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아무데나 막 세워두는 공유킥보드…시민 불편 한계 도달
2년간 서울시 공유 킥보드 견인 민원 19만건
접근성의 함정에 빠져 주민 불편 간과
(서울=연합뉴스) 조서연 이다빈 인턴기자 = 원하는 장소에서 탑승하고 아무 데나 세워두면 자유롭게 반납이 되는 공유 킥보드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이용할 때는 편리하지만 반납 이후에는 길거리 곳곳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관련 업체들이 이동성과 접근성에만 집중해서 사업을 확대해온 결과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강남 일대에서 공유 킥보드 현황을 살폈다. 민원 신고가 많았던 지하철역 근처와 공유 킥보드가 몰려있는 구간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3시간가량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 골목에 들어가더라도 공유 킥보드가 어지럽게 방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퇴근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단 한 대의 기기만으로도 통행에 큰 방해가 되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12번 출구 앞의 버스정류장 근처에도 공유 킥보드가 가득했다. 다양한 업체의 기기들이 정류장 근처의 여유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공유 킥보드와 부딪히지 않게 피해 다니며 버스를 이용했다.
대치동 부근의 횡단보도에도 시민들이 공유 킥보드 옆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적은 상황에서도 통행을 가로막아 불쾌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길가에 쓰러져 있거나 길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기기들은 흉물이 되어 미관을 해쳤다.
도로교통법 32조에 따르면 공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등으로부터 10m 이내인 곳에서는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공유 킥보드가 워낙 많다보니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유 PM(Personal Mobility) 업체들이 고수하고 있는 자유 반납 방식인 '프리 플로팅(Free-Floating)'이 문제의 핵심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늘어나는 민원에 대응해 서울시는 21년 7월부터 견인 제도를 시행했다. 신고를 받으면 해당 업체가 기기를 수거하도록 유예 시간 60분을 부여하고 이후에 견인한다. 공유 킥보드 업체는 기기당 4만원의 견인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지불해야 장치를 찾아갈 수 있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21년 7월부터 23년 6월까지 약 2년 동안 접수된 민원만 19만2천588건에 달하고, 11만1천956건이 견인되었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뿐만이 아니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조승완(22) 씨는 "최근에 대학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 킥보드 주차가 큰 문제가 되어서 캠퍼스 내부에도 PM 주차구역 설치가 시급하다"라며 "부산의 번화가를 가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애매한 곳에 공유 킥보드가 마구잡이로 세워져 있다"고 토로했다.
천안시에 거주하고 있는 오 모(43) 씨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지나갈 때도 방해만 되는데 지자체에서 PM 주차 구역을 왜 만들었나 의문이 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업체마다 주차 구역을 따로 두는 곳도 있지만, 생색내기식"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프리플로팅 효율화에 대한 해결 방안에 손을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PM 주차구역 191개…전체 공유 킥보드 4.1%만 수용
공유 전동킥보드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3년 9월 말 기준 총 191개의 PM 주차구역을 설치했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191개의 주차구역만으로는 서울시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유 킥보드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데다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설치한 191개의 주차구역에서 주차할 수 있는 장치는 한 장소당 6~8대로, 주차구역 당 8대를 주차한다고 가정해도 최대 1천528대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전체 전동킥보드 대비 약 4.1%만 수용할 수 있다. 근본적인 주차 공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견인에만 매달리며 '눈 가리고 아웅' 했던 셈이다.
공유형 킥보드 사업 초기에 '프리플로팅'이 공유 킥보드 무단주차를 부추길 수 있음에 대한 고민이 업계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PM 업계 관계자는 "공유 킥보드 사업이 3~4년 전부터 시작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사업이 성숙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 새로운 친환경 사업이다 보니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접근성'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거주하는 한 모(58) 씨는 "공유 킥보드는 무단 주차를 해도 과태료가 없고 견인료만 부과되고 있는데, 보도의 주차구역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업체를 위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월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시 공공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 공간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견인 제도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로 이용이 많은 지역에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설영 수석연구원은 "업체들에 이용 데이터를 받으면 훨씬 정확하게 주차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 데이터는 사업 자산이라 업체 입장에서는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글로벌교통협력센터장은 "관련법이 없으니 공유 킥보드 반납과 이용이 불법인지 판가름하기는 어렵다"며 "보도에 공유 킥보드 등의 주차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이 특혜라고 볼 수도 있어 이용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부현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 협회장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자전거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처럼, 퍼스널모빌리티 업체에 도로 이용료를 내라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이용자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이동장치도 많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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