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 통합우승 꿈꾸는 LG 트윈스…모기업 주가 수익률이 프로야구 순위였다면?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3년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은 LG 트윈스의 몫이었습니다. 무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일인데요. 당시 LG 트윈스 리틀 회원으로 유광 점퍼를 입고 다녔던 국민학교(1996년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명칭) 학생들은 이제 40대 전후의 회사원,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되어서야 LG 트윈스가 정규시즌을 우승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래간만의 우승이었던 만큼 LG 트윈스는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6할 승률(0.606, 86승 2무 56패)’을 기록, 2위와 6.5게임차란 압도적 차이를 기록했습니다.
LG 트윈스의 뒤로는 2위 KT 위즈(승률 0.560), 3위 SSG 랜더스(0.539), 4위 NC 다이노스(0.528), 5위 두산 베어스(0.521)가 이름을 올리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아쉽게도 6위 기아 타이거즈(0.514), 7위 롯데 자이언츠(0.472), 8위 삼성 라이온즈(0.427), 9위 한화 이글스(0.420), 10위 키움 히어로즈(0.411) 등 5개 팀은 ‘가을 잔치’에 초대 받지 못했고요.
하지만, 이 순위를 야구 실력이 아니라 각 야구단의 모기업(키움 히어로즈의 경우 네이밍 스폰서)의 주가 변동률로 바꿔서 매겨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이 진행된 4월 1일~10월 17일 기간에 10개 야구단 모기업 중 가장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바로 KT 위즈의 모기업 ‘KT’입니다. 이 기간 KT 주가는 13.24% 상승했죠.
KT 주가 상승률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저효과’ 덕분입니다. 프로야구 개막 전 1~3월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던 것이 오히려 시즌 중 주가 상승률 극대화란 ‘전화위복’으로 나타난 것이죠.
올해 1~3월 KT 주가는 12.87%나 급락했습니다. 지난 3월 30일에는 종가 기준 2만9000원으로 연저점을 찍기도 했고요. 프로야구 개막일(4월 1일) 직후 첫 증시 거래일이었던 4월 3일 주가 수준은 사실상 ‘바닥’으로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KT 주가가 급등세를 탄 것은 CEO 최종 후보 1인 선정 소식이 들려 온 8월 초부터죠. 올 한 해 KT 주가 약세의 이유가 바로 ‘리더십 부재’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겁니다. 이후 LG CNS 대표를 역임했던 김영섭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리스크가 해소됐고, 주가 역시 우상향 곡선에 올라탔습니다.
최근엔 향후 3년간 배당금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KT 주가엔 탄력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조치가 주가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평가했죠.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별도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 50%와 최소 지난해의 주당 배당금(1960원)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KT를 둘러싼 배당 축소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불확실성 해소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환원 재원이 부족한 경우에도 주당 현금배당금 1960원을 보장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라고도 평가했죠.
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은 제일기획입니다. 해당 기업의 주가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동안 10.63%나 상승했습니다.
제일기획 주가의 상승세가 다른 종목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보였던 이유 역시도 KT와 마찬가지로 ‘기저효과’입니다. 제일기획 주가는 1~3월에만 19.22% 하락했죠. 올 상반기 대내외적으로 광고 기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던 탓입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7월 26일까지도 1만6780원으로 연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시즌 종료 시점까지 주가는 무려 21.25%나 상승한 2만600원을 기록하며 2만원 대에 올라섰습니다.
증권가에선 연말로 가며 광고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제일기획 주가 역시 우상향 곡선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힘들었던 상반기에도 불구하고 제일기획은 쌓아온 역량에 기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며 “업황 바닥은 지난 것으로 판단되고 점진적인 영업 환경 안정화와 닷컴, 이스토어 등 오운드(Owned) 미디어 사업 확대 등 성장 기반 강화의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기아 타이거즈의 모기업 기아 주가는 앞선 두 종목과 달리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달린 탓에 손해를 본 케이스입니다. 전지훈련에서 한 연습 게임에 온 힘을 집중해버린 바람에 정규시즌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죠.
