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없는 마을' 10년 만에 재현…생태교통 수원 페스타 개막
23일 수원컨벤션센터서 장관급 패널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회의 열려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자동차가 없는 도로를 자전거로 편리하게 다녔으면 좋겠다."
21일 오후 2시께 경기 수원시 수원시립미술관 앞 왕복 4차선 도로. 평소 버스와 자동차로 붐비던 도로에 시민들이 탄 이색 자전거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자동차형, 인력거형, 기차형부터 나란히 자전거, 러닝머신 바이크, 3인 가족용 자전거까지 우리가 자주 접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자전거들이 도로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가족 단위로 탄 시민들은 주변에서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태어나 처음 경험해보는 생태교통 체험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전거를 탑승한 홍윤철(43)씨는 "자동차가 편리한 교통수단이긴 해도 환경을 생각하면 자전거와 같은 비내연기관 교통수단 이용을 늘리는 습관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원시가 전국에서 모범이 돼서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가 '2013 생태교통 수원' 10주년을 기념해 '생태교통 수원 뉴페스타'를 21일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3일까지 사흘간 화성행궁 일원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시는 이번 축제 기간 동안 생태교통 확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 조성을 도모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13 생태교통 축제'를 다시 한 번 그대로 재현한다.
시는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장안문부터 행궁광장까지 왕복 4차선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생태교통 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했다.
수백여 명의 수원 시민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현수막 등을 두르고 생태교통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동참했다.
이번 생태교통 수원 뉴페스타는 시민이 주도하는 행사로 생태교통의 의미를 확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시는 10년 전 팔달구 행궁동에서 전 세계 최초로 이뤄졌던 '차 없는 마을'에 재도전한다.
당시 행궁동 주민들의 협조 속에 마을에서 자동차가 한 달 동안 사라졌다. 주민들은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대놓고 도보로 마을을 걸어다녔다.
언뜻 보면, 황당무계한 전시성 행사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행궁동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그때만 해도 다른 지역의 개발에 밀려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던 구도심으로 전락해가던 행궁동 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거듭난 것이다.
그동안 행궁동은 문화재보존구역에 속해 오래된 건물과 부족한 인프라로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던 동네였다.
더욱이 한 집 건너 한 집이 점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속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고, 인적도 드물어 대낮에 가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가가 감돌았다.
그런 마을에서 2013년 9월 개최된 '생태교통 축제'를 기점으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마을에서 사라진 것은 단순히 자동차에 불과한 듯 보였지만, 이를 지켜내기 위해 결속한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마을에 변화를 일으켰다.
자동차가 사라진 땅에 공동체가 싹을 틔우면서 주민들이 돌아오며 마을이 생기를 되찾은 것이었다.
더 이상 행궁동은 수원의 낙후된 동네가 아닌 MZ세대나 가족 단위로 놀러오는 '핫 플레이스'로 부활하면서 명실상부 지역을 대표하는 효자브랜드가 됐다.
시는 이러한 의미를 담은 도전을 되새기기 위해 개막 첫 날에 이어 이튿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행궁동 진입차량을 통제할 계획이다.
주민단체 12곳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 부스들이 차가 사라진 행궁동 거점마다 자리를 잡는다.
어린이들이 만들고 싶은 마을을 표현하는 길거리 놀이터, 길거리 탁구대회 등 골목길 체육대회, 풍선·낭독·태권도 등 거리 공연, 주민 요리 경연대회 등 즐거움이 가득하다.
환경과 생태교통을 생각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친환경 흙가락으로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리는 아스팔트 도화지,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며 환경을 생각하는 길바닥 퍼포먼스,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골목길 강연회 등이 진행된다.
2013년 생태교통 대상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반대편 공방거리도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인근 상인들이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동참하며 사진전, 요가, 버스킹 등도 마련된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21개의 부스도 행궁광장에 마련돼 이틀간 풍성한 즐길거리 제공한다.
폐막날인 23일에는 '2023 생태교통 수원 포럼'이 열린다. 오후 3시부터 수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교통 미래 발전 방안’을 주제로 국내·외 생태교통 전문가와 시민 등 120여명이 참여한다.
포럼에는 10년 전 생태교통 행사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주요 인물들이 연사로 나선다. 콘라드 오토 짐머만 전(前) 이클레이 사무총장이 ‘글로벌 생태교통 정책 흐름과 전망’에 대해 강연한다.
특별연설은 이재준 수원시장이 맡았다. 당시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서 행사 기획을 주도했던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행궁동의 변화 ‘행리단길’과 생태교통 도시 수원’을 주제로 연설하고, 시민참여 토론이 이뤄지는 두 번째 세션의 좌장을 맡아 시민 공감대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도시 ‘재생’을 넘어 ‘혁신’으로 불리는 행궁동의 10년, 변화의 출발점은 사람 중심 생태교통이었다"며 "이제 수원은 ‘모두를 위한 1분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이는 자동차 대신 도보·자전거로 연결되는 도시, 내 집 앞 골목 정원과 쉼터, 생태교통 공간이 가득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통의 지혜로 지속 가능한 생태교통도시 미래를 열겠다"며 "10년 전 그랬듯 줄기차게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겠다. 오늘의 수원을 만든 자랑스러운 시민들이 변함없이 함께 동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은 지난 19일 탄소중립 생태교통 확산을 위한 ‘생태교통 출퇴근 릴레이 챌린지’ 국내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이날 자택에서 시청까지 도보로 출근했다.
이 챌린지는 지목 받은 곳의 전체 임직원이 특정한 날짜를 정해 자율적으로 출퇴근길에 생태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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