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가동에 진땀 빼는 우주망원경 '유클리드'…앞으로 무엇을 보게 될까[코스모스토리]

CBS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2023. 10. 2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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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과 우주은하 백그라운드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Background galaxies: NASA, ESA, and S. Beckwith (STScI) and the HUDF Team, CC BY-SA 3.0 IGO

기원전 300년경에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는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에게 수학을 가르쳤다는 점 이외에는 제대로 전달된 것이 없지만 그의 저서 '기하학원론'으로 현재까지 기하학하면 유클리드라고 떠올릴 정도로 현대 사회에 깊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천년 지난 2023년 7월 1일 그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팔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습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약 한 달간 우주공간을 날아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위치한 라그랑주 2점(L2)에서 몇달간의 관측 준비과정을 거친 후 우주관측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의 주도로 제작된 이 우주망원경은 조금 특별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데요. 먼 우주의 대상을 정밀하게 바라보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과는 달리 광범위한 범우주의 모습을 3D 지도로 구축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SF영화를 보면 우주 여행을 하는 우주선이 항해도중 별자리를 스캔하면서 위치파악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주로 주변 천체의 위치를 대조하는 방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이 기술은 우주의 입체 지도가 구축되지 않고선 불가능하죠. 유클리드의 미션에는 다양한 과학적인 계산을 기반으로 미지의 우주 공간과 천체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우주 거대 구조의 형태를 인식 및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왜 유클리드로 명명했을까?


우주의 구성성분을 나타낸 표. 왼쪽이 우주의 구성성분, 오른쪽은 우리가 인지하는 일반적인 물질의 구성성분. ESA

미션을 수행하는 기체의 이름은 주로 기체의 미션과 부합하는 대상 또는 과거 인물의 업적을 기념하면서 명명되곤 합니다. 유클리드는 우주 입체 지도를 구축한다는 미션과 더불어 우주 속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분포를 구축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왔고 어떻게 우주가 형성됐는지를 밝혀낸다는 미션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인지하는 물질은 우주의 약 5%에 불과합니다. 암흑물질은 25%, 암흑에너지는 70%에 달하죠. 이 존재들에는 왜 '암흑'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가요? 단지 우주가 까맣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 존재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베일 속에 감춰져 있는 이 두 존재는 현재 인류가 가진 관측방법으로는 그 존재를 짐작할 뿐 볼 수 없습니다. 인식할 수 없다는 것에 사실 존재자체도 의심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현상에서 이 존재들이 없다면 성립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에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짐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를 이해하고 분석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기초적인 명제가 필요하죠. 유클리드는 "점은 쪼갤 수 없는 것이다"라는 명제로 시작해 선과 면에 대한 다섯가지 공리(주어진 이론 체계 안에서는 증명 없이 참으로 받아들이는 명제)를 기반으로 기하의 원리를 설명했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옳다고 믿는 것, 공리가 이러한 역할을 했습니다.

유클리드와 유클리드 망원경. 픽사베이·ESA 유튜브 캡처

※ 유클리드의 다섯가지 공리
공리1. 모든 점에서 다른 모든 점으로 직선을 그을 수 있다.
공리2. 유한한 직선이 있으면, 그것을 얼마든지 길게 늘일 수 있다.
공리3. 임의의 점에서 반지름을 갖는 원을 그릴 수 있다.
공리4. 직각은 모두 서로 같다.
공리5. 평행선은 영원히 만나지 않는다.

합리적인 자연적 흐름에 의거해 움직이고 있는 우주,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이 상당하지만 암흑물질·암흑에너지의 존재와 운동 법칙은 치밀하게 계산된 자연 현상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해서 알아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보이진 않지만 중력을 가지고 있고 암흑에너지는 우주팽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이들은 은하 한두개의 관측으로는 분포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광범위한 우주를 관측하는 '서베이 관측'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드넓은 우주에 퍼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분포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하를 이해하기 위해서 범우주를 관측하는 이 망원경은 마치 현재 인류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기하학의 연장선처럼 보입니다. 기하학하면 연상되는 사람인 유클리드는 가장 적합한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유클리드의 구조


유클리드 망원경의 내부 모습 VIS는 가시광선을 관측하고 NISP는 적외선을 관측한다. ESA

우주의 3D지도를 구축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지닌 유클리드는 어떤 장비로 관측을 할까요? ESA에 따르면 유클리드는 코르슈 타입(거울을 통한 반사로 빛을 모아 관측하는 타입)의 지름 1.2미터의 주경을 통해 모아진 빛을 가시광선 관측기(The VISible instrument, VIS), 근적외선 분광계 광도계 (The Near-Infrared Spectrometer and Phorometer, NISP) 등 2가지 장비로 관측하도록 설계됐습니다.

