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기후동행카드, 김동연 경기패스…'교통비 지원' 경쟁 후끈
인천시 "3개 시도 협의해 방안 마련하는 게 바람직"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어 김동연 경기지사까지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잇달아 '교통비 지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 시장이 월 6만5000원짜리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하자, 이번엔 김 지사가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더(The) 경기패스'를 시행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지원 방식은 다르지만 두 정책 모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록 교통비를 깎아주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있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통합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경쟁 모드'에 몰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짜리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 지역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를 비롯해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 이용권이다. 향후 도입되는 '리버 버스' 등 차세대 교통수단을 탈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최초 3000원을 내고 실물카드를 구입하면 이후부터는 6만5000원을 충전해 이용하면 된다. 실물 카드뿐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지하철의 경우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 하는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에서 모두 쓸 수 있다. 다만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서울에서 승차하면 경기,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더라도 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지하철을 탈 때는 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다른 지역 버스나 광역버스는 서울 지역 내에서 탄다고 해도 이용할 수 없다.
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와 인천시의 동참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독자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경기도가 돌연 '더 경기패스'를 꺼내 들고 나섰다. 수도권 확대 논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서울시는 내년 1월 기후동행카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이면 전국 어디서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월 21회 이상 이용할 때 사용한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해 준다.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는 신분당선과 광역버스 노선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수단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매달 정기권을 따로 충전할 필요도 없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7월 도입할 예정인 K패스를 기반으로 하되, 경기도가 자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기 때문에 혜택은 더 커진다. K패스의 경우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객에게 60회 한도에서 일반은 교통비 20%, 청년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준다.
경기패스는 여기에서 나아가 월 60회 한도로 제한된 탑승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려 교통비의 20~53%를 환급해 준다. 교통비 30% 환급 대상인 '청년'의 나이 기준도 19~34세에서 19~39세까지 확대하고, K패스의 혜택 받지 못하는 어린이·청소년에 대해서도 교통비를 지원한다. 경기도는 내년 7월 사업 시행을 위해 전문가 논의를 거쳐 사업별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K패스에 더해 기후동행카드, 경기패스까지 출현해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나의 통합된 생활권에 각기 다른 정책이 도입되면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쪽자리'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민에게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경기도의 경기패스 추진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기후동행카드의 수도권 동참 논의의 끈을 놓지 않고 경기, 인천 참여를 위한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3개 시도가 협의해 대중교통 지원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인천하고 서울, 경기는 같은 생활권"이라며 "각 시도별로 (정책을) 추진하면 혼란을 초래하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인천시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 논의를 통해 맞는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바람직한 것은 서울과 경기, 인천이 같이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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