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두산의 ‘감독 김태형’과 2024년 롯데의 ‘감독 김태형’
두산 지휘봉을 놓은지 1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롯데 사령탑으로 새 시즌을 맞게 된 김태형 감독이 2015년 사령탑 첫 시즌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크게는 당시 팀과 리그의 여러 변수를 최대치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우선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있던 삼성이 가을야구 직전 터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핵심투수 3명을 엔트리에 넣지 못하며 사실상 반쪽 전력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해만큼은 플레이오프 승자가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속에서 정규시즌 2위이던 NC 또한 포스트시즌에서는 1군 3년차 신생구단 티를 털어내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선물로 장착한 좌완 FA(자유계약선수) 장원준을 정규시즌 주동력으로 내세운 뒤 가을야구에서도 백분 활용했다. 장원준은 그해 가을야구 4경기 등판에 3승을 거뒀다. 여기에 정규시즌 부상으로 제몫을 하지 못한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특급 에이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중장기적으로 팀을 밀어 올릴 더 큰 동력이 자라고 있었다. 다른 구단이 모두 부러워한 ‘공수주 3박자’ 젊은 야수들이 꽃 피기 시작한 시즌이었다. 1990년생으로 그해 만 25세이던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트리오 중 정수빈이 시즌 145안타, 허경민이 128안타로 날았다. 박건우는 김현수(1988년생)와 민병헌(1987년생)의 존재로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타율 0.342 54안타 OPS 0.912로 제대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또 김재환(1988년생)과 최주환(1988년생) 등 또 다른 ‘20대 물밑 자원’이 다른 차례를 기다리는 가운데 1985생 만 30세로 물이 잔뜩 오른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이 내야 센터라인을 지키던 때다. 김태형 감독 특유의 강공 드라이브와 두산으로 쏠린 ‘우주의 기운’ 그리고 구단에서 다져놓은 토양이 제대로 시너지를 낸 출발점이었다. 두산은 그해 만든 기반으로 5~6년 황금기를 이어갔다.
이제 다음 시선은 2024시즌의 롯데로 쏠린다. 2015년의 두산처럼, 롯데의 선수 구성과 김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세웅과 나균안이 중심인 국내파 선발진은 2015년 두산 국내 선발진과 비교해 처질 것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롯데의 성패는 김 감독의 야수 운용 성과로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눈에 띄는 이름은 2003년생 윤동희와 2004년생 김민석이다. 윤동희는 올시즌 111안타, 김민석은 102안타를 쳐내며 이미 1군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2000년생 ‘군필 야수’로 파워 배팅을 하는 고승민도 김 감독의 시야 중심에 있을 자원이다. 1999년생으로 ‘포스트 이대호’로 불려온 한동희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실패로 병역 완수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전준우와 안치홍의 재계약 작업을 변수로 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1989년생 노진혁 등 계산 가능한 경험 있는 야수들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 팀 전략의 극적인 변화는 젊은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터져나올 때가 많다. 김태형 감독의 두산 시절 2015년 이후 시즌들도 그랬다.
김태형 감독의 사령탑 이력 속 2015년의 두산과 2024년 롯데는 비슷한 듯 달라 보이고, 다른 듯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내년 시즌 이후 한두 시즌 롯데의 변화 핵심은 젊은 야수들의 성장 속도로 요약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롯데는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서도 전문가 시각에 따라 ‘5강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 5월까지는 선두 싸움도 했다. 무언가를 만들고 크게 키울 ‘밭’은 마련된 곳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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