VIS는 말그대로 가시광선을 촬영하는 장비고 NISP는 근적외선을 촬영하면서 적외선 분광을 통해 적색편이 등 빛의 스펙트럼을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입니다.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앞서 맹활약을 해온 제임스웹은 주경이 6.5미터, 허블은 2.4미터인데 반해 그 후에 롤아웃된 유클리드는 1.2미터입니다. 그러면 유클리드의 성능이 더 떨어지는 것일까요?

유클리드 망원경의 주경. AIRBUS/ESA


이는 망원경의 관측 목적에 따른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머나먼 은하를 보다 자세히 들어다 보는 제임스웹과는 다르게 유클리드는 광범위한 서베이 관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망원렌즈와 광각렌즈의 차이처럼 망원경의 주경이 크면 멀리 떨어진 대상을 자세히 바라보기 유리하지만 그만큼 바라보는 하늘의 면적이 좁아집니다.

제임스웹으로 우주면적을 관측한다고 하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반대로 주경이 작아지면 그만큼 한 대상을 정밀하게 관측하기는 어렵지만 화각이 넓어져 광범위한 관측이 가능해집니다. 그 넓이는 허블의 시야보다 약 200배 넓다고 합니다. 단 제임스웹이 바라보는 적외선 파장보다는 더 짧은 파장인 근적외선까지만 관측하기 때문에 138억년 우주의 끝이 아닌 약 100억년 전까지의 빛을 관측할 예정입니다.

모든 기체에는 한정된 가동시간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구궤도에 있는 허블과는 달리 라그랑주 2점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만큼 한번 자리를 잡았다면 수리하거나 연료를 충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유한한 시간동안 최대한의 관측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SA는 L2에 위치한 유클리드의 가동기간을 6년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유클리드의 설계는 이 한정된 시간동안 우주를 관측하는 것을 감안해 디자인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클리드는 왜 L2에서 관측할까?


라그랑주 포인트 개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L2 지점에서 관측을 진행한다. ESA

그러면 왜 유클리드는 L2 지점에서 관측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제임스웹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적외선 관측은 어둡고 추운 곳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모든 물질에서는 적외선이 방출되는데 지구 궤도에서 관측을 진행한다면 태양과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영향으로 관측물에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적외선은 온도가 낮아지면 물질에서 방출되는 양이 줄어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제임스웹과 비슷하게 유클리드에도 방열판이 탑재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L2지점은 지구와 태양의 간섭이 최소화 되는 곳으로 적외선 관측을 하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그랑주 2점 헤일로 궤도를 공전하는 우주망원경들. ESA


현재 유클리드를 포함해 L2지점에서 관측을 진행하는 망원경은 제임스웹과 가이아 우주망원경입니다. 이들 기체는 같은 L2지점에 위치하지만 제임스웹과 유클리드는 L2점을 각자 공전하는 헤일로 궤도(L2지점을 중심점으로 타원으로 공전하는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데요. 두 기체는 같은 L2를 공전하지만 서로 만나거나 간섭하지 않습니다. 유클리드과 제임스웹의 궤도는 반경 40만km에서 80만km에 이르며, 가이아는 중심에서 35만km 떨어진 리사주 궤도(Lissajous orbit)에서 L2를 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 기체는 모두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위치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접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물질, 어떻게 알아낼까


지난 2022년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제임스 웹 첫 풀컬러 이미지 시사회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SMACS-0723 은하단 딥필드 이미지. NASA

인류는 유클리드의 어떤 관측법을 통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알 수 있을까요? 그 실마리는 중력에 있습니다. 앞서 약 1년전 제임스웹의 첫 풀컬러 이미지 공개 당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선 공개한 'SMACS-0723 은하단'의 이미지를 바라보면 이미지 가운데 은하가 중력에 의해 길게 늘어지거나 휘어져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별과 망원경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중력에 의해서 빛이 왜곡됐고 그 왜곡된 빛이 망원경에 도달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여기에 암흑물질을 바라볼 수 있는 답이 숨어있습니다.
중력렌즈 현상을 관측하는 망원경(왼쪽 아래)과 본래 은하(오른쪽 위) 사이에 위치한 강력한 중력으로 굴절된 빛의 경로를 설명하는 이미지. NASA/ESA


