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어도 '기술'…초격차 위한 전방위 동맹까지[이재용 시대 1년②]

김민성 기자 2023. 10.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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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예고없이 경기 기흥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원을 찾았다.

암 투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했던 이 창업회장은 이 자리에서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든 다음 수백년간 기술 우위를 점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반도체 투자한 것도 우리나라가 먹고 살 기반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이 방문한 패키징과 디스플레이 공장은 10년 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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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아 '반도체 태동지' 기흥 방문…기술 초격차 의지
현대차·코닝 넘나드는 '동맹'…"세상에 없는 기술 만들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10.19/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1987년 9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예고없이 경기 기흥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원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는 일본을 베꼈다'라는 얘기가 시장에 퍼져 있었다.

암 투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했던 이 창업회장은 이 자리에서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든 다음 수백년간 기술 우위를 점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반도체 투자한 것도 우리나라가 먹고 살 기반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대다수 임원들이 반대했던 반도체 투자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이 창업회장의 이런 유훈을 받아 이건희 선대회장을 이어 이재용 회장까지 삼성전자는 3대에 걸쳐 반도체를 핵심 사업으로 두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2년 글로벌 D램 시장에서 1위, 1993년엔 전체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 후 30년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을 상징하는 삼성전자(005930) 기흥 캠퍼스는 삼성 반도체의 태동지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연구·생산·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단지다.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증가로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 회장은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경영철학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 회장이 지난해 사면·복권 이후 뿐만 아니라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 19일에 다시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를 강조했다. 이 창업회장이 40년 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을 확보하자는 의지다.

삼성 계열사 현장을 방문할 때도 이 회장의 관심은 기술로 향했다.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았을 땐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라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열흘 뒤 삼성전자 천안·온양 사업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이 회장이 방문한 패키징과 디스플레이 공장은 10년 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분야다.

이른바 '기술 초격차'를 위해 이 회장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경영 행보 속 값진 성과가 이어졌다. 이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의기투합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 물꼬를 튼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현대차에 2025년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 전자·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삼성과 현대차 협력은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 측면에서 글로벌 고객 및 파트너사들의 이목을 끈 사례다.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특수유리 제조업체 코닝과의 관계에서도 '기술 초격차' 의지가 묻어난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1일 한국 투자 50주년을 맞아 방한한 웬들 윅스 코닝 회장과 만나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1일 충남 아산의 코닝정밀소재 데모룸을 둘러보고 있다. (코닝 제공)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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