기아는 현대자동차그룹 내 ‘형님’ 격인 현대차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연초부터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 호조 등으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현대차는 물론 기아까지 만년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증시 상장 종목 중 ‘영업이익왕’을 차지한 것에 투심이 집중됐습니다.
이 결과 정규시즌 전인 1~3월 기아 주가는 36.59%나 상승했죠. 이후 정규시즌 초반이던 5월 11일엔 9만100원으로 연고점을 찍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후 조정세를 거치며 기아 주가는 10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8만230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앞으로 기아 주가 전망이 어떻냐고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는 한때 3분기부터 기아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견조한 해외 수요 등 펀더멘털을 고려할 경우 기아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의 기아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12만5227원에 이릅니다. 17일 종가 대비 52.16%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키움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 중 매우 특이하게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명명권을 통해 운영 중입니다. 그렇게 히어로즈란 이름 앞에 붙일 네이밍 권리를 구매한 스폰서가 바로 키움증권이고요.
정규시즌 기간 키움증권의 주가는 0.99% 올랐습니다. 주가가 이 수준에 이르기까지 키움증권의 주가 흐름엔 두 곳의 큰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일명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 전후입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됐던 주식들의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키움증권을 거느린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전 회장이 대거 매도하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일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키움증권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김 전 회장이 직접 언론 앞에 서 사과문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키움증권 주가 역시도 4월 14일 10만9400원에서 7월 7일 8만4600원으로 22.67%나 하락했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매 운동으로 키움증권을 위기에 봉착하게 했던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키움증권을 다시 되살려놓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7월 들어 개인 수급 중심으로 벌어진 2차전지 투자붐 덕분에 개인 투자자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키움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했고, 주가 역시 10만원대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중기 주주환원정책 발표로 키움증권 주가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전날 대비 15.10%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선 압도적 1위를 차지한 LG 트윈스지만, 모기업이자 LG 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주가 상승률은 0.97%에 그쳤습니다. 딱 포스트시즌 ‘턱걸이’권인 5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만족할 수준이었고요.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야구단 LG 트윈스와 농구단 LG 세이커스를 운영하는 LG스포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LG의 주가 상승률은 1~4위를 기록한 다른 야구단 모기업의 주가 흐름과 비교했을 때는 아쉽다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규시즌 기간 LG 그룹 내 다른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 흐름을 고려해본다면 LG의 주가 선방이 돋보이는 수준입니다. 정규시즌 기간 LG생활건강(-30.33%), LG화학(-27.53%), LG디스플레이(-24.22%), LG에너지솔루션(-18.66%), LG헬로비전(-15.24%), LG이노텍(-12.38%), LG전자(-7.89%), LG유플러스(-5.26%) 등 지주사 LG를 제외한 LG 그룹 내 모든 계열 상장사의 주가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말이죠.
LG 주가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정규시즌 시작 직전인 3월과 시작 직후인 4월 벌어전 LG 그룹 일가의 상속 분쟁 때문입니다.
특히, 4월 12일엔 영국계 자본인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LLP가 LG 지분 5% 가량을 취득했다는 공시를 하면서 하루에만 전날 대비 주가가 9.48% 오른 9만350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주가 상승률로 매겨본 순위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5개 구단 모기업은 모두 정규시전 전 주가에 비해 정규시즌이 종료한 후 주가가 하락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6위 한화 이글스의 모회사 한화(-7.24%), 7위 롯데 자이언츠의 모회사 롯데지주(-8.35%) 주가 하락률은 한 자리대였고, 8위 두산 베어스의 모회사 두산(-15.32%)의 주가 내림폭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실제 야구 실력으로는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였지만, 이들 모기업인 이마트와 엔씨소프트의 정규시즌 기간 주가 변동률은 각각 -33.71%, -37.55%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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