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키운 두 아들의 배신 “재산 손대지 마”[양친소]

최훈길 2023. 10. 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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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저는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했습니다. 결혼 당시 저는 아이가 없었고, 남편은 사별한 아내와의 사이에 2살, 4살인 어린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두 아들을 잘 돌봐달라는 남편의 부탁에 저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결혼생활 중 남편이 간암으로 4~5년간 투병할 때도 성심껏 간호했고, 남편의 사업이 힘들 땐 친정 부모님의 지원으로 사업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의 사업은 남부럽지 않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남편 이름으로 부동산도 여럿 구입했고요. 10년 전엔 남편이 ‘사업자금도 도와주고 간병도 고마웠다’며 같이 살던 집 명의를 제 명의로 변경해 줬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살갑던 아들들이 가정을 이룬 뒤 소원해지더니,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했다’며 저와 남편의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폭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인생이 허망하고, 내 몫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결혼한 지 35년 만에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는 ‘이혼하고, 50%의 비율로 재산을 분할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는데, 항소심 진행 중 남편의 간암이 재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재산분할도 받을 수 없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집을 증여했으니 다른 재산엔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혼소송 중 상대 배우자가 사망하면 소송은 어떻게 되나요.

△이혼소송 중 당사자가 사망하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소송절차가 중단됩니다. 자녀들이 아버지의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승계할 수는 없습니다. 이혼과 함께 이뤄지는 재산분할청구권도 이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배우자 일방이 사망하면 이를 유지할 실익이 상실돼 이혼소송의 종료와 동시에 종료됩니다.

일반적으로 재산과 관련한 소송은 당사자가 소송 중 사망하면 상속인들이 그 지위를 승계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혼에 관한 소송은 신분에 관한 것으로 상속인들이 그 소송을 승계할 수 없고, 사연자 또한 이혼을 전제로 하는 재산분할청구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됩니다.

-자녀들의 말처럼 상속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1심에서 ‘이혼한다’는 판결이 났더라도 재판이 끝나고 확정될 때까지는 결국 이혼이 된 것이 아니므로, 법률혼이 종료된 것이 아닙니다. 사연자는 남편이 비록 소송 중 사망했지만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고, 사망한 남편의 재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들의 말은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다만 유언으로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분할 방법을 정할 수 있으므로, 사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되더라도 ‘유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속 비율이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언이 없다고 가정하면, 사연자는 어떤 비율로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편이 상속재산 분할에 관해 별도의 유언을 해두지 않았다면, 민법 제1009조에 의해 배우자는 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해 같은 순위로 상속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두 아들과 아내인 사연자의 법정상속분은 1대 1대 1.5가 되고, 사연자는 상속재산에 대해 7분의 3의 비율로 상속을 받게 됩니다. 상속권을 가지고 있고 1심 이혼소송에서는 50%의 비율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받았지만, 그보다 적은 비율로 상속을 받게 되는 겁니다.

-생전 남편이 집 명의를 넘겨줬는데, 이 부분은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되나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를 특별수익자라고 합니다. 민법 제1008조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에 대해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특별수익자의 생전증여 및 유증자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만약 간주상속재산에서 증여받은 재산을 공제한 가액이 법정상속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법정상속분에서 특별수익자산을 뺀 만큼만 추가로 상속분을 받아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내가 증여받은 집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사연자처럼 오랜 기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재산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배우자가 기여에 부합하는 정도의 생전 증여를 받은 경우,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약 42년의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남편이 사망 7년 전, 아내에게 망인의 유일한 부동산을 생전 증여한 사안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녀들은 그 자산을 포함해 상속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아내가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자녀 양육과 지원 등을 계속해온 점을 들어 남편의 생전 증여는 아내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고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공동상속인 중에 망인의 재산형성에 특별한 기여가 있는 자가 있는 경우 그 기여분을 제외한 자산만을 상속재산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연자의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나요.

△사연자의 경우 수년간 남편을 간호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남편에게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한 사정이 있고, 따로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이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남편이 사연자에게 집을 생전 증여한 것을 특별수익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증여한 부동산을 제외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서만 법정상속분에 따라 추가로 상속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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