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같이 믿은 ‘아버지 재산 유언 영상’...법원이 ‘무효’라고 한 이유
22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이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부친은 지난 2018년 1월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면서 자신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두 아들에게 나눠 주고 다섯 딸들은 장남에게서 2000만원씩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은 망자의 차남인 A씨가 촬영했다.
하지만 이 유언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됐다,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말한 뒤 자신의 성명과 유언을 남긴 날짜를 구술해야 한다. 증인도 필요하지만 이 영상을 촬영하는 자리에는 A씨와 부친뿐이었다.
그러자 A씨는 사인 간 증여를 주장했다. 이 동영상 촬영분을 근거로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분이 완료된 재산을 다시 나눌 것을 요구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주기로 약속하고 사망 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이다. 유언과 달리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한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통영지원(차진석 판사)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반면 2심 창원지법 민사2부(홍득관 판사)는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사인 간 증여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결을 재차 뒤집었다.
대법원은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이어서 원고와 사이에서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며 “사인증여의 해석에 있어 나머지 상속인과의 형평을 해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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