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이어 김순옥까지…'막장 대모'들 아쉬운 시청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과거 방송가에서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대모로 불리며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임성한 작가(필명 피비)와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 잇달아 아쉬운 성적을 냈다.
22일 방송가에 따르면 김순옥 작가가 각본을 쓴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시청률은 지난 9월 23일 자체 최고치인 7.7%를 기록한 이후 7% 선에서 오르내리며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7인의 탈출' 지난 14일 방송분은 시청률 6.5%로 동시간대에 방송된 MBC '연인' 파트2의 9.3%와 tvN '힘쎈여자 강남순'의 8.0%보다 낮았다.
최근 수개월 동안 SBS가 같은 시간대 방송한 금토드라마와 비교하면 '7인의 탈출' 시청률은 저조하다. 이전에 방송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최고 9.3%, '악귀'가 11.2%,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이 16.8% 등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7인의 탈출'은 첫 방송부터 연예계 행사장에 폭력배들이 난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담겼고, 여고생의 원조교제와 출산, 가정 폭력 등 자극적 소재로 논란이 됐다. 특히 금라희(황정음 분)가 딸 방다미(정라엘)를 폭행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7인의 탈출'과 관련한 민원이 수차례 접수된 상태다. 방심위는 이를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7인의 탈출' 연출을 맡은 주동민 PD는 제작이 확정된 시즌2에선 하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에선 "내부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만 밝혔지만, 일각에선 많은 논란과 시청률 부진에 따른 결과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종영한 TV조선·쿠팡플레이 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임성한 작가가 각본을 썼는데도 중반부까지 시청률이 5%대에 머물렀다. 후반부에는 시청률이 다소 올라 마지막 방송은 8.1%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편에서 8%대 시청률이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임 작가가 각본을 썼던 TV조선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는 각각 시즌1 9.7%, 시즌2 16.6%, 시즌3 10.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모두 '아씨 두리안'보다 높았다.
'아씨 두라인'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다. 조선시대의 두리안(박주미)과 김소저(이다연)가 현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드라마 공개 전부터 '아씨 두리안'은 예고 영상만으로 이미 화제가 됐다. 극중 백도이(최명길)를 향해 맏며느리 장세미(윤해영)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예고 영상에 담기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씨 두리안'은 이 밖에도 백도이가 맏며느리 장세미의 사촌 동생과 결혼하고 이은성(한다감)이 불임인 자신을 대신해 남편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두리안에게 부탁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전개됐다.
김 작가와 임 작가의 각본이 그간 흥행 성적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방송한 '7인의 탈출'과 '아씨 두리안'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김 작가는 과거 모든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 10%를 넘은 것은 물론 2008년 '아내의 유혹' 37.5%, 2014년 '왔다 장보리' 37.3%, 2015년 '내 딸, 금사월' 34.9% 등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임 작가 역시 거의 모든 작품이 시청률 10%를 웃돌았고, 2010년대 이후 작품만 봐도 '신기생뎐' 28.3% '오로라 공주' 20.2% 등 내놓는 각본마다 히트작이 됐다.
흥행 보증수표처럼 통하던 작가들이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은 영상 콘텐츠 업계의 지형도가 과거와 달라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행으로 TV 드라마 시청자가 과거보다 줄었고, 높은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단 이런 외적 요소뿐 아니라 작가들의 각본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도 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각본이 시청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면서 관심과 흥미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는 어느 정도 과장과 개연성이 인정되지만, 두 작가 모두 드라마가 허용하는 선을 넘어간 것 같다"며 "개연성 부족이나 적정한 선을 넘어간 과장은 흥미를 크게 떨어트린다"고 짚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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