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자원인 수사도 평등하게 배분해야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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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나는 헌법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대통령에 당선하고서도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수사를 공적 자원이라고 볼 때 이러한 자원 배분이 헌법 정신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 파괴라고 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못하면 피해자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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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나는 헌법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대통령에 당선하고서도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정신의 주요한 부분은 ‘법 앞의 평등’이다. 법 앞의 평등이란 법의 내용과 집행에서 특정인이 우대받아서도 안 되고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역시 형사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수사에 드는 예산과 인력도 국가 질서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공적 자원에 속한다.
얼마 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검찰이 2년간 검사 70여 명을 투입하고 376회 압수수색을 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고(대검은 압수수색 횟수가 36회라고 주장했다), 1500여 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해 애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영장 담당 판사는 주요 혐의인 배임 및 뇌물죄에 대해 개연성이 인정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형사법상 검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해서 유죄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수준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어야 하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의 ‘개연성이 인정될 정도’조차 소명이 안 되었다고 본 것이다.
애초 수사가 잘못되었거나 범죄 혐의 설정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수사를 공적 자원이라고 볼 때 이러한 자원 배분이 헌법 정신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특별수사단 검사는 8명이었고 1년2개월 동안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참사 직후에는 수사 외압 논란만 가득하다 참사로부터 4~5년이 지나 유가족들의 계속된 요구에 못 이겨 겨우 투입된 인력과 자원이었다.
세월호 참사 검사 8명 vs ‘이재명 대표 사건’ 검사 70여 명
물론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둔 혐의인 배임죄와 뇌물죄도 가벼운 범죄는 아니지만 기본권 중의 기본권,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이 침해된 대규모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했으며, 그 인력과 자원의 투입은 아무런 희생 없이 가능했던 것일까.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직접 수사를 거의 하지 않으므로 경찰 업무가 늘어나도 검찰 단계에서는 사건 처리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이후 검찰 단계에서 감감무소식인 사건이 많다. 변호인 처지에서 고소한 피해자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검찰이 결론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검찰의 공판 기능이 강화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공판 검사들은 몇몇 중요 사건을 제외하고는 구형 의견만 형식적으로 말한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정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를 위해 검사들을 몇몇 청에 집중적으로 파견해서 다른 청들은 인력이 부족하고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 파괴라고 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못하면 피해자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 정신에 따라 수사력을 배분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로 피해자들을 보호할 책임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
오지원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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