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 ㄱ?" '칼로리 폭탄' MZ 식단 따라해보니

서상혁 기자 임윤지 기자 2023. 10.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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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식탁]① 마라탕+탕후루 하루 권장 열량 섭취…나트륨·당 '초과'
"탕후루 섭취 후 허기 느껴"…전문가 '혈당 스파이크' 위험

[편집자주] 아침에는 달달한 커피. 점심에는 맵고 짠 마라탕. 간식으로는 달콤한 탕후루. 저녁 술자리에선 상큼한 하이볼. 요즘 MZ세대의 식습관을 보여주는 식음료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돌지만 그거 아시는가. '칼로리 폭탄'인 데다 '음식 중독'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뉴스1>이 MZ세대의 식탁을 집중 점검해봤다.

10일 오후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탕후루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2일 국정감사에 탕후루 프랜차이즈 운영업체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청소년의 건강권 문제를 질의한다. 2023.10.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임윤지 기자 = "어디 보자. 오늘 첫끼니이니 푸짐하게 먹어야겠다. 숙주 들어가야 하고 감자에 버섯도 넣어야지. 푸주에 분모자도 빠지면 섭섭하지. 아 모르겠다. 스트레스받는데 공기밥 시켜 국물에 말아 먹자"

지난 17일 오후 12시30분. 대학교 4학년 김혜진씨(가명·여·25)는 밀린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밥때가 한참 지나서야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그동안 취업 준비하느라 스트레스가 좀 쌓인 만큼 이날 점심 메뉴는 마라탕으로 골랐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 집에서 먹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하던가. 매운 음식을 싫어해 조금 순한 맛으로 주문했지만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뭐랄까. 기분 좋은 짠맛이었다. 마라탕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먹고 콜라로 마무리했다. 역시 스트레스엔 마라탕만 한 게 없다.

오후 수업이 끝난 오후 5시. 저녁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출출한데 뭐 좀 먹어볼까"라며 배달 앱을 보던 중 탕후루가 눈에 띄었다. SNS에서 유행하는 건 꼭 먹어보는 혜진씨지만 탕후루는 아직 경험이 없다. 그렇게 샤인 머스캣, 딸기 탕후루를 시켰더니 포도 탕후루가 덤으로 왔다.

샤인 머스켓 탕후루를 한 입 먹고 "이게 왜 유행이야"라며 무시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딱딱한 설탕 코팅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과즙에 정신을 못 차릴 뻔했다. 설탕 코팅과 샤인머스캣의 조합이라니. 만든 사람은 상 줘야 한다.

저녁 7시. 친구와 만난 혜진씨. 요즘 유행한다는 얼그레이 하이볼을 주문했다. 달달한 맛이라 술이 쭉쭉 들어갔다. 안주로 시킨 고르곤졸라 피자와 통삼겹구이도 한두 점 주워 먹었다. 알찬 하루를 보낸 혜진씨. 그날 밤 푹잤다.

대학생 김혜진씨 11일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마라탕(김혜진씨 제공)

◇한 끼 먹었는데 하루 권장 칼로리 육박…나트륨, 설탕은 이미 기준치 초과

혜진씨가 이날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열량은 3235키로칼로리(㎉).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성인 여성의 하루 섭취 권고량인 2000㎉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심지어 그는 하루 세 끼 중 아침을 걸렀다.

마라탕이 결정적이었다. 마라탕 1인분에 분모자, 공깃밥, 콜라까지 점심에만 1800㎉를 먹은 셈이다. 마라탕에 들어간 사골 국물에 각종 토핑이 열량을 높인 원인이다.

당과 나트륨 역시 기준치를 크게 넘어섰다. 평균적으로 탕후루 1개에 포함된 당은 20g으로 이날 혜진씨가 '탕후루'로만 섭취한 설탕은 모두 60g. WHO에서 정한 하루 설탕 섭취 권고량은 50그램(g)을 훌쩍 넘었다. 여기에 콜라 1캔(26g)까지 마셨다.

혜진씨가 섭취한 나트륨은 약 4500밀리그램(mg). WHO 권고치인 2000mg보다 두 배 많다. 마라탕(2864mg)의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얼굴에 비교적 큰 여드름이 났다. 기름진 마라탕과 탕후루에 함유된 정제 탄수화물 영향으로 보인다. 설탕으로 대표되는 정제 탄수화물 섭취 시 피지 생성 인자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혜진씨는 "원래 피부에 트러블이 잘 안 생기는 편인데, 당황스러웠다"며 "평소에는 소화 기능에 문제가 없었는데, 그땐 몸이 좀 더부룩하고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소폭이지만 일부 수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혜진씨가 지난 16일과 18일 거주지 인근 내과 의원에서 기초 검사를 받은 결과, 이완기 혈압이 70mmHg에서 80mmHg로 상승했다. 맵고 짠 마라탕을 섭취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혈당은 하락했다. 16일 공복 혈당은 77mg/dL이었는데 18일엔 71까지 내려갔다.

◇정제 탄수화물 섭취 많아지면 '혈당 스파이크' 위험

전문가들은 혈당이 떨어진 게 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혈당 스파이크'일 수 있어서다.

식후 혈당이 치솟았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이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혈당이 급격히 오를수록 더 많은 인슐린이 나온다.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혈당은 다시 급격하게 내려가게 되는데, 이 과정서 몸은 '피로감'과 '허기짐'을 느낀다.

이금선 삼육대 중독과학과 교수는 "저혈당이 갑자기 오게 되면 쓰러질 수 있어 노인에겐 '혈당 스파이크'가 매우 위험하다"며 "젊은 사람들도 요즘 단순 당(정제 탄수화물)이나 디저트를 많이 먹는 만큼,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사 결과를 듣고 적잖게 당황한 혜진씨. 음식의 양 자체는 많지 않았는데, 그렇게 칼로리가 높을 줄 몰랐다고 했다. 특히 탕후루를 먹은 이후 식욕이 솟구치면서 더 많이 먹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마라탕을 먹고난 후에는 '오늘 더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탕후루를 먹고 나니 마치 무엇에 중독된 것처럼 음식을 더 먹고 싶어졌다"며 "혈당이나 혈압은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과를 들으니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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