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1년]④ "제2참사 안돼"…정부·지자체 안전관리 달라진다
인파 관리에 'AI 기술' 도입 등 서울시·지자체, 안전관리 만전
이달 31일 핼러윈 날 전후 이태원·홍대 등 인파 밀집지역 집중 관리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해 159명의 사망자를 낸 10·29 이태원 참사는 정부와 지자체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경찰은 인파 사고를 우려하는 112신고가 쇄도했음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고,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구는 재난 상황 전파 등을 소홀히 했다가 피해를 키웠다.
현장에서는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관, 주변 시민들까지 합심해 구조에 나섰으나,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29 참사는 이렇듯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으며 시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에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일상 속 재난과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는 재난안전 관리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 요구이기도 했다.
참사 책임론에 몰린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관계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두 달여 동안 전문가와 지자체, 국민 제안 등을 검토해 재난관리 개선안을 담은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놨다.
범정부 종합대책은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선제 대비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재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방점을 뒀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17개 시도도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인파관리 시스템 도입에 속속 나서는 등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파사고도 사회 재난"…'현장인파관리 시스템' 구축
정부가 내놓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은 이태원 참사 같은 '인파 사고'를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에 포함했다.
이렇게 되면 인파 사고도 다른 각종 재난처럼 사전 예방부터 대응, 수습까지 전반의 과정을 체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사 당시 핼러윈 축제 주최자가 없어 인파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어느 기관에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거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축제·행사는 '주최자 유무'와 상관 없이 지자체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사전 관리를 강화했다.
대규모 인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한 '현장인파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통신 기지국과 대중교통 데이터 등 유동인구 정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밀집도를 관찰해 위험이 감지되면 이를 소방·경찰에 알리고, 해당 지역민에게는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재난 발생 시 소방 외 경찰도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상황을 보고하고, 경찰·소방 간 긴급 공동대응 요청 시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도록 한 점은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다.
2027년까지 전국 모든 기초 지자체 단위에 '365일·24시간 재난상황실'을 운영하도록 하고, 모든 지자체 CCTV를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지능형' CCTV로 교체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정부는 참사 당시 활용도가 크게 떨어져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받은 재난안전통신망의 기관 간 활용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을 놓고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돼 대책이 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종합대책 이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서 정부·지자체가 합동으로 사전 점검을 하고, 현장 대응에 나서는 모습에서 변화의 분위기는 읽힌다.
이달 7일 개최된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밀집했지만, 행안부와 경찰청 등 14개 관계기관이 축제 전날부터 이틀간 행사장 안팎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에 집중하며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행안부는 이달 31일 핼러윈 날을 전후로 주요 번화가에 인파가 예상됨에 따라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6일간 인파 밀집 위험도가 높은 서울 이태원과 홍대 앞, 명동, 대구 동성로 등 4개 지역에 국장급 상황관리관을 파견, 관계기관과 합동 상황관리를 한다.
지자체들, 'AI' 활용한 인파관리…안전관리 매뉴얼도 강화
참사 여파는 서울과 경기도 등 17개 시도의 재난대응 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시는 이태원과 홍대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AI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피플 카운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재난안전시스템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지능형 CCTV를 통해 단위 면적당 인원수를 자동 측정하고, 인파 밀집이 감지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서울시-소방당국-경찰'에 상황을 전파·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시는 서울 전역에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 71곳을 선정하고, 올해 안으로 인파 감지 CCTV 총 909대를 설치한다.
재난안전상황실의 팀 단위를 과 단위로 격상하고, 상황관리 인력을 11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등 재난안전상황실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경기도는 올해 1월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전면 개정하고,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통해 주최·주관하는 자가 없지만, 순간 최대 50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의 안전관리에 필요 조치를 하도록 도지사 책무를 강화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인파관리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광주시는 지난 5∼9일 열린 제20회 '추억의 충장축제'에서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인파관리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했다.
축제 참여자의 실시간 통신 데이터를 파악해 인파가 몰리는 공간을 설정하고, 사전 조치에 나서는 방식이다.
경기도도 광주시와 비슷한 방식의 실시간 인파관리시스템을 다음 달 도입한다.
대전시는 지난 8월 '대전 0시 축제'에서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선별 관제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AI 기반의 CCTV를 통해 사람이나 차량의 이상 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해 해당 장면을 모니터에 띄우는 방식으로, 관제요원에게 알리면 실시간으로 싸움, 쓰러짐, 차 사고 등에 대응할 수 있다.
대전시는 효율적인 관제실 운영을 위해 다양한 인구 밀집 행사에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CCTV를 이용해 인파 밀집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내년 인파가 많은 해운대구와 부산진구를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벌인 뒤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고성식 김선호 김기훈 김은경 김준범 손상원 신민재 이덕기 이해용 전창해 정경재 최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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