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때 성적 쾌감”...내연녀에 때려달라 애걸복걸한 소설가의 사생활 [사색(史色)]
[사색-44]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소설가 하면 내로라하는 대문호의 이름이 몇 떠오릅니다.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인 톨스토이나, 영문학의 아버지 셰익스피어, 미국 문학의 시대를 연 마크 트웨인도 생각납니다. 근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인간 실존적 불안과 부조리를 묘사한 프란츠 카프카도 빼 놓지 않으시겠지요.
저에겐 또 다른 맥락에서 생각나는 소설가가 있습니다. 19세기 오스트리아 소설가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입니다. 이름이 생경하시다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문호의 이름이 문학사보다는 정신분석학에 그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자허 마조흐란 이름은 언제나 성적으로만 주목받아 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뒤편에 숨어야만 했습니다. 그의 텍스트가 다시금 평가받기 시작했던 건 1968년.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 들뢰즈가 그의 작품을 분석한 ‘마조히즘:냉정함과 잔인함’을 출간하면서였습니다.
그는 자허 마조흐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하지요. “마조히즘은 단순히 고통을 즐기는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마조흐는 복잡다단한 인물입니다. 마조히즘의 이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사색하려는 배경입니다.
좋은 가문의 반듯한 아들로서의 가면을 벗어던진 건 그가 대학에 입학한 1854년부터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두 번째로 큰 도시 그라츠에서 법학·수학·역사를 공부했지요. 그가 가장 좋아하던 과목은 역시 역사였습니다. 마조흐는 이때부터 역사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지요.
특히 그는 오스트리아 갈리시아 지방 민중의 삶을 소설 속에 잘 녹여내 당대 소설가로부터 호평받았지요.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헨릭 입센이 자허 마조흐의 작품을 높게 평가한 인물들입니다.
세베린이라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완다라는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하지요. 하지만 그 방식이 괴이쩍었습니다. 그녀에게 다가가 “당신의 노예가 되고 싶소”라고 말하는 것이었지요. 그러고는 점점 더 가학적인 행위를 요구합니다. 알몸에 모피를 입은 채로 자신을 채찍질해달라는 해괴한 부탁이었습니다.
그의 소설은 꽤 인기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고통과 복종을 미학적으로 승화한 데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지요. 불과 100년 전 사드의 작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달랐습니다.
“특정 인간에게 무조건 복종하면서 느끼는 성적 감정”. 자허 마조흐의 작품은 이제 ‘마조히즘’이란 용어에 잠식되는 처지에 놓이지요. 그는 자신의 소설 작품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에는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파니 피스토어라는 귀족 출신 과부와 연애할 때 실제로 서약서를 교환하고 노예 생활을 하기도 했었지요. 파니가 잔인하게 그를 대할 때 쾌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자허 마조흐는 자신의 이름을 하인들이 많이 쓰는 ‘그레고어’로 쓰고 하인처럼 굴었습니다.
오로라는 더 이상 남편을 견디지 못하고 그와 이혼을 결심합니다. 자허 마조흐가 신문광고에 자신의 아내와 성관계를 할 힘센 남자를 구해보자고 요청한 뒤였습니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는 자허 마조흐의 삶과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된 셈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점점 독버섯처럼 퍼진 ‘반유대주의’에도 공개적으로 맞서 싸웠었지요. 어렸을 적 살았던 갈리시아 지방에서 영주에 대한 농민반란을 본 뒤로 그는 언제나 약자를 향해 연민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비참한 수레에, 빨간 피가 흘렀고, 그 피를 개가 핥았다.”
가난을 못 이기고 봉기한 농민의 처참한 결말을 본인의 책 속에서도 여럿 남겼지요. 군국주의로 치닫는 비스마르크 체제의 독일을 비판한 것도 그였습니다.
소설 속 대사를 옮겨 적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적이나, 노예, 혹은 폭군만이 될 수 있다. 결코 동반자는 될 수 없다.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가질 때에만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명한 프랑스 작가 장 뒤 튀르가 “사랑에 관한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자허 마조흐의 작품 속에는 채찍을 때리는 장면보다, 내리치기 직전의 장면이나, 모피를 벗는 장면을 정지된 사진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허 마조흐만의 독창적인 미학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모피를 입은 비너스’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 역시 그가 복잡다단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선과 악, 도덕과 방탕을 동시에 지닌 우리처럼요.
ㅇ맞으면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마조히즘’은 오스트리아 소설가 자허 마조흐의 이름에서 따왔다.
ㅇ그의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서 피학성애를 묘사했기 때문이다.
ㅇ마조흐는 또한 평생을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워 온 복잡한 인물이기도 하다.
ㅇ야한 글 쓰는 사람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닌가 봅니다.(제 얘기는 아닙니다.)
<참고 문헌>
ㅇ윤시향, 자인한 쾌락-자허 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 2003년
ㅇ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모피를 입은 비너스,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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