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자금에 인수된 어느 회사 이야기 [창+]

이승철 2023. 10.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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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코스닥 개미귀신 3 - 아주 평범한 꾼' 중에서]

2010년. 김성태 회장은 또 다른 조폭 출신 경영인인 배상윤 회장과 쌍방울 주가를 조작했다. 백 개 가까운 차명 주식 계좌를 동원해, 수십만 회,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주가를 세 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2010년 쌍방울 주가 조작 사건 관계자(음성변조)
“실제로 봤으니까. 컴퓨터 여러 대 쫙 해 가지고.”
기자 : (배상윤 회장) 강남 사무실에서요?
“네. 분 단위까지 주가 조작을 한다고요. 실제로요. 계획이나 예측이 아니라.”
기자 : 그때도 K씨가 계셨나요?
“관여는 돼 있죠.”

K는 이 쌍방울 주가 조작용으로 부인과 지인의 계좌를 넘겼다. 또, 작전 세력끼리 사고파는 통정 거래에 관여한 걸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주가 조작 방조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게다가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7년이나 걸렸다. KBS가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시세 조종 사건의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4년 가까이 걸리는 걸로 드러났다.

<인터뷰> 박은석/법무법인 린 변호사, 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
“주가 조작 세력은 단시간 내에 큰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 수사가 지연되고 재판이 지연된다면 이들의 범행 동기를 차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금융당국, 수사 당국, 또 재판부 이런 곳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사법적인 단죄가 이뤄지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K 측근 (음성변조)
“그 시점부터...K 부회장? 그러면 M&A 하는 사람들 중의 좀 유명한 한 사람 그렇게 이미 그때부터 올라가 있던 상태였고 본인 스스로도 그거를 되게 뿌듯해했고요. (쌍방울 주가 조작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등등 했었는데 결국 결과는 실형도 안 받고 집행유예 2년밖에 받았기 때문에 어떤 나태한 생각과 안이한 생각을 하게 됐겠죠.”

실제로 쌍방울 주가 조작 사건 10년 뒤 K는 한 조선 업체를 발판 삼아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을 직접, 무자본 M&A 한다.

제2부. 옵티머스 펀드와 내연녀

최모 씨는 장기 투자자다.

한 조선 업체 주식을 10년 넘게 갖고 있다.

<인터뷰> 조선 업체 주주(음성변조)
“코스닥 시장에서 (2011년에) (자막10)히든 챔피언을 두 번인가 했거든요.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습니다. 조선업계 방향타를 만드는 세계 1위 기업이고. 현금 유보금도 많고. 거의 900억, 천억 원 정도?”

그러나 회사는 2019년, 상장폐지 됐다. 주식도 휴지 조각이 됐다. 최 씨와 지인의 손해만 100억 원에 이른다.

<인터뷰> 조선 업체 주주(음성변조)
“피해금은 한 100억 원 정도 됩니다. 주변 가족들, 지인들 그 사람들의 피해까지 제가 지금 다 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됐겠죠? 힘들었습니다.”

상장폐지된 건 옵티머스 펀드와의 관련성 때문이었다.

조선업체 실소유주, 박모 회장은 이름난 무자본 M&A 세력. 인수 대금 절반 이상을 옵티머스 펀드로부터 조달했다. NH증권 등을 통해 모집된 투자자들의 돈이었다.

사모펀드 국정감사철저 및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2020.10.13.)
“하나같이 명백한 사기 상품인 걸 알기에 모든 피해자들이 원금 전액을 돌려받는 그 날까지 끈질기고 악랄하게 싸울 것입니다.”

옵티머스 펀드 김재현 대표와 박 회장은 펀드 자금으로 이 조선업체를 인수한 뒤 업체 돈을 다시 옵티머스 펀드에 넣어, ‘펀드 돌려막기’에 쓸 계획이었다.

<인터뷰> 박주근 / 기업 분석 업체 대표
“무자본 M&A에 들어오는 자금줄도 손쉽고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 때문에 PEF(사모펀드) 같은 데서 쉽게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는 거죠. PEF도 목적은 단기간에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PEF(사모펀드)는 어디로 투자하는지 고객에게 알려주지도 않거든요. 그러니까 무자본 M&A 세력들은 수익에 비해 페널티가 적으니까 유혹에 반복적으로 빠지는 것이고.”

그런데 이 조선 업체 인수에 옵티머스 펀드, 박 회장과 함께 K도, 참여했다. 지인과 함께 60여억 원을 넣었다.

폭력 조직 ‘인맥’ 덕분이었다. 박 씨는 전국 최대 폭력 조직, 양은이파 부두목이었고, K의 자금줄이었던 이모 씨는 광주의 한 폭력 조직 조직원이었다.

