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 마셔" 폭탄주 사라진지 오래…요즘 대학생이 술 즐기는 법

김지성 기자, 천현정 기자 2023. 10. 22. 06:2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노포.

취업 준비를 함께 한 학우들과 졸업 후 4년 만에 모교를 찾은 곽모씨(31)는 달라진 학교 앞 분위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학생 이모씨(21)는 "코로나19로 인해 선배들과의 만남이 중간에 끊기니 요즘 개강총회, 종강 파티 등을 안 한다"며 "시험이 끝나면 동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칵테일바, 엘피바에 많이 간다. 한잔씩 시켜놓고 분위기를 즐기다 해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한 전통주점. 시험 기간 중 대부분의 자리가 공석이다. /사진=독자 제공


"요즘 학생들 시험 기간에 술 안 마셔요.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학생들 없다고 보면 돼요."(성균관대 앞 전통주점 사장)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노포. 취업 준비를 함께 한 학우들과 졸업 후 4년 만에 모교를 찾은 곽모씨(31)는 달라진 학교 앞 분위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곽씨는 "예전에는 시험 하나 끝나면 술 마시다 공부하고 또 하나 보고 마시고를 반복했는데 학교 앞 술집이 텅 비어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 음식문화 거리 상황도 비슷했다. 20년째 한양대 근처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70대)는 "우리 가게는 회식 장소로 유명해 개강 총회, 동아리 회식, 시험 기간 전후로 예약 전화가 빗발쳤다"며 "예전엔 '그날은 예약이 다 차서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시즌이 돼도 예약 전화 한 통 없고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인근에서 1991년부터 운영된 갈빗집 종업원 김옥자씨(50대)는 "교수님들이 담당 학생들이랑 개강, 종강쯤 대거 몰려오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예약이 아예 없다"며 "축제 시즌이 돼도 공연하러 온 연예인 조금 보고 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에 있는 한 갈빗집. 시험기간 전후로 만석이던 예전과 달리 가게가 비어있다. /사진=천현정 기자

대학가 술자리 문화가 달라졌다. 대규모 인원이 모여 가격이 저렴한 술을 양껏 마시는 분위기에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적당히 즐기는 쪽으로 변했다. 대학생들도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천모씨(24)는 최근 가을 축제를 마친 뒤 학생회 학우 20명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천씨는 "아르바이트나 과외로 다들 돈을 버니 이왕 먹는 거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 먹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회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학교 앞 가게에 가진 않는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확산 기간에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은 수십명의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험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술의 양보다는 술자리의 질을 따지게 됐다.

대학생 이모씨(21)는 "코로나19로 인해 선배들과의 만남이 중간에 끊기니 요즘 개강총회, 종강 파티 등을 안 한다"며 "시험이 끝나면 동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칵테일바, 엘피바에 많이 간다. 한잔씩 시켜놓고 분위기를 즐기다 해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소주와 맥주 선호도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과거 대학생 술자리에서 찾기 어려웠던 하이볼, 와인, 위스키 등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한독이 대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음주 문화 설문조사' 결과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술로는 소주가 34.5%로 가장 많았고 맥주가 27.2%로 2위였다. 이어 하이볼(18%), 와인(7%), 위스키(5%), 전통주(2.3%), 사케(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음식문화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천현정 기자

18년째 한양대 앞에서 김치두루치기 주점을 하고 있는 김미혜씨(50대)는 "여전히 소주와 맥주가 주요 주종이긴 하지만 하이볼, 토닉류도 많이들 찾아 들여놓고 있다"며 "보통 여러잔 마시진 않고 한잔씩 시키고 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대학생이 갈만한 와인바, 칵테일바 등이 늘어난 것도 대학가 술 문화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생 윤준상씨(22)는 "확실히 와인바나 펍 같은 분위기 좋은 곳에 가 양주를 마시는 빈도가 늘었다"며 "대중교통 막차가 끊기기 전 귀가하는 쪽으로 술자리 시간이 짧아지니 그에 맞게 위스키 한 샷 정도로 주종도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술 강권을 금지하는 교육이 강조된 점도 술 문화를 바꿨다고 생각한다"며 "새내기 배움터 등에서 술을 강권해 인권 침해가 발생하면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모두 금지되니 주의하라고 교육받았다. 사건, 사고 없는 술자리가 요즘 문화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