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상담받는 학생 3년 새 '7배'…경계선 지능 5배 늘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치료 중요…학부모 인식 바뀌어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난독증으로 상담받는 서울지역 초·중·고 학생이 최근 3년 새 7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계선 지능으로 상담받는 학생도 같은 기간 5배로 늘었다. 대면 교육이 힘들었던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난독증을 겪어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학생은 2023년 8월 기준으로 824명이다.
이는 3년 전(2020년)인 112명에 비해 7.4배로 늘어난 수치다.
초등학생이 757명으로 대부분(94%)을 차지했으며, 중학생 61명, 고등학생 6명이었다.
난독증은 지능지수는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글을 읽는 데 문제를 겪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글자나 단어를 뒤집어 읽거나, 새로운 단어를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받침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글을 빠르게 읽지 못하기도 한다.
난독증 치료를 받는 학생이 많아진 것은 2020년부터 시작된 교육청의 조기 발굴 제도가 영향을 줬다.
코로나19 시기 대인 관계가 줄어 발달이 지연되거나, 치료 기회를 놓쳐 최근 발굴되는 학생이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난독·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해 부모의 동의를 얻어 심층 진단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동부학습도움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에서 난독증이나 경계선 지능을 겪는 학생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문제를 최근에 인식하고 조기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어 인원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수업을 겪다 보니 난독증을 포함해 발달이 지연된 학생이 많이 관찰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는 "매년 발달 지연 학생이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미디어에 너무 쉽게 노출되기도 하고, 사회성을 배워야 할 시기에 코로나19로 분리되다 보니 그런 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난독증이나 경계성 지능을 겪는 학생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난독증 치료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조기 치료하는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며 "1년 정도 꾸준히 치료받으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능지수(IQ)가 71∼84로 '경계선 지능'에 속해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학생도 올해 8월 기준 663명으로, 3년 전(122명)에 비해 5.4배로 늘었다.
초등학생이 489명(84%)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154명, 고등학생 20명이었다.
경계선 지능은 지적 장애(IQ 70 이하)가 아니어서 장애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학습에 부진을 겪을 수 있다.
대체로 주의력이 짧고, 긴 문장으로 말을 이어가기 어려워한다. 난독증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친구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만 경계선 지능은 난독증과 달리 부모가 먼저 인정하고 치료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지원이 쉽지만은 않다. 다른 학생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요즘에는 인식도 많이 개선돼서 교육청 차원의 지원도 늘고 부모들도 동참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계선 지능의 경우 간혹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부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원을 받게 되면 글 읽기나 사회성 훈련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증상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중재(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들 학생은 전문기관에 주1∼2회 방문해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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