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부터 김병현 흉내 냈다" NLCS서 등장한 '파란 눈의 BK', 우연 아니었다

김동윤 기자 2023. 10. 2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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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AFPBBNews=뉴스1
"8살 때부터 집 뒷마당에서 김병현을 흉내 내곤 했다."

'BK' 김병현(44)을 동경하며 자란 8살 어린이가 오랜 시간을 거쳐 우상과 같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22년 만의 월드시리즈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애리조나의 우완 언더핸드 투수 라이언 톰슨(31)이다.

애리조나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짜릿한 6-5 역전승을 거뒀다.

양 팀 모두 불펜데이를 예고한 가운데 애리조나의 6번째 투수로 등판한 파란 눈의 투수는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투구폼으로 2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 필라델피아 타선을 막아냈다. 투구 후 발을 차는 듯한 동작은 마치 과거 김병현을 보는 듯했고,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미국 매체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NLCS 4차전에 앞서 자신의 SNS에 "톰슨은 자신이 사이드암으로 던지게 된 데에 전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서부 해안의 오리건주 출신인 톰슨은 어린 시절 애리조나의 팬이었다. 그 당시 애리조나는 창단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 4년 차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한 최고의 팀 중 하나였고 톰슨은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랜디 존슨-커트 실링 원투 펀치를 비롯해 '호타준족의 대명사' 스티브 핀리, '57홈런 142타점'의 루이스 곤잘레스 등 수많은 스타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정작 톰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방울뱀의 특급 마무리 김병현이었다.

김병현은 1999년 애리조나에 입단하자마자 마이너리그를 3개월 만에 초고속 돌파하고 메이저리그에 콜업, 이듬해부터는 마무리 보직을 맡은 떠오르는 스타였다. 언더핸드이면서도 다리를 차는 특유의 투구폼으로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1년에는 78경기 5승 6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로 맹활약했다. 2002년에는 72경기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찍기도 했다.

콜로라도 시절 김병현. 투구 후 특유의 발 동작이 보인다.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왼쪽)이 LA 다저스와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NLDS에서 무키 베츠를 상대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그런 김병현의 투구폼을 따라 하면서 언더핸드 투수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톰슨의 투구폼에는 김병현의 흔적이 묻어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톰슨과 인터뷰한 모교 캠벨 대학 학보사는 "톰슨의 투구를 보는 사람들은 그 즉시 그의 특이한 투구폼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 톰슨은 어린 시절 애리조나의 열렬한 팬이었고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잠수함 마무리 김병현을 좋아했다. 그는 친구들과 마당에서 위플볼을 할 때 공에 더 많은 움직임을 주기 위해 김병현의 투구 메커니즘을 흉내 냈다"고 전했다.

톰슨의 언더핸드 투구폼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코치들도 김병현을 따라 한 그 폼일 때 톰슨이 가장 안정적인 폼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교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캠벨 대학에서 2년간 70경기 16승 3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12를 기록하며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토너먼트 출전과 우승을 이끌었다. 그 성과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3라운드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됐다.

커리어는 순탄하지 않았다. 휴스턴 마이너리그 4년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2018년에는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까지 받았다. 이후 룰5드래프트를 통해 탬파베이로 향했고 2020년 메이저리그 데뷔와 함께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은 행운도 누렸다.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AFPBBNews=뉴스1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AFPBBNews=뉴스1

첫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 평균자책점 1.93으로 활약했으나, LA 다저스에 밀려 월드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후 두 시즌간 탬파베이의 불펜로 활약하다 올 시즌 18경기 평균자책점 6.11를 기록한 채 방출됐다.

방출은 오히려 톰슨에게 있어 전화위복이 됐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리조나가 지난 8월 톰슨을 마이너 계약으로 데려갔고 그는 이곳에서 13경기 평균자책점 0.69, 13이닝 9탈삼진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애리조나는 정규시즌 84승 78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3위로 막차를 타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 뒤로는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중이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팀 밀워키 브루어스를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2승 무패로 가볍게 제압한 데 이어 서부지구 우승팀이자 100승 팀 LA 다저스마저 디비전 시리즈에서 3연승으로 물리치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챔피언십 시리즈에 도달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2패 뒤 두 번 연속 역전승으로 시리즈 전적을 동률로 만들며 2001년 이후 두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톰슨도 포스트시즌 6경기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그 행보에 보탬이 되고 있다. 과연 애리조나의 첫 우승을 지켜봤던 어린 소년이 이번엔 자신의 힘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AFPBBNews=뉴스1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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