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다[한반도 리뷰]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3. 10. 2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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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사시 수도권에 시간당 1만 6천발 '강철비'? 합참 "출처 불명"
타산지석 필요하나 과유불급…경제만 위축되고 군사적 효용도 의문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해결 안 돼…남북 무한대치는 '칼날 위 평화'
하마스 득세는 이스라엘 초강경 정책 탓…北 자극하면 한반도 불똥 우려
가자지구발 로켓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연합뉴스


최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시간당 1만 6천발에 달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설에 대해 출처불명의 이야기라며 물음표를 달았다. 그는 "우리도 (궁금해서) 출처를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고 말했다. 일종의 가짜 뉴스인 셈이다.

북한이 유사시 무수한 '강철비'를 수도권에 퍼부어 기선 제압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정설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이는 다소 극단적인 전망이다. 한미 연합전력이 북한의 포격을 뒷짐 지고 지켜만 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당 1만 6천발은 북한의 장사정포 700여문 가운데 수도권을 향한 300여문의 최대 발사속도를 감안한 산술적 계산으로 보인다.

합참은 초탄에 의한 피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북한 포병전력을 빠르게 무력화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이스라엘에는 없는 대화력전 체계도 갖추고 있다.

北, 유사시 수도권에 시간당 1만 6천발 '강철비'? 합참 "출처 불명"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한반도 상황의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다. 합참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의 군사적 교훈으로 시간, 수단, 방법상의 비대칭적 공격 형태를 꼽았다.

휴일 새벽에 기습 공격을 가했고, 패러글라이더 등 다양한 재래식 전력을 활용했으며, 수천발의 로켓포 발사와 함께 지‧해‧공 동시 침투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북한도 '하마스식' 전술이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고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철통같은 이스라엘 방공망인 '아이언돔'이 허접한 하마스 로켓에 뚫렸다는 점에서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같은 맥락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효력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 후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무인기 등을 띄워 감시했다면 그렇게 당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9.19 합의의 비행금지구역 등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방부 제공

타산지석 필요하나 과유불급…경제만 위축되고 군사적 효용도 의문

물론 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사소한 위험 요소조차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우려는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순수한 군사적 측면에서도 북한 위협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만 봐도 북한군은 하마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긴 하지만 한미 연합군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하마스는 도시 게릴라의 테러 수준이고 북한은 엄연한 정규군"이라며 "북한이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는 하마스식 기습공격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질적 차이가 있는 북한과 하마스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세스라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간당 1만 6천발의 장사정포 위협부터가 합참도 지적하듯 너무 과장된 얘기다. 하마스 로켓의 소나기 공격에 무력화됐다던 아이언돔도 초기 평가와는 달리 격추율 78%를 기록하며 여전히 유용한 방어체계임을 보여줬다.

합참이 하마스 공격의 시사점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가짜뉴스 및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는 심리전' 대책은 시간당 1만 6천발 같은 낭설부터 바로 잡는 게 출발점이다.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해결 안 돼…남북 무한대치는 '칼날 위 평화'

적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군의 입장에선 군사적 수단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9.19 합의 때문에 북한보다 월등한 공중 정찰‧감시 능력이 제한을 받는다는 비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힘에 의한 평화'는 칼날 위에 선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평화다.

예컨대 북한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방어체계 구축이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문제가 남는다. 자신은 털끝도 다치지 않을 만큼 철갑 방어막을 갖춘 군대가 과연 선제공격의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까?

70여년 남북 대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은 어떻게든 '모든 방패를 뚫는 창'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의 100% 방어망에 작은 틈새라도 생긴다면 또 다시 북한 위협을 부풀리는 모순의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연합뉴스

하마스 득세는 이스라엘 초강경 정책 탓…北 자극하면 한반도 불똥 우려

결국 안보는 군사정책을 넘어 국가전략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하마스 공격을 한반도 상황에 대입하면 북한 위협 밖에 보이지 않지만,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이어 동아시아로 전운이 옮겨올 가능성이 눈에 들어온다.

대대적 한미연합연습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의 잦은 노출 등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하마스 공격의 진짜 교훈은 전쟁 억지보다 평화 관리에 있다. 하마스 공격이 비인도적이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초강경 정책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세종시 크기의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명이 몰려 사는 세계 최고의 인구밀집지역이다. 전기와 수도, 식량 공급까지 수시로 끊는 이스라엘 봉쇄 정책은 온건파가 배제되고 극단적 하마스가 득세하는 토양이 됐다.

북한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숨통을 틔워주지 않고 강경 압박만 한다면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될 수 있다. 하마스 공격의 시사점을 외교적 해법 대신 군사적 강압에서 찾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은 "무력충돌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라 관계 악화에서부터 비롯되는 법인데, 가장 저급한 수준의 교훈만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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