유클리드의 관측 시뮬레이션. ESA 유튜브 캡처


암흑물질은 중력을 가지고 있기에 중력렌즈는 대상과 망원경 사이에 중력을 가진 은하단이나 암흑물질, 또는 둘이 섞인 형태로 존재하면서 중력으로 빛을 휘게 만듭니다. 여기서 중력렌즈가 발생하는 지점을 관측하고 빛이 휘어진 정도를 계산하면 중간에 위치한 중력을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이어 가운데 중력을 발생시키는 은하단의 중력을 계산해 비교해보면 암흑물질이 발생시키는 중력을 알아낼 수 있고 이 분포를 계산해 암흑물질 3D지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주의 물질과 암흑물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남은 부분에는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주배경복사와 암흑에너지로 인한 우주 팽창


우주 탄생의 순간(왼쪽, 빅뱅)부터 현재까지의 타임라인. NASA

현재의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는 '팽창우주론'은 앨버트 아인슈타인(A.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지난 1927년 조르주 르메트르(G. Lemaître, 1894-1966)가 주장을 했고 2년 뒤인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P. Hubble, 1889-1953)이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우리 은하에서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65년 미국 벨 연구소의 펜지아스(Arno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에 의해 빅뱅의 증거인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가 처음으로 검출되면서 우주팽창론은 힘을 받았습니다.
우주배경복사 이미지. 파란색일수록 온도가 낮고 붉은색일수록 온도가 높다. 이러한 차이는 초기우주의 밀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NASA


우주배경복사는 우리은하 외부 우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약 160GHz의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 복사를 일컬으며 빅뱅 당시 발생했던 흑체복사(온도에 따라 빛이 나오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우주배경복사 이미지를 바라보면 넓은 구체 안에 파란색부터 빨간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의 분포를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파란색은 낮은 온도, 빨간색은 높은 온도를 의미합니다. 또한 파란색은 낮은 밀도, 빨간색은 높은 밀도를 가진 것으로 추측되며 빅뱅 당시 최초의 우주가 균일하지 못한 밀도를 가진 형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배경복사에 이어 1998년에는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정속 팽창을 하는 것이 아닌 가속 팽창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천문학자들은 가속팽창에서 우주 안에 우리가 인지하는 물질 외 다른 미지의 에너지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이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릅니다.

유클리드 우주 관측 시뮬레이션 이미지. ESA/J. Carretero (PIC), P. Tallada (PIC), S. Serrano (ICE) and the Euclid Consortium Cosmological Simulations SWG


그렇다면 암흑에너지의 분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에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비율에 따른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했는데요. 천문학자들은 유클리드가 우주 속 우리가 인지하는 물질과 암흑물질의 분포를 관측한 결과를 여기에 대입해 비교할 예정입니다. 직접적인 관측을 하진 못하지만 이 방법을 통한다면 암흑에너지의 분포가 어떠했는지 근사치를 예상하고 우주가 어떻게 변해왔을지를 비교하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가 관측하는 우주는 전체의 1/3…음영지역이 있다?


유클리드가 과학 관측을 하는 상상도. ESA

유클리드의 획기적인 관측시스템으로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주의 관측범위에 대한 물음표가 생깁니다. ESA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유클리드의 관측범위를 하늘의 1/3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요?
유클리드의 관측할 영역을 구분한 안내도. 가운데 은하수 부분을 제외한 바깥부분을 관측한다. 노란색 부분은 딥필드 관측을 진행할 부분. ESA


맑은 날 어두운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깜깜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데요. 은하수 안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천억개 가량 존재합니다. 이 별들은 우주를 관측하려는 유클리드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해당방향으로는 관측할 수 없습니다. 은하는 가운데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을 중심으로 물질들이 공전하는데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 방향으로 회전하며 납작한 원반형태로 물질들이 공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클리드의 관측 제외 영역은 대부분 은하수의 모습을 본따 형성돼 있습니다.

유클리드의 첫번째 테스트 이미지 - 가시광선과 적외선 속의 우주


지구에서 발사된 유클리드는 제임스웹처럼 한달간 항해 후 L2 포인트에 안착 후 지난 7월 31일 첫 테스트 결과물을 공개했습니다. 제임스웹은 한장의 이미지가 공개됐지만 유클리드에는 2가지의 관측장비가 실려있기 때문에 결과물도 우선 VIS 1장, NISP 1장 촬영본이 공개됐습니다.
유클리드의 VIS 기기로 관측한 테스트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먼저 VIS의 결과물을 보면 색이 없는 흑백 이미지에 은하가 빼곡히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SA는 광각으로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이 이미지가 실제로는 보름달의 1/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부분의 관측에서도 나선형·타원형 은하, 근·원거리의 천체, 성단 등이 관측됐습니다.

