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수 “르브론의 특별함은 팬들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김종수 2023. 10.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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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역사상 가장 특별한 선수를 꼽으라면 ’킹‘ 르브론 제임스(39‧206cm) 역시 빠트릴 수 없는 이름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역대 최고를 논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된다. 이를 입증하듯 각종 매체의 역대 선수 랭킹에서도 2위를 굳히고 있다. 아직은 밀리는 형국이지만 만약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승과 MVP를 추가할 수 있다면 GOAT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


워낙 슈퍼스타이니만큼 특별한 이유를 대라면 쉼없는 답안지가 쏟아질 수 있겠지만 멀리 볼 것 없이 플레이 스타일만 봐도 스페셜함은 두드러진다. 그의 포지션은 스몰포워드로 분류되지만 큰 의미는 없다. 3번으로도 최고지만 사실상 전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체조건, 운동능력, BQ, 테크닉 등을 두루 갖추고있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자리에서 뛰어도 상위권 활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창 때의 그의 ’닥돌(닥치고 돌파)‘은 알고도 막기 힘들었다. 근육질의 무시무시한 몸을 가진 덩치가 가드처럼 빠르게 빈틈을 뚫고 들어와 림어택에 들어가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거기에 3점슛, 미드레인지 등 준수한 슈팅력까지 갖추고 있어 내외곽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폭격이 가능했다.


워낙 잘하는 영역이 많아 득점에만 신경쓰지 않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으며 리딩과 패스 또한 잘하는 수준을 넘어 그냥 포인트가드로 뛰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 득점왕과 어시스트왕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커리어에서 메인 볼핸들러와 주득점원을 같이 가져가는 시즌이 많았다. 다재다능함만 놓고 따질 경우 조던보다도 우위에 있다.


듀얼 가드로 KBL 한시대를 풍미했던 '백만돌이' 전형수(45‧180cm) 명지고 코치는 “머리에 심장이 있고, 심장에 머리가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심장으로 생각하고 머리로 뛴다.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괴물이다.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내구성도 불가사의할 정도다. 1984년생이 지금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말로 선수 출신이 느끼는 르브론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했다.


스타의 숙명중 하나는 안티팬의 존재다. 어떤 선수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르브론은 특히 열성팬 못지않게 안티팬의 숫자가 많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부적절한 발언의 영향 역시 크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1 NBA 파이널에서 패배한 이후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내뱉은 리얼월드 발언이다.


당시 르브론은 인터뷰를 통해 ‘나의 실패를 고대하던 놈들은 그래봤자 내일 일어나면 이것과 상관없이 뼈빠지게 일하고 현실문제에 치여 살겠지만, 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그들은 잠시 동안 이것으로 위안을 삼겠으나, 히트는 그들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어느 순간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안티 팬들이 세계적으로 급증한 사건이기도 하다. 전코치 역시 당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무리 개성 넘치는 NBA 스타라고 해도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프로는 팬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하지만 선수도 사람인지라 한번씩 욱할 때도 있다. 그러나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나와 너희의 인생은 다르다고 내뱉어버린 것은 평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더불어 그의 말속에서는 본인이 무척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농구선수로서만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주체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누구겠는가? 팬들이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르브론은 평소 ‘운동 선수는 운동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소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르브론처럼 영향력이 큰 인물의 발언은 해당 문제에 무심했던 이들의 시선까지도 주목시킬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잘 쓰면 그렇다. 선례가 되고 선순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상당수 노련한 스타들이 문제가 될 것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차라리 입을 꾹 닫아버리는 이유다. 국가간 분쟁, 이념싸움 등이 특히 그렇다.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르브론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힌 휴스턴 로케츠의 데럴 모리 단장을 비난하는 등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NBA는 물론 본인에게도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중국 자본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평소 강조하던 인권이나 자유와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였다. 철저하게 갑의 손을 들어줬다. 그로인해 전세계 많은 팬들은 르브론에게 적지않은 실망을 했다. 중국을 제외한 수많은 나라에 르브론과 모택동을 합성한 사진이 지금까지도 돌아다닐 정도다.


최근 르브론은 또 다시 국제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SNS를 통해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전쟁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강대국 이스라엘의 충돌일뿐이지만 양쪽은 오래전부터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만큼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지난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 르브론은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하마스를 절대 악으로 표현했고 거기에 자신의 신념까지 끼워 넣었다. 흡사 '책을 안 읽은 사람보다 한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연상된다. 계속되는 돌발 발언에 상당수 팬들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바라는 분위기다. 전코치 또한 비슷한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르브론 역시 본인의 의견을 드러낼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슈퍼스타라면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우친 발언이 끼칠 영향력도 돌아봐야 한다. 그의 말만 믿고 선악을 판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번 언급된 은퇴 관련 말 바꾸기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진행형 레전드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플레이에 대해서는 어찌 이러쿵저러쿵하겠는가. 다만 농구 외적인 부분으로 이미지를 많이 깎아 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르브론은 정말 특별한 선수다. 그리고 그런 특별함을 만들어준 것은 팬들이다. 특별함이 이상한 쪽으로 발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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