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㊶ 유전자 편집해 '의약용 헴프' 개발하는 이정환 교수

나보배 2023. 10. 22.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각 증상 성분 줄인 헴프 종자 연구…디딤돌 서비스 R&D사업 선정
"의약용 헴프 가치 무궁무진…세계 시장 도전"

환각 증상 성분 줄인 헴프 종자 연구…디딤돌 서비스 R&D사업 선정

"의약용 헴프 가치 무궁무진…세계 시장 도전"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북대 생명과학부 이정환 교수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국내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의약용 헴프(대마) 연구진이 적고, 전 세계를 둘러봐도 괄목할만한 연구가 많지 않습니다.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북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정환 교수가 연구 중인 의약용 헴프(hemp)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의약물로 익숙한 헴프, 즉 대마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의약용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마는 환각 증상을 야기하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와 향정신성 작용이 없는 칸나비디올(CBD) 성분으로 이뤄지는데, THC는 0.05% 미만으로 감소하고 CBD를 증진한 종자를 개발하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디딤돌 서비스 연구개발(R&D)사업에 선정되면서 1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교수는 "지난해 전북대 창업형 선도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벤처기업 홉스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는데, 이번에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며 "의약용 헴프 연구가 가진 잠재력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환 교수가 재배 중인 헴프 [촬영 나보배]

아직 이 교수의 연구는 초기 단계다. 의약용 헴프 종자를 개발하진 못했지만, 그간 이 교수가 했던 연구를 응용한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앞서 2020년에 농촌진흥청 과제로 청경채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개화를 늦추는 연구를 수행 중이었다. 이 역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했다.

그는 "생물의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은 까다로워 보이지만,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저 같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며 "이를 응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내년 하반기께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생명과학부 이정환 교수 [촬영 나보배]

물론 어려움도 많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엄격하게 취급하는 만큼, 의약용 헴프에 대한 우려가 커 연구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의약용 헴프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THC가 잔류할 수 있어 마약처럼 남용되거나 중독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헴프를 연구하는 이 교수 역시 1년에 300주 정도의 대마만 허가받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규제하기엔 의약용 헴프가 가진 가치가 크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의약용 헴프에서 추출한 CBD 성분은 뇌전증(간질)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데다가, 외국에서 개발한 의약용 헴프는 CBD의 양을 표준화시킬 수 없고 재배 조건에 따라 성분이 변할 수 있어 새로운 종자를 개발한다면 관련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의약용 헴프를 연구한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규제부터 생각한다"며 "또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국내에서는 유통이 어려워 판매 허가가 나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 연구예산이나 투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세계 시장에 의약용 헴프를 수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난해 의약용 헴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한 만큼 남용 대책 등 세부적인 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대에 이 교수는 앞으로도 대학원생, 그리고 홉스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과 함께 의약용 헴프 연구에 속도를 낼 생각이다.

이 교수는 "전북이 농생명·바이오에 특화한 지역인데, 스마트팜에서 재배할 수 있는 의약용 헴프는 지역 특성에도 알맞다"며 "종자 개발에 성공해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내고 지역의 농생명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희망했다.

warm@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