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받고 '뉴삼성' 일궈…"기술에 답 있다"[이재용 시대 1년①]

신건웅 기자 2023. 10.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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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 강조한 JY…5년 간 450조 투자로 새로운 미래 연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재건…"日 전자 산업 넘어섰던 역사 떠올라"
지난해 5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8년 3월, 대구의 한 정미소에서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한 삼성상회. 8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포보스가 꼽은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글로벌 브랜드가치 5위 등이 현재 삼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과감한 결단과 불굴의 집념으로 변화를 이끌어 낸 덕이다. 바통을 넘겨받은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하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의 시대'를 지나 이제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시대'다.

1993년 6월 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삼성 임원진들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1

◇ 30년 전 삼성 체질 바꾼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

오는 25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타계한 지 3주기, 27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지 1주년이 된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지금의 삼성을 만든 '시대의 기업가'다. 30년 전인 1993년 6월 후쿠다 전 삼성전자 고문의 보고서를 읽고 삼성 사장단과 임원진, 해외 주재원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마누라,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보자"며 그동안의 양적 위주의 성장을 질적 방향으로 바꿀 것을 제시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이날 이후 삼성은 빠르게 불량률을 줄이며 초일류 회사의 기틀을 닦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4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바꿔 놨다.

제41대 국무총리와 대법관을 지낸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신경영을 통해 삼성은 극심한 글로벌 환경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10.19/뉴스1

◇'뉴삼성의 시대'…초격차 기술로 세상 바꾼다

2014년 5월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부터는 이재용 회장이 나서 '뉴삼성'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기술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19일에도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삼성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첨단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술 개발 노력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월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 회장 취임 후 삼성은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6년까지 5년 간 국내 360조원 포함, 총 450조원을 투자한다. 또 올해 수조원의 적자가 예고된 반도체 부문에서 2042년까지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기로 했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슈퍼컴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R&D를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추진 중이다. 특히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육성할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사업 철학이 반영됐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남은 관건은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래 7년 동안 대형 M&A 투자가 멈춰 있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 빅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최근 행보가 1990년대 디지털 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영원한 '벽'처럼 느껴졌던 일본 전자산업을 뛰어넘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깃발.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제2의 신경영'으로 뉴삼성 속도 내야

재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경영'을 계승하는 한편, 현 시점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환경과 일하는 방식,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와 인사의 역할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경영'에 이은 '뉴삼성'을 통해 삼성의 경쟁력 강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기술과 인재, 조직문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초격차 기술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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