고도 같은 지적을 제기하자 이복현 원장이 울컥하며 내뱉은 말이다.

이 원장을 보면 조선시대 진정한 충신으로 꼽혔던 어사(御史) 박문수가 떠오른다. 정쟁으로 사이가 틀어진 '조관빈'이 역모로 옥에 갇혔을 때 박문수는 "그가 큰 재목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원한을 앞세워 큰 나무를 베어버린다면 오히려 나라를 망치는 꼴이 됩니다"며 조관빈을 구했다.

검사 시절의 이복현 원장은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등 성역없는 수사로 이름을 날렸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삼성그룹 승계 문제 등 사건을 다뤄 정경유착을 멀리하는 정의로운 검사로도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보여주기식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더 역량을 쏟으면 어떨까 한다. 심경은 복잡하고 할 일은 많다하더라도, 금감원의 정책방향을 명확히 하는 게 급선무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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