<인터뷰> 조선 업체 주주(음성변조)
기자 : 박 회장 측이 들어올 때 이 사람들의 정체가 뭔지 평판 조회 같은 걸 했을 거 같은데요.
“주식 투자한 사람들은 주가만 오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예를 들면 누가 경영을 하든지. 저는 그런 식으로 좀 안일하게 생각을 했던 거죠. 이 사람들이 당시에 무자본 M&A 라고 소문내고 들어온 건 아니잖아요.”

이들의 위험성은 당시 국무총리실에까지 보고될 정도였다. 금융감독원은 업체 인수에 ‘조직폭력배와 시세조종세력이 개입돼 있다’고 총리실에 알렸다.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한 달여 전이었다.

<인터뷰> 전 무자본 M&A 업자 (음성변조)
“(조직폭력배 출신이) 많이 껴 있죠. 안 낄 수가 없는 게 회사 인수 과정에서 임시주총을 거쳐야 하고... 어떤 그런 부딪힘이 좀 있어요. 그런 걸 그런 분들(조직폭력배 출신 임원)이 해결해 주시는 경우도 많고. 그분들을 끼면 좀 편히 가는 부분들이 있죠.”

K는 이 조선 업체 자회사의 재정에 관여했다. 부산에 있는 자회사. 다른 곳에 매각된 상태였다.

<인터뷰>조선업체 자회사 인수 기업 관계자(음성변조)
“0000는 이제 없어요. 옛날에 있었는데요. 저희가 인수를 해 가지고.”

기자 :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혹시...

“M&A를 해가지고 사모펀드(옵티머스 펀드)가 와 가지고 인수를 해가지고 팔았어요. 난 그리 알고 있어요. 그 밑에 관리하는 사람하고 얘기를 좀 많이 해봤어요. 그러다 보니까 힘들어하더라고요.”

K를 비롯한 조폭 세력에 인수된 뒤 점점 돈이 마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녹취> 조선 업체 자회사 전 직원(음성변조)
“회사가 자꾸 돈이 없다는 거예요. 회사가 돈이 없다고 결제를 자꾸 미루더라고요. 그래서 ‘좀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랬는데 급여도 밀리고 그렇게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제 알게 됐죠. 좀 많이 당혹스럽더라고요.”

K는 이 자회사에서 어떤 일을 벌였던 걸까.

취재진은 당시 K의 행적을 잘 아는 직원이 있단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취재 요청에 응한 이유를 물었다.

<대독> K 운영 업체 전 관계자(음성변조)
“이유? 인터뷰에 응하는 게 저한테 좋고 나쁜 게 있겠습니까?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욕심으로 시작한 일들이고...그렇습니다.”

“K가 (조선업체) 자회사 경영에 관여를 좀 했습니다. 거기서 51억 원 넘게 공금을 빼냈지요. 거기서 빼낸 돈을 종잣돈으로 코스닥 두 개를 더 무자본 M&A 했습니다.”

K는 2019년부터 상장사 인수에 나섰는데, 조선업체 자회사에서 빼낸 51억여 원이 종잣돈이 됐다고 했다.

횡령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대독> K 운영 업체 전 관계자(음성변조)
“빼낸 51억 원 중에서 30억 원을 먼저 경남에 있는 그 항공 부품 회사 인수에 썼습니다. 부족한 돈은 지인들한테서 빌렸고, 사채업자 도움도 받고.”
횡령한 30억 원이

흘러 들어간 곳이 바로, 주가가 6배 오른 문제의 항공 부품 회사였다. 나머지 21억여 원의 행방도 물었다.

<대독> K 운영 업체 전 관계자(음성변조)
“두 군데로 나갔는데...먼저, 20억 원은 대구에 있는 2차 전지 부품 회사를 인수하는 데 나갔습니다. 10% 계약금 조로. 모자란 돈은 또 사채를 좀 썼고. 나머지 1억 2천만 원은 서울에 000 병원 원장한테 갔습니다.”

왜 병원으로, 회삿돈이 나갔을까.

<대독> K 운영 업체 전 관계자(음성변조)
“그 사채업자하고, 대구에 있는 그 2차 전지 부품 회사 찾아가 보면 아마 알 수 있을 겁니다. 연락 한 번 해보세요.”

먼저, 사채업자를 찾아가 봤다. 전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채업자는 대구에 있는 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K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했다.

<인터뷰> 박00 / 사채업자(음성변조)
“갑작스럽게 (K가) 논현동에 있는 0000 호텔에서 보자고 그래서 갔더니 앉자마자 무릎을 꿇더라고요. 그러면서 바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돈을 빌려달라 측은지심을 보이는 거예요. 2차 전지 유력 업종이었기 때문에 공동 경영을 한다고 하면 저도 괜찮은 제안이었기 때문에 빌려주게 된 거죠.”

방송일시 : 2023년 10월 10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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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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