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발레리나’에 동성애 코드? 女의 우정일 뿐”[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0. 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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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종서,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전종서의 눈에 또 한 번 섬광이 튄다. 누군가는 눈이 돌았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전종서였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고도 한다. ‘옥주’(전종서)와 ‘민희’(박유림) 사이 애매한 감정의 줄타기도, 그가 표현했기에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혹자는 그걸 동성애라고 생각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그저 여성의 우정일 뿐이죠. 여자들의 우정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한단어로 형용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정과 사랑 사이 미묘한 것들을 그냥 미묘하게 둬도 좋겠다는 마음에 ‘동성애냐, 아니냐’ 제약을 두지 않고 연기했어요. ‘민희’의 인생만큼 ‘옥주’의 인생도 처참하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옥주가 뒤도 안 돌아보고 복수하지 않았나 싶어요.”

전종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발레리나’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연인 이충현 감독에 대한 믿음, 액션 연기를 향한 애정, 퇴폐적인 이미지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발레리나’ 속 전종서.



■“♥이충현 감독과 작업, 스태프들 걱정할까봐 조심해”

그는 ‘콜’에 이어 이번에도 남자친구인 이충현 감독과 작업했다. 혹여 스태프들이 자신과 이충현 감독 사이에서 눈치를 볼까 조심하려고 했다는 그다.

“스태프들 사이에 우리 사이를 우려하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초반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찍다보니 그렇더라고요. 사적인 부분 때문에 영화에 지장을 줄 것 같은 우려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조심하려고 했죠. 다행히 ‘발레리나’ 스태프들이 같은 또래라서 젊은 에너지가 컸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연인이 아닌 감독으로서도 충만한 신뢰감이 이 작품 출연을 결정하게 한 이유가 됐다.

“이충현 감독은 연기로서 배우의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법한 작품과 여성 서사에 관심이 많아요. 욕심도 많고요. 제가 꼭 여자친구라서가 아니라, 이충현 감독 영화에 여배우로 출연한다는 건 장르적으로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배우들과 작업해도 배우들이 경험하는 게 많을 거고 그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연출가라고 믿어요.”

첫 액션 영화였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임했다고.

“옥주와 다수의 남성이 싸우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다들 몸집이 저보다 두 배 이상 커서, 그런 액션 시퀀스에선 100% 연습만으로는 커버가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유연하고 빠른 액션과 함께 민첩한 눈빛으로 감정을 더 많이 실으려고 노력했어요. 액션이 더 풍요로워 보이게요. 또 싸우는 장면에선 마음을 다 던지는 것처럼 액션 연기를 소화하려고 했고요. 무술 감독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하나의 안무처럼 액션의 합을 제 몸에 익히려고 했죠. 마른 근육을 만들려고 살도 뺐어요. 찍기 전엔 52kg였는데 이젠 다시 40kg대로 유지하고 있고요.”

배우 전종서, 사진제공|넷플릭스



■“퇴폐적이고 똘끼 있는 이미지? 굳이 깨야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는 ‘버닝’(2018)으로 데뷔한 이후 ‘콜’ ‘연애 빠진 로맨스’ 티빙 ‘몸값’까지 여러 작품에서 인상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소화해냈다. 그래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엔 ‘퇴폐적이다’ ‘똘끼 있다’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었다.

“사실 다른 이미지를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예쁘고 곱고 귀엽고 상큼한 캐릭터 같은?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연기적 욕심을 내보고 싶었고 지금도 똑같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굳이 퇴폐적인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도 안 해요. 물론 이제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시기는 왔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제게서도 보고 싶어하는 다른 모습도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최근엔 tvN 새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이란 로맨틱 코미디도 찍었어요. 그동안 로맨스는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찍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제가 현장에서 뱉는 대사나 듣는 대사가 절 정화시켰거든요. 사람으로서도 그런 몇달의 시간을 갖는 게 좋기도 했고요.”

대중과 소통하는 노력도 이제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그다.

“제가 알고보면 겁보예요. 귀신 나오는 작품도 잘 못 볼 정도로 겁이 많거든요. 조심성도 많은 스타일이고요. 그래서 평소에도 많은 사람과 어울리진 못해요. 친구도 1명씩만 조용히 만나고, 취미도 정적이죠. 반면 심지있고 화끈한 면도 있어 모순적인 성격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데뷔 초엔 제 이런 성격을 정의하려던 시기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냥 지금은 이럴 때도 나고, 저럴 때도 나라고 인정하려고요. 다만 대중과 소통에 있어선 부재가 있었다고 인정해요. 그동안은 ‘배우가 연기로 말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연하게 제 재미와 욕심만으로 선택하기보다는 대중의 취향을 조금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갑자기 데뷔했고 연기 말고는 다른 채널에 영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젠 어떤 식으로라도 사람들과 둥글둥글 얘기하고 지내는 것도 재밌구나 느끼고 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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