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에도 선뜻 지갑 연다"…초고가 '니치향수' 경쟁
MZ세대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 제품 인기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패션업계가 향기에 취했다.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로 선택하면서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니치 향수(프리미엄 향수)의 높은 시장 성장세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패션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020000)은 다음달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에 아르헨티나 니치 향수 '푸게이가 1833'(FUEGUIA 1833)의 첫 매장을 연다.
푸에기아1833은 제품마다 한 번에 400병만을 한정 생산한다. 생산년도와 고유번호(1~400)를 매기는 것으로 알려진 희소성 높은 향수 브랜드다. 현재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2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 선이다.
한섬은 지난해 5월 향수 편집숍 '리퀴드퍼퓸바'를 국내에 들여와 전개하고 있다. 2013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론칭한 브랜드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 매장)를 열었다.
한섬은 뷰티 사업 확장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론칭한 뒤 지난달에는 남성용 제품 '오에라 옴므 컬렉션'을 출시했다. 연말까지 오에라 최상위급 신제품을 내놓는 등 지속적인 제품군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향수 사업을 강화 중이다.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부터 올해 론칭한 돌체앤가바나뷰티까지 등 총 11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중 가장 많은 브랜드를 보유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힐리'(Heeley)와 이탈리아 럭셔리 토털 프래그런스 브랜드 '쿨티'(Culti) 등 2개 신규 향수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니치 향수 브랜드들의 평균 온라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6% 신장했다.
LF(093050)는 9개의 향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불리)와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숍 '조보이'(JOVOY)를 통해 라인업을 지속 늘리며 니치향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불리는 2016년 국내 런칭 이후 매출이 매년 평균 100%씩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1년 대비 2022년 50%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신규 향수 출시와 함께 가을 향수 쇼핑 시즌에 접어들며 8월 한 달 향수 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관계자는 "하반기에 접어들며 지속해서 전달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2021년 30만~40만원대 톰브라운 향수를 앞세워 향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톰브라운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신장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에비뉴엘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백화점에서도 고급 향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10월(1~18일) 전체 향수 매출은 19.5% 증가했다. 니치 향수만 떼놓고 봐도 현대백화점 매출이 23.7% 늘었다.
니치향수는 보통 20만~30만원에서 높게는 100만원대 제품까지 볼 수 있다. 롯데(023530)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크리드 로얄 익스클루시브 라인'은 250㎖ 용량이 152만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을 소유하는 '스몰 럭셔리' 현상과 맞물리면서 고급 향수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계자는 "니치향수의 인기는 경기 불황도 비껴가는 모양새"라며 " '나를 위한 소비'에 투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반영한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 제품"이라고 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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