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전기차 배터리 탈 중국… 수입 의존도↑

김창성 기자 2023. 10. 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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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중국산 테슬라의 공습③] 국산 전기차도 적용 증가세… 소재 자립 전략 필요

[편집자주]판매량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돼 출고를 낮춘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국내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단숨에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모델Y RWD와 같은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트럭까지도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돼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금액도 폭증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공습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전시장.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중국산 저품질 우려 밀어낸 '가격 경쟁력' 비결
②승용차 이어 전기 버스·트럭도 중국산이 잠식
③힘겨운 배터리 탈 중국… 수입 의존도↑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을 중국산 제품이 잠식해 가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EP)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의 흥행세는 무서울 정도다. 올해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금액은 전년 대비 115%나 폭증해 의존도가 심화됐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주요 판매 모델에 중국산 LEP 배터리 적용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배터리까지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립 전략이 부족한 국내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여기저기 '메이드 인 차이나'


국내 전기차시장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잠식해 가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국내 흥행뿐 아니라 각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마저 중국산으로 가득 채워지며 국내 전기차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는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 무대인 자국 시장을 앞세워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판매량 감소세를 겪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가격경쟁력도 밀리며 갈수록 중국 의존도만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금액은 지난해 기간보다 114.6% 증가한 44억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다.

이 기간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금액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금액인 34억9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를 넘어섰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모델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 배터리 행사. /사진=뉴스1
한국이 올 들어 8월까지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46억3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인데 이 중 중국산이 96.5%를 차지하며 쏠림 현상을 보였다.

한국이 전체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금액 가운데 중국산을 97% 규모로 채웠지만 반대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중국 수출 금액은 6600만달러(약 894억원)로 전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한 품목에서만 약 6조원의 대중 무역적자를 봤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업체가 현지 공장에서 만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수량도 수입 통계로 집계됐지만 올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각 완성차업체가 전기차에 중국업체가 생산한 값싼 배터리 적용을 확대해 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업체의 NCM 배터리가 아닌 중국 CATL의 LFP 배터리 적용을 늘려가고 있어서다.

LFP 배터리는 중량당 에너지밀도가 낮아 무게가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기존 NCM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부담이 낮아 출고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 수요를 폭넓게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판 커지는 반값 전기차, 과제는 中 의존도 벗기


최근 각 완성차업체가 CATL의 LEP 배터리를 비롯한 중국산 적용을 확대하는 배경은 테슬라 모델Y RWD의 흥행에서 찾을 수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Y RWD에 값싼 LEP 배터리를 적용해 출고가를 떨어트렸고 판매 흥행으로 이어졌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급감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전기차 판매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테슬라 모델Y RWD의 흥행으로 LEP 배터리를 비롯해 저렴한 중국산 적용에 확신을 갖게 되며 각 라인업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중국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 등 저가 모델이 출시돼 판매량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는 코나 하이브리드에 CATL의 NCM 배터리를 탑재하며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신호탄을 쐈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 예정인 경형 전기 SUV 캐스퍼에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할 전망이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에도 CATL의 NCM 배터리가 적용된 바 있으며 최근 출시된 전기차 레이 EV에는 CATL의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레이 EV는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 초반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국내 배터리업체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가성비 모델인 테슬라 모델Y RWD의 흥행을 확인한 만큼 보금형 모델 등에는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 사용을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KG모빌리티가 선보인 전기 SUV 토레스EVX에는 중국 비야디(BYD)가 만든 LFP 배터리가 적용됐다. 토레스 EVX는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적용이 확대되면서 중국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업체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싼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가격이 낮은 중국산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국산 LFP 배터리 장착으로 눈을 돌리는 것 역시 떨어진 판매량 회복을 위한 결단"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커질수록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인 데다 국내 배터리 업체도 LE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광물 수입 경로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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