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월’ 금리인하에 고정형 주담대 비중 상승…변동금리 수요 뚝↓[머니뭐니]
주담대 고정금리 수요 ‘압도적’으로 높아져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오랜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후순위를 차지했던 고정금리의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어선 가운데 금리인하 예상 시기가 미뤄지며,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한 상황이어서 최근의 ‘고정’ 선호 현상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76.5%로 전년 동기(54.2%)와 비교해 22.3%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고정금리 선택 비중은 최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80%에 육박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고정금리 선호 현상 또한 가속화됐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변동금리의 위험성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2021년 중 60%대를 넘어섰던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올 4월에 이르러 80%대에 진입했다. 여기에는 장기 고정금리를 적용한 정책금융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1월, 2월, 4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같은 고정금리 선호 현상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었다. 실제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4월 80.7%, 5월 77%, 6월 73.1% 등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엷어지면서 다시금 고정금리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던 목소리가 힘을 잃고,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다. 실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2%)를 훌쩍 상회하는 3%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장기화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11월 중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 경우 우리나라 또한 당분간 긴축 기조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경우, 자본 유출 가능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내 소비자물가 또한 9월 3.7%로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세를 유지하며, 긴축 움직임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이들이 오는 9월 새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91.4%로 전월(88%)과 비교해 3.4%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금리인하 기대와 함께 지난 6월 83.2%까지 감소한 바 있다.
물론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 매력도가 변동금리를 상회하는 것 또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8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17~7.12%로 고정금리(4.14~6.61%)와 비교해 상단이 0.5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민감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비교적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를 추천하고, 이후 금리 동향이 역전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기간이 지나서 갈아타는 것을 권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다 정책 방향도 고정금리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확대 대응의 일환으로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는 질적 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은행권 또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압박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위험 부담이 더 큰 고정금리 수준이 변동금리에 비해 낮게 형성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대출 구조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40.9%로 전년 동기(33.3%)와 비교해 7.6%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정금리 선호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윤곽이 나온 후에도 소비자들의 고정금리 선호를 이끌 수 있는 정책 혜택 및 금리 수준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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