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我主)·홍익인간 정신으로 ‘코리안드림’ 실현”
● 8개 시민사회단체 주도하는 풀뿌리 통일운동
● 통일 필요성 인식 부족한 젊은 층 겨냥 행사
● 통일운동 중요성 제고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태권도 정신으로 남북통일 염원
오후 2시가 되자 어디선가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부대행사인 플래시몹에 참여한 '태권십 태권도 영웅단' 시범자 1000여 명이 돌려차기를 선보였다. 태권도의 대표 동작인 품세, 격파, 겨루기를 기본으로 신나는 노래에 감각적인 동작을 접목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추석 연휴와 대체공휴일이 이어진 황금연휴 마지막 날임에도 2만여 시민들이 본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장을 찾았다. 태권도 플래시몹(flash mob·약속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에 황당한 행동을 한 뒤 흩어지는 군중 놀이) 이외 케이팝(K-POP) 커버댄스, 백일장 및 사상대회, 코리안드림 사진 영상 전시 홍보관, 유라시아평화원정대 홍보관 등 다채로운 식전 행사를 즐겼다.
주최 측인 '광복 80주년 맞이 코리안드림 1000만 캠페인 시민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통일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 인식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광복 4세대에게도 통일의 중요성과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청소년이 흥미와 관심을 보일 만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23 코리안드림 통일실천페스타의 진행을 맡은 김병찬 아나운서가 본격적으로 행사 시작을 알리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애국가 선율에 따라 청명한 하늘 사이로 '코리안드림' 문구가 적힌 깃발과 태극기가 정겹게 펄럭였다. 이날 행사는 단기 제4355주년 개천절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해 더 의미가 있었다.
코리안드림이 제2의 3·1운동으로
‘2025 코리안드림 1000만 캠페인'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2025년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민간 주도 풀뿌리 통일운동 캠페인. 100여 년 전 200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3·1운동을 통해 전 세계에 독립의 정당성을 알렸듯이 시민들이 코리안드림을 기반으로 '제2의 3·1운동'을 전개해 한반도 통일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조직위는 국내 운동과 동시에 대규모 통일운동의 세계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해외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3월 출범한 '코리안드림 유라시아 원정대'는 137일 동안 29개국 85개가 넘는 도시를 횡단하며 코리안드림 비전을 전파하고 있다.
2023 코리안드림 통일실천페스타의 대단원은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의 기조연설이었다. 문 의장은 연설대에 오르며 "아주! 아주!"를 연신 외쳤다. 아주는 나를 뜻하는 한자 아(我)와 주인을 의미하는 한자 주(主)를 합한 말로, 내가 주인이 되겠다는 뜻이다. 문 의장은 연설문을 읽지 않고 시민들 앞에 다가가 눈을 맞추고 '아주' 제창을 유도하는 등 시민들과 소통하는 즉흥 연설을 선보였다. 통일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나 정치 지도자가 중심이 되기보다 시민 개개인이 통일을 간절히 원하고 주체적으로 노력할 때 통일된 새로운 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게 문 의장의 생각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10년 전 시민이 중심이 되는 풀뿌리 통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은 좌와 우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 불교 등 종교적으로도 분열돼 있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풀뿌리 통일운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한자리에 모였다는 건 우리의 꿈인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통일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 정신'입니다.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된다는 뜻의 아주를 외쳐봅시다. 아주!"
아주 정신과 홍익인간 정신으로 통일
이날 문 의장은 영어로 연설을 진행하며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끼리 모여 한국어로만 연설하면 외국인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와줄 수도 없을 것"이라며 "통일운동은 전 세계가 감동할 수 있는 비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녀들에게 통일운동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참석했다는 시민 조영환 씨는 "내가 역사 교사여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알려주는 행사'라는 평을 접하고 아침 일찍 빗길을 운전해서 왔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2023 코리안드림 통일실천페스타는 10월 3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시작해 10월 7일 경남 KBS 창원홀, 10월 9일 대전 한빛탑 광장, 부산 부산역광장, 14일 충남 천안 오륜문 광장, 광주 5·18 민주광장, 22일 전북 전주 덕진공원, 28일 대구 코오롱 야외음악당 등 전국 주요 행사장에서 연이어 개최됐다. 조직위가 추산하는 전국 참석자는 10만 명 이상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행사로 코리안드림과 통일운동의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행사 기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시민들의 공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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