ESA 유클리드 연구팀은 해당 테스트 이미지를 촬영할 때 특정 각도에서 태양빛이 VIS에 간섭하는 현상을 발견했고 관측 각도를 수정해서 향후 임무 수행중에 발생할 에러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클리드의 NISP 기기로 관측한 테스트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다음으로는 NISP의 적외선으로 관측한 데이터 이미지 입니다. 이 이미지에는 앞서 VIS와 다른 적외선으로 촬영한 이미지 답게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미지에는 멀리 있는 은하들이 작은 빛으로 촘촘하게 담겼으며 근거리에 위치한 천체의 밝은 빛은 제임스웹처럼 6갈래의 스파이크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클리드의 NISP 그리즘 모드 테스트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NISP에는 VIS에는 없는 '그리즘(Grism)'이라는 장치가 탑재됐는데 은하의 빛을 파장별로 쪼개 분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리즘 모드에서 촬영한 이미지는 마치 촬영도중 세로로 카메라를 흔들어 피사체가 흔들린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나하나의 선이 모두 은하입니다. 적외선 파장을 쪼갠 데이터는 과학자들에 의해 해당은하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이 은하가 지구와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벌써 고장소식 들린 유클리드


유클리드 FGS가 별을 고정하지못해 기체가 촬영도중 움직이면서 별의 궤적이 생긴 모습. ESA / Euclid Consortium / TAS-I

유클리드는 지금까지 발사된 우주망원경중 가장 정밀한 기기 중 하나입니다. 100억년에 달하는 우주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극한의 정밀한 관측이 요구되는 미션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 망원경이 관측하는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우주의 1/3에 달하는데요. 이 넓은 부분을 관측하기 위해서 ESA가 미션기간으로 예상하는 6년동안 매 75분씩 관측을 쉬지 않고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계획은 극도로 먼 지점을 관측하면서 다중 관측의 데이터를 합쳐야하는 서베이 관측의 특성상 관측지의 안정성과 관측의 정확성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유클리드에는 관측하는 대상을 유도하는 정밀 유도센서(FGS)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이 장비는 망원경이 관측해야 할 방향을 지정하고 유클리드의 방향과 L2 헤일로 궤도 운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ESA는 이 중요한 장비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지난달 26일 ESA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FGS가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고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천문학자와 연구진은 간담이 서늘했겠습니다. FGS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주를 관측한다는 명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유클리드의 성능검증 단계는 지연됐고 소프트웨어 수정 등 ESA는 성능 복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ESA


상당시간 밤샘 작업을 펼친 끝에 지난 5일 ESA는 공식홈페이지에 소프트웨어 패치를 통해 FGS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태양의 플레어에서 비롯된 고에너지 복사선이 때때로 유클리드에 잘못된 신호를 유발하도록 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잘못된 신호로 간헐적으로 센서가 별을 탐색하는데 필요한 별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실패했던 것 입니다. 지구 상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쳤더라도 우주에서 일어난 뜻밖의 해프닝으로 오랜 기간 준비했던 미션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천문학계는 간담이 서늘했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면서 유클리드의 성능검증 프로세스는 다시 재개됐습니다. ESA는 오는 11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 정기적인 과학 조사 관측은 그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클리드의 우주 탐사는 곧 시작됩니다!


초기우주 상상도. /A. Schaller (STScI)

ESA는 유클리드의 여정을 다크 유니버스(암흑 우주)를 탐사한다고 표현하는데요. 밝게 빛나는 우리은하가 아닌 까맣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두운 우주 공간을 관측하는 유클리드의 여정,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을 관측하고 지도를 그려낸다는 여정을 빗대어 표현한 것 같습니다.

ESA는 유클리드의 임무가 우리 우주의 본질에 대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과학적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5%의 물질 밖 95%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인지, 상대성 이론은 거대 우주 안에서 얼마만큼 유효한 이론이 될지, 빅뱅 이후의 우주는 어떻게 형성되었을지 등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 유클리드의 관측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관측준비가 끝났습니다. 약 1년전 제임스웹의 첫 결과물이 공개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르고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죠. 이번 유클리드의 관측 결과물도 제임스웹의 결과물처럼 어떤 놀라움을 보여줄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우주의 진짜 모습, 암흑물질의 진짜 분포를 알게 될 그 순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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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chwc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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