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기온 뚝` 지갑 속 3천원을 꺼낼 때가 왔다… 붕어빵의 귀환
[정래연의 요리조리] '기온 뚝' 지갑 속 3천원을 꺼낼 때가 왔다… 붕어빵의 귀환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간식이 생각난다. 후후 호로록하며 즐기는 길거리 노점의 어묵국물도 좋지만 겨울철 간식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뜨근 달달한 붕어빵이다. 붕어빵 파는 가게 인근의 권역이라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의 말이 있을 정도로 붕어빵을 찾는 사람 또한 많아졌다.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붕어빵 검색량은 전월보다 354.9% 늘었다. 붕어빵은 어떻게 가을·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책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 음식의 역사'에 따르면 붕어빵은 일본의 도미빵(타이야키)가 현지화된 음식이라고 적혀있다. 도미빵은 19세기 말 도쿄 '나니와야'라는 가게에서 서양의 와플과 동양의 찐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던 도미빵은 1930년대 무렵 국화빵 틀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밀가루를 풀 반죽처럼 묽게 만들어 구웠다. 붕어빵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미국 곡물 원조로 국내에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온 1950년대이다. 이때의 붕어빵은 현재 붕어빵과는 다르다. 앙금으로 뱃 속이 꽉 차있는 지금과 달리 앙금이 거의 없고 소금을 조금 뿌려 먹었다고 한다.
붕어빵은 지금이야 간식으로 군것질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서민의 점심 대용으로 인기 있었다. 1981년 '매일경제신문'에는 "손이 달려 미처 구워낼 사이가 없다며 한달 수입이 웬만한 봉급생활자의 2~3배 정도는 된다"는 세종문화회관 인근 붕어빵 상인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붕어빵이 잠시 길거리에서 사라졌을 때도 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로 정부가 길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을 단속했기 때문이다. 붕어빵이 다시 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1998년 IMF 때다. IMF가 터지면서 일자리 잃은 사람들이 붕어빵을 구웠다. 이런 이유로 붕어빵은 불황지표로 여겨지기도 했다.
서민의 가벼운 간식이라기에는 원재룟값의 상승으로 붕어빵의 가격도 오르며 '금'붕어빵이 됐다. 한국물가정보가 지난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붕어빵의 주재료는 5년 사이 평균 50% 가까이 뛰었다. 가성비 간식은 옛말이 됐다. 2010년 3~4마리에 1000원이 기본이었던 붕어빵은 이제 두 마리로 줄었다. 지역에 따라 한 마리에 1000원을 받기도 한다. 어려운 경제에 붕어빵의 개수도 야속하게 줄어가는 씁쓸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앙금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집단지성'을 이용해 붕어빵 노점 정보를 얻는다.
앱 '가슴속3천원', 구글 오픈 맵 '대풀빵여지도' 등을 활용해 지도에 검색되지 않는 붕어빵의 시세와 맛 평점을 공유하고 있다. 앱 '가슴속3천원' 유저수는 약 90만명으로 앱에 등록된 점포 수는 약 1.5만개다. '붕세권'을 찾는 사람들의 요구에 요즘에는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냉동식품으로도 붕어빵을 만나볼 수 있다. 이디야, 메가커피, 설빙 등 프렌차이즈업계는 붕어빵을 디저트로 출시했다. 시즌한정으로 흑임자 붕어빵을 출시했던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출시 3주만에 총 65만개가 판매됐다고 한다. GS25에서는 지난 15일부터 길거리노점에서 팔던 붕어빵을 그대로 재현한 즉석식품 '꼬리까지 맛있는 붕어빵'을 출시했다.
원조 팥앙금부터 슈크림, 고구마, 치즈, 초콜릿 맛까지 붕어빵 속 앙금도 다양해지며 고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때문에 '팥붕(팥 붕어빵)이냐 슈붕(슈크림 붕어빵)이냐'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사람들은 어떤 붕어빵을 더 좋아할까?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가장 많이 주문한 붕어빵 맛은 슈크림이었다. 그 뒤를 이어 팥, 고구마, 피자, 초코 순이었다. 다시 길거리에 붕어빵 노점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스마트폰과 카드로 모든 결제가 이뤄지는 시대이지만 우리의 마음 한편을 데워줄 붕어빵을 위해 현금 3000원 정도 챙겨다니는 것은 어떨까?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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