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17년만에 쏟아져나온 매미 떼, 먹이사슬 바꿨다

박건희 기자 2023. 10.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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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식물 줄기에 매달려 있는 매미 한 마리를 보여준다.

13,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땅속에서 지내다 한꺼번에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미국 '주기 매미'가 먹이사슬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연구다.

조 제트맨-피커링 미국 조지워싱턴대 생물학부 박사 연구팀은 19일(현지시간) 주기 매미가 조류의 식생활을 바꾸면서 지역 생태계의 기존 먹이사슬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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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식물 줄기에 매달려 있는 매미 한 마리를 보여준다. 13,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땅속에서 지내다 한꺼번에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미국 '주기 매미'가 먹이사슬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연구다.

조 제트맨-피커링 미국 조지워싱턴대 생물학부 박사 연구팀은 19일(현지시간) 주기 매미가 조류의 식생활을 바꾸면서 지역 생태계의 기존 먹이사슬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주기 매미는 13년이나 17년에 한 번 꼴로 세상에 출현하는 매미 무리다. 이들 무리에 로마자로 일련 번호를 붙여 '브루드 텐(Brood X)', '브루드 서틴(Brood XIII)' 등으로 부른다.

다른 매미가 보통 5~6년 정도 땅 속에서 지내다 지상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주기 매미는 매우 오랜 시간 땅 속에서 숨 죽이고 있다가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주기 매미 한 마리가 평균 약 600개 알을 낳는 것을 고려하면 일정 시기에 맞춰 엄청난 양의 매미가 특정 지역의 생태계에 유입된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2021년 '브루드 텐' 매미들이 미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출현하기 이전과 이후의 북동부 숲 생태계를 조사했다. 매미의 수가 늘자 숲에 사는 새들이 먹잇감을 매미로 바꾸기 시작했고 원래 새들의 주식이었던 애벌레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숲에 서식하던 새 80여 종이 매미로 배를 채우는 바람에 애벌레를 먹는 비율이 이전에 비해 75% 감소됐다.   

브루드 텐 출현 이전보다 개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애벌레들은 숙주인 참나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참나무 잎의 손상도도 2배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팀은 주기 매미의 대량 출현으로 인해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한 종(매미)과 제3자(조류) 사이의 상호작용이 강해지면서 다른 종(애벌레)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파커 미국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센터 시니어 연구자는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늑대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으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던 소비자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먹이사슬이 변한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곤충의 대량 출현 등을 통한 '자원의 커다란 파동(펄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생태계의 반응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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