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품질 전기차 우려 밀어낸 '가격 경쟁력' 비결

김창성 기자 2023. 10. 2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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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중국산 테슬라의 공습①] 국산 전기차 주춤 한데 나홀로 판매량 훨훨… 보조금도 싹쓸이

[편집자주]판매량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돼 출고를 낮춘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국내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단숨에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모델Y RWD와 같은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트럭까지도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돼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금액도 폭증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산 LFP 배터리가 달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 /사진=테슬라 코리아
▶기사 게재 순서
①중국산 저품질 우려 밀어낸 '가격 경쟁력' 비결
②승용차 이어 전기 버스·트럭도 중국산이 잠식
③힘겨운 배터리 탈 중국… 수입 의존도↑
국내 대표 전기차 모델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비롯해 기아 EV6, EV9까지 전년 대비 판매량이 급감했다. 중국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이 판매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 업체의 저가 배터리를 탑재해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은 국산 전기차 대신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하고 있다.


비싸면 안 사는 소비자, 중국산 테슬라에 반응했다


최근 국내 전기차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중국산 테슬라 모델Y RWD다. 국산 전기차 주요 모델의 판매량이 크게 꺾인 반면 중국산 테슬라 모델Y RWD는 나홀로 흥행해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등록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산 테슬라 모델Y RWD는 총 4206대가 등록돼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모델Y RWD의 판매량은 전월(431대)보다 875.9% 뛰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전년 대비 154% 증가한 3510대를 팔았지만 모델Y RWD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벤츠 E클래스에 이어 3~4위에 오른 볼보 XC60(899대)과 BMW 3시리즈(842대)와의 격차는 5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 판매량(현대차 집계)은 전년(2396대) 대비 70.6% 준 705대에 머물렀다. 아이오닉5의 9월 판매량은 지난 8월 판매량(1061대) 보다도 33.6% 하락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중국산 저가 모델이 흥행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산 LFP 배터리가 달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 /사진=테슬라 코리아
아이오닉6 상황도 비슷하다. 아이오닉6의 지난 9월 판매량은 전년(2652대) 보다 87% 뒷걸음질 친 344대다.

기아 EV6는 전년(2281대) 대비 73.7% 급감한 601대를 팔았다. 기아의 첫 준대형 전기 SUV EV9은 7월에 1251대가 판매됐지만 8월 들어 판매량이 408대로 꺾였고 9월 들어 1163대가 팔려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테슬라 모델Y RWD 판매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국산 모델Y RWD에는 기존 고성능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생산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했다. LE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모델Y RWD의 출고가도 기존 모델보다 2000만원 이상 낮아졌다.

차급이 다르지만 최근 국내에 출시된 기아 EV9의 출고가가 800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 모델Y RWD의 구매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구매는 국내 소비자, 배부른 건 中 CATL


지난 9월 테슬라 모델Y RWD의 판매량(4206대)은 아이오닉5·6와 EV6·9의 판매 대수(2813대)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많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Y RWD를 국고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가격(5699만원)에 맞춰 국내에 출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실제 구입비용은 5000만원 이하로 내려간다. 테슬라 모델Y RWD가 기존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고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LEP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국내 소비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이유다.

테슬라가 국고 보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출고가를 책정해 국내 전기차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주춤한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됐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장착된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열린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EV9의 국내 시장 판매 목표는 8000만원대 이상이 월평균 외산 1만1000대, 국산 2000대 정도"라며 "처음 EV9을 선보일 때 외산 수요층, 그 중에서도 젊은 수요층을 끌어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 미흡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최근의 부진한 판매 성적을 에둘러 외면했다.

테슬라 모델Y RWD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지만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전기차 보조금의 대부분이 모델Y RWD로만 쏠려 결국 테슬라와 중국 CATL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9월 모델Y RWD가 지원받은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최소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 유입이 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국고 보조금을 휩쓰는 현상을 시급히 제어하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책 마련의 핵심은 중국산 테슬라 모델Y RWD에 대응해 국내 업체들도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상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를 살 사람은 다 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적용 범위가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제조업체에서 반값 전기차를 내놓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판매량 하락세는 회복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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