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소득’ 또 나왔다…김동연 기회소득, 안심소득·기본소득과 다른 점은
이재명 청년기본소득, 성남시에서 내년부터 폐지
김동연 “기회소득, 기본소득과 철학과 원칙 전혀 달라”
“이재명의 기본소득, 오세훈의 안심소득, 그랬더니 김동연의 기회소득까지 나오는 걸 보니까 뭔가 상품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대선 출마의 꿈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한 말이다.
야권 잠룡인 김 지사가 ‘기회소득’을 주요한 경기도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소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년 간 성남시장을 맡아 ‘무상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고,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체급을 키웠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약자와의 동행’ 대표 정책으로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기회소득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내용 면에선 큰 차이가 있다. 같은 민주당 경기지사가 추진한 기본소득과 기회소득도 전제 조건부터 다르다.
◇오세훈 안심소득 받은 5가구 중 1가구는 근로소득 늘어
서울시는 ‘오세훈표’ 복지 모델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현행 복지제도는 일을 해 근로소득을 받아 일정 기준을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지만, 안심소득은 자동으로 적정한 수준의 소득을 지원한다.
시범사업은 2026년까지 실시된다. 지난해 7월 시작한 1단계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를 선정해 3년간 안심소득을 지원한다. 올해 7월 시작한 2단계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선정해 2년 간 안심소득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비교집단을 선정해 정책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1단계 시범사업 중간조사 결과 안심소득을 지원받은 가구의 식품 소비액은 지원을 받기 전보다 12.5% 늘었다. 같은 기간 비교집단 가구는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의료서비스 지출액은 지원가구가 32.1% 증가했지만, 비교가구는 거의 늘지 않았다.
안심소득 지원가구의 자존감 점수(최대 40점)는 28.17점에서 29.04점으로 높아졌다. 우울감(최대 33점)은 6.96점에서 5.15점, 스트레스(최대 5점)는 2.98점에서 2.87점으로 낮아졌다. 정신건강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셈이다. 안심소득에 참여한 후 근로소득이 증가한 경우는 106가구(21.9%)로, 감소한 가구(84가구, 17.3%)보다 많았다.
안심소득 1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강영근(59)씨는 지난 7월 오 시장에게 “빌딩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어 (근로소득이 늘어) 안심소득 급여가 줄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사업”이라고 했다. 강씨는 세탁소를 운영하다 4년 전 폐업하고 백화점에서 간간히 용역 일을 했고, 나이가 들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아 안심소득을 신청했다.
오 시장은 강씨를 만난 뒤 페이스북에 “기초수급자일 때는 일이 생기면 수급자 자격에서 탈락할까봐 일을 망설였는데, 안심소득은 그런 걱정이 없어 직업을 갖기로 결심하셨다고 한다”며 “일하는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적었다.
◇이재명 ‘기본소득’ 시작점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내년부터 폐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 정치권에서 ‘○○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첫 번째 인물이다. 성남시는 2016년부터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이 24세가 됐을 때 연간 100만원을 4회로 나눠 이른바 ‘지역화폐’라고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이 대표는 2018년 7월 경기지사에 취임한 후 청년기본소득을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으로 확대했다.
또 이 대표는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농민에게 연간 최대 6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농업 외 소득이 3700만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없다. 농촌기본소득은 연천군 청산면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산면 모든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때도 재난지원금을 ‘재난기본소득’으로 명칭을 바꿔서 모든 도민들에게 지급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소득 하위 88%’ 등의 조건을 걸었는데, 경기도는 자체 예산으로 ‘소득 상위 12%’ 가구에도 동일한 금액을 주면서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명명했다.
이 대표의 ‘기본소득’ 시작점인 성남시 청년기본소득은 성남시의회가 조례를 폐지하면서 내년부터 지급이 종료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시·군에서 예산을 매칭 안 하면 그것까지 (경기도가) 부담하면서 할 생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이재명의 ‘청년기본소득’에 “기본소득 아닌 축하금 같은 것…재원 많이 들어가”
김 지사는 ‘기회소득’을 들고 나왔다. 전임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기본소득과 달리 지급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로 한정했다는 게 특징이다. 또 이 대표의 기본소득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지만, 김 지사의 기회소득은 현금으로 준다.
김 지사는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22일 ‘기회소득’ 구상을 처음 꺼냈다. 당시 경기도의회 도정질의에서 김 지사는 “더 많은 기회와 더 고른 기회를 만들도록 신경 쓰겠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현재 ‘예술인 기회소득’과 ‘장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술활동 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올해 예술인 기회소득은 9050명에게 지급된다. 필요한 재원은 132억원으로, 도와 시·군이 절반씩 나눠서 부담한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수원시·용인시·고양시·성남시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정도가 심한 장애인’ 가운데 2000명에게 월 5만원씩 6개월간 총 3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필요한 재원은 10억원이고, 전액 도비로 지급한다. 도가 지난 7월 공모를 실시한 결과 9817명이 신청해 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조건을 걸었다. 장애인이 활동을 해 건강이 좋아져 의료비나 돌봄비용 같은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는 것이 사업 목적이어서다. 도는 200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했고, 장애인 기회소득을 받는 인원들은 1주에 2회 이상, 한 번에 1시간 이상 움직이면서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1차분 기회소득 5만원도 스스로 운동 목표를 수립해야 지급됐다.
김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예술인 창작활동과 장애인 건강활동에 보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회소득 받는 대상은 확대할 계획이다.
기회소득과 기본소득 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주목을 받는다. 김 지사는 “기회소득도 그렇고 기본소득을 포함해서 내년도 예산 편성 즈음해 전반적으로 다시 정리하면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를 상징하는 정책인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6월 1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기본소득의 원칙으로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을 꼽고 “청년기본소득과 농민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년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축하금 같은 것으로 기본소득 취지에 맞지 않고 재원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또 김 지사는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전혀 다른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다’며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는 조건이 붙고, 범위가 한정한다. (지급 기간도) 항구적이지 않다”고 했다.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기간은 “실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3